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처음으로 섰던 무대에서부터 나윤선(38)은 그랬다. “〈지하철 1호선〉 주인공이었는데, 전 거의 아무것도 안 하고 노래만 불렀어요. 설경구씨나 방은진씨는 일인다역으로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었죠.”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은 “연기도 못하고 춤도 못추는” 모습으로, 더군다나 “남 앞에 나서는 걸 정말 싫어하는” 모습 그대로 뮤지컬 주인공이 됐다. 첫 무대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최근 음반 〈메모리 레인〉으로 다시 팬들 곁으로 다가온 그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 중간중간 그는 몇차례나 조곤조곤한 말투로 “내가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되뇌었다. 이런 그가 무대 위에서 신들린 듯 ‘스캣’(아무 뜻 없는 말로 노래부르는 것)으로 프랑스와 한국의 재즈 팬들을 휘...
2002년 한국 재즈계에는 ‘희소식’이 유달리 많았다. 역사와 전통의 신관웅 선생이 무려 두 장의 독집 음반을 발매했고, 그 바람을 타고 박성연 선생이나 웅산과 같은 여성 보컬리스트들도 새롭게 조명되었다. DJ가 전국에 깔아놓은 인터넷 망을 타고 강태환, 신관웅, 박성연 등의 팬클럽이 속속 생겨났다. (영원한 ‘기대주’ 서영은이 ‘가요’ 보컬로 전향한 것이 옥의 티로 남았지만…) 이런 바람은 차인표가 색소폰을 불고, 케니 지(Kenny G)가 과분한 찬사를 들으며 무수한 컴필레이션 음반을 양산하던 90년대 초반의 재즈 열기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2002년의 한국 재즈씬이 기억에 남는 것은, 보석과도 같은 젊은 재즈 뮤지션을 무려 셋이나 조우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