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장대빗소리를 들으며 '사랑앓이'를 부르기 시작하여 낙엽이 뒹구는 가을에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손이 따듯한 이유, 차가운 이유'를 두 손 모아 불렀다. 추운 겨울이 오자 터질 듯한 슬픔과 환희를 느끼며 '힘내라 맑은 물'을 눈물로 불렀고, 이듬해 봄에는 - 다시금 사랑이 날 찾아오겠지 - 라고 속삭이며 '굳은 살 떼어내며'로 사랑앓이의 긴 여정을 마쳤다. 돌아보면 짧지만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가수로서 노래한다는 것, 자신의 노래를 남긴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내게는 참으로 아러웠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때로는 눈물지으며 때로는 희열에 넘쳐 나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그러나 그리 애틋한 사랑을 노래하면서도 더 이상 내 속에 뜨거운 것이 없음을 느꼈을 때, 처음엔 여린 물줄기였던 마음이 세월이 흘러 온통 검은 물이 되어버렸음을 깨닫는 순간은 참으로 아픈 자각이었다. 나를 정화하면서 위로하고 힘을 얻어가는 이 과정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인가, 가슴속으로 수없이 감사하면서 언제나 이렇게 살고 싶다고 소원했다. 나는 이 노래들을 사랑한다. 누구의 시처럼 거울 앞에 돌아온 나이가 되었지만 다시금 세상을 향해 노래한다. 이젠 누가 들어주지 않아도 나의 노래는 나의 사랑앓이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도와주신 많은 분들 특히 제작을 도와주신 무명의 후원인에게 감사드리고, 좋은 곡을 써주고 너무나 많은 일을 즐겁게 맡아준, 언제나 나를 믿어주고 힘나게 해주는 벗 류형선 님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또한 나의 노래가 멈추지 않기를 바라며 오랜 동안 기다려준 많은 분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 2003년 가을 문턱에서 전경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