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어 답답했던 80년대를 지나 그전과는 다른 해방된 기운에 취해 기대속에 맞아들인 90년대, 한국가요계는 그전과는 다른 색다른 분위기의 한 가수를 만나게 된다. 1993년, 당시로서는 어색한 장발 머리에 귀걸이를 착용한 채, 애절하면서도 풍부한 감성에 섞인 강한 목소리, 그러면서도 무감각하게 노래하는 강산에의 모습은 이전엔 볼 수 없었던 신선함과 함께 놀라움을 선사하며 팬들에게 다가간다. 자신의 1집 앨범 <강산에 Vol .0>을 내고 화려하게 데뷔한 강산에. 6.25때 남편과 떨어져 피난왔던 어머니와 그에 따른 자신의 이력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의 데뷔곡 "라구요"는 당시의 젊은이는 물론이거니와 비슷한 기억을 지닌 구세대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는 특별한 데뷔곡으로 팬들에게 기억된다. 1집에서 독특함과 음악성을 인정받고, 팬들의 인기까지 얻은 이후, 다음해엔 2집 <Vol 2: 나는 사춘기>를 발매, "넌 할 수 있어"라는 곡으로 보다 큰 인기를 모아 보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팬층을 한층 더 넓힌다.
2집 이후, 1996년에 발표한 3집 <삐따기>는 보다 자유롭게 살고싶은 욕구와 같은 개인적인 개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된 앨범. 당시 빠른 시기에 성장한 국내의 경제는 내실없는 성공에 취우쳐져 있고, 반면에 그 정서는 더더욱 공허해지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표현한다. 앨범을 만들기 전에 발생한 '성수대교 붕괴사건'과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은 그에게 보다 현실속에서 성찰하는 가수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계기로 작용했고, 그저 좋고 크게만 포장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보는 방법으로 '삐딱하게' 한번 봐보자는 시도로 이어진다. 그런 고민끝에 발표된 3집은 앨범의 성격을 현실은 무질서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안정을 찾고싶은 마음의 표출로 보이게 한다. 앞서 발표한 앨범들에 비해 대중적으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팬들에겐 그의 개성을 더욱 더 깊게 각인시킨 앨범. 이상은과 함께 부른 "자유새" 역시 앨범의 깊이를 더해주며 "꺠어나"는 국민들의 사고전환, 국가적 차원인 변화에 대한 강한 욕구를 표출한다.
이후, 1998년에 발표된 4집 <연어>는 앨범 타이틀이 보여주는 회귀본능을 엿볼 수 있는 앫럼. 타이틀 곡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은 당시 어깨에 힘이 빠지는 아버지들에 대한 연민에 가득찬 러브레터. 1997년 IMF 구제금융 체제아래 구조조정,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경제적인 위기에 힘이 빠진 이땅의 아버지에 대한 최고의 응원가. 이와함께 수록된 "코메디"는 아주 가벼운 사이키델릭의 묘미를 전해주며, "나비의 입맛춤"은 보다 성찰하고 속 깊어진 강산에의 면모를 보여주는 곡이다. 이후에도 4.5집 발표,블루스적 색깔이 강한 앨범 속에는 자신이 그동안 좋아했던 곡들을 다시 부른 리메이크 앨범, 2001년에는 그 동안의 활동들을 라이브 앨범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
93년 데뷔 이래 강산에가 보여준 꾸준한 할동과 노력들은 그의 인기가 단순히 외모나 가창력, 혹은 이전의 가요계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느낌이나 소재들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는 강산에가 가수의 본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 작사.작곡, 노래라는 본능적인 능력이 고루 갖추어져 있었으며, 이는 자신의 목소리를 재때에 내며 활동이 가능한 가수였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따라서 그의 인기 역시 위의 이유들을 통해 자연스러운 결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래서 그의 앨범들을 통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과 '자기 목소리' 단어는 자연스럽게 '잔잔한 저항'이라는 의미로 이어지는데 무리가 없다. 아직까지도 강산에는 TV의 쇼프로가 아닌 라이브 무대와 앨범을 통해 만날 수 있는 가수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의 그의 인기, 뮤지컬 출연을 통한 뮤지션이자 배우로서의 활동 등은 그리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이런 자유분방한 그의 삶은 가끔씩 음주운전사고나 대마초 등의 사건 등을 낳게 하지만 이런 사건들도 그의 음악생활엔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다. 여전히 '자유'와 '자기 목소리'라는 명제 아래 발표된 그의 앨범마다에는 달라진 자기 삶의 화두만큼이나 다른 음악들을 자기만의 샐깔로 녹여내고 있다. .... ....
