그대 떠난 빈 자리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꽃 한 송이 피리라 천둥과 비 오는 소리 다 지나고도 이렇게 젖어 있는 마음 위로 눈부시게 환한 모시 저고리 차려 입고 구름처럼 오리라 가을 겨울 다 가고 여름이 오면 접시꽃 한 송이 하얗게 머리에 꽂고 웃으며 내게 오리라 그대 떠난 빈 자리 절망의 무거운 발자국 수없이 지나가고 막막하던 납빛 하늘 위로 꽃모자를 흔들며 기다리던 당신은 내게 오리라 새롭게 얻은 우리의 생명 다하는 그날까지 우리 서로 살아 있다 믿으며 기다리는 것도 살아 있는 것도 영원하다 믿으며 그대 떠난 빈 자리 그토록 오래 고인 빗물 위로 파아란 하늘은 다시 떠오르리라.
능선이 험할 수록 산맥은 아름답다 능선에 눈발 뿌려 얼어붙을 수록 산맥은 더욱 꼿꼿하게 아름답다 눈보라 치는 날들을 겨울꽃 터져오르는 밖으로 그 아름다움으로 바꾸어 오른 저 산맥- 저 산맥- 모질고 험했던 당신 삶의 능선을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산맥으로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삶으로 바꿨는가~ 예-
거친 바위 만날 수록 파도는 아름답다 새찬 바람 등에 몰아칠 수록 파도는 더욱 힘차게 부서진다 파도치는 날들을 안개꽃 터져오르는 밖으로 그 아름다움으로 바꾸어 오른 저 바다- 저 바다- 암초와 격랑이 많았던 당신 삶을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파도로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운 삶으로 바꿨는가~ 예-
그대 때문에 사는데 그대를 떠나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돌아서듯 이제는 그대를 떠나라 한다 겨울숲같은 우리 삶의 벌판에 언제나 새순으로 돋는 그대를 이세상 모든 길이 얼어붙어 있을 때 그 길을 흘러 내게 오던 그대를 이세상 모든 길이 얼어 붙어 있을 때 그 길을 흘러 내게 오던 그대를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다시 또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해주던 그대를 눈물과 아픔도 쉽게 이겨낼 수 있도록 지켜주던 그대를 희망을
햇볕 한줌 앞에서도 물 한 방울 앞에서도 솔직하게 살자. 꼭 한 번씩 찾아오는 어둠 속에서도 제대로 살자. 모래 한 알 앞에서도 돌멩이 하나 앞에서도 솔직하게 살자 끝없이 빠져드는 진흙 속에서도 제대로 살자. 창호지 흔드는 바람 앞에서 은사시 때리는 눈보라 앞에서 수천 수만 맹세 따위 다 버리고 단 한 발짝을 햇볕 한 줌 앞에서도 물 한 방울 앞에서도 솔직하게 살자. 꼭 한 번씩 찾아오는 어둠 속에서도 제대로 살자. 오늘 하루를 사무치게 살자 오늘 하루를 사는 것처럼 살자 사는 것처럼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