구멍가게가 점점 화려히 변해가네 내용이 별 차이 있을까 포장만 요란할 뿐 별뜻없이 한말이야 너무 귀담아 듣지 말지 지 지 이 라 리 야 색깔의 차이겠지 볼륨의 차이아니냐 멋있는 ROCK CLUB 없을까 DISCO TECH이 아닌 별뜻없이 한말이야 너무 귀담아 듣지 말지 지 지 이 라 리 야 거짓말 하고있네 익숙해지는 모습들 울면서 형이 얘기하네 난 그렇게는 못해 별뜻없이 한말이야 너무 귀담아 듣지 말지 지 이 라 리 야 별뜻없이 하는 말 귀담아 들을 필요 없잖아
할아버지 그 하얀 수염 쓰다듬으시며 언제나 이웃 복덕방에 내기 장기 두러 나가셨지 해질 무렵 콧노래를 흥얼거리시고 큰기침하고 집으로 돌아오시던 그날
아마 내기 장기에서 또이기셨나봐 시원한 큰 수박을 양손에 들고 오시네 하하하 웃는 빨간 얼굴에 그 하얀수염 울 할아버지 생각나네 울 할아버지 울 할아버지 보고싶어 울 할아버지 울 할아버지 나의 친구 울 할아버지 울 할아버지 그리고 파란수박 코가 찡하도록 생각나네
할아버지 그 하얀 수염 쓰다듬으시며 언제나 이웃 복덕방에 내가 장기 두러 나가셨지 해질 무렵 콧노래를 흥얼거리시고 큰기침하고 집으로 돌아 오시던 그날
나는 즐거워하네 수박도 너무크네 너무 잘 익었네 나는 기뻐하네 그런 나를 따뜻한 눈길로 어루만져주던 울 할아버지 생각나네 울 할아버지 울 할아버지 보고싶어 울 할아버지 울 할아버지 나의 친구 울 할아버지 울 할아버지 그리고 파란수박 코가 찡하도록 생각나네 코가 찡하도록 생각나네
두만강 푸른물에 노젖는 뱃사공을 볼수는 없었지만 그 노래만은 너무 잘 아는건 내 아버지 레파토리 그 중에 십팔번이기 때문에, 십팔번이기 때문에 고향생각 나실때면 소주가 필요하다 하시고 눈물로 지새우시던 내 아버지 이렇게 얘기했죠 "죽기전에 꼭 한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 라구요
눈보라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 노래만은 너무 잘아는건 내 어머니 레파토리 그중에 십팔번이기 때문에, 십팔번이기 때문에 남은 인생 남았으면 얼마나 남았겠니 하시며 눈물로 지새우시던 내어머니 이렇게 얘기했죠 "죽기전에 꼭 한번만이라도 가봤으면 좋겠구나" 라구요
뭐가뭔지 잘모르게 어제오늘 다른세상 해야 할 일 많은데 한 일은 없어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아 미쳐 버릴 것만 같아 차갑도록 냉정하게 외면하는 빠른 시간 벌고 싶은 돈 많은데 뜻대로 되자않아 정말 터져 버릴것만 같아 터져 버릴것만 같아 이왕이면 넓은 정원에 풀장이는 큰집에서 매일봐도 지겹지 않은 예쁜 여자와 살고 싶어 문제는 돈 넓은 정원 풀장있는 큰집사는 돈 요즘 세상 예쁜 여자 사로잡는 돈, 돈이 필요해 돈 돈 돈 돈 벌어라 예
후회하고 있다면 깨끗이 잊어버려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다 지난 일이야 후회하지 않는다면 소중하게 간직해 언젠가 웃으며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너를 둘러싼 그 모든 이유가 견딜 수 없이 너무 힘들다해도 너라면 할 수 있을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있으니 어려워마 두려워마 아무 것도 아니야 천천히 눈을 감고 다시 생각해 보는거야 세상이 너를 무릎 꿇게 하여도 당당히 니 꿈을 펼쳐 보여줘 너라면 할 수 있을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있으니 할 수 있을거야 할 수가 있어 그게 바로 너야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있으니 굴하지 않는 보석 같은 마음있으니
강산에 - Kiss [EP] - 강산에 노래/레코드 맛 KISS - 강산에 몸이 살짝 떠 오르고 있나 숨이 살짝 막히려고 하나 힘이 쫙 빠져 나가듯 가볍게 어지럽기까지 하다 나도 몰래 눈을 감고 마네 내가 모두 사라지고 마네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게 하얗기만 하네 녹았다가 다시 떨리다가 빨려든다 아주 향긋한 너에게 잠긴다 너를 내맘에 담는다 너를 안고 Kiss하는 순간 너에 안겨 Kiss하는 순간 머리 속에 퍼져가는 수많은 불꽃을 느낀다 시원하고 달.....
첫번째 앨범 ‘Vol. 0’을 발표하고 ‘…라구요’를 부르던 당시의 강산에는 로커였고, 자유인이었으며, 기인이었다. 그는 ‘…라구요’ ‘예럴랄라’ ‘할아버지와 수박’ 등의 노래들을 박청귀, 이근형, 강기영 등의 록 세션에 담아 부른 장발의 로커였으며, 하모니카와 함께 “풀냄새 참 흙냄새 참 오래간만이네”를 외치던 자유인이었고, 잘 다니던 한의대를 그만두고 백마 ‘화사랑’이란 곳에서 먹고 자며 노래하던 기인이었다. 이런 강산에의 독특한 행보는 한 TV 프로그램에까지 소개되며 독특한 로커라는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켰다.
그러나 그가 2집 앨범 ‘나는 사춘기’를 발표하면서 그에 대한 평가는 많이 바뀌었다. 그는 여전히 로커였지만 두 번째 앨범에서는 사뭇 다른 이미지의 로커가 돼있었다. 본인의 경험과...
1992~93년 무렵은 여러모로 한국 사회가 급격히 변화한 전환기였다. 오랜 군사 정권이 마침내 막을 내리고 문민정부가 수립되던 시점이자, 냉전체제가 급격히 무너지며 거세게 몰아치기 시작한 지구화의 바람 속에 빠르게 편입되어가던 시점이기도 하다. 80년대 내내 민주주의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의 소용돌이를 경험했던 한국 사회의 대중은 조금씩 정치와 계급, 이념 중심의 거대 담론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고 때맞춰 등장한 신세대 문화는 욕망의 정치학, 경박함과 쾌락주의의 미학을 앞세우며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다. 사회적 갈등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세상이 온통 혼돈으로 가득 차 보이던 그 즈음 대중음악계의 주류권은 랩과 댄스, 테크노 등의 키워드로 표현되는 신세대 트렌드가 온통 휩쓸고 있었다. 80년대식 거대 담론의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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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협의 맛있는 대중문화 ::
2008-04-13 18:16:22
6년만에 발표된 강산에의 이번 앨범은 지난 앨범 [강영걸] 이후 그가 어떤 방식의 삶을 살아왔는지가 그대로 투영된 앨범이다. 그는 관조하는 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며, 보다 긍정적이고 여유로워진 자신의 생활 그 자체를 그대로 앨범에 반영하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꾸밈없는 노래와 연주는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분명 좋은 위로와 휴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사랑 이야기에 질린 사람들, 비슷비슷한 목소리에 질린 사람들, 정신없이 난무하는 전자음에 질린 사람들, 어쨌거나 저쨌거나 여러가지 이유들로 TV에 나오는 음악들에 질린 사람들이라면 로큰롤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이 어떨까? 2008년 봄에 찾아온 강산에의 새 앨범에는 진부한 가사도, 방금 들었던 목소리도, 산만한 전자음도 없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리며 덕분에 제가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을 너무 고맙게 생각합니다" 너무도 소리소문 없이 발매됐던 강산에의 작년 라이브 앨범 [Best Live]에서 강산에는 앵콜곡으로 <흐르는 강을 거꾸로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을 부르기 전 위와 같은 멘트를 한다. 강산에는 이제 건강하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 돌아왔지만 그에게 있어 4집 앨범 [연어] 이후 지금의 자리로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은 분명 좋은 기억은 아니었을 것이다. 비록 타이틀 곡 <흐르는 강을 거꾸로...>가 선전했지만 예전만 못했던 4집의 밋밋한 반응, 그리고 이후 발표했던 4.5집과 라이브 앨범에 대한 반응은 강산에라는 이름값으로 봤을 때 아예 '무관심'이라는 말이 ...
확실히 강산에는 동년배 로커들과 싹수가 달라부렀다. 뭐랄까, 강박감에 시달리거나 조급해하지 않는 ‘유유자적’한 풍모가 느껴진다. 그 ‘여유’가 윤도현과 구분되는 지점이라 해도 별 할말은 없을 듯 하다. 다소 이상하고 유치해 보이는 시도를 하더라도, 강박감 없이 매끄럽게 자신의 음악에 녹여내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다. 한국적인 것을 어떻게 록에 조합할까 전전긍긍하는 구태를 보이지 않는다. ‘태극기’나 ‘분단의 아픔’과 같은 ‘구리구리’한 소재를 다루더라도 그가 하면 작위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새로운 시도를 멋들어지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젠체하는 노랫말을 멋지게 써내야 한다’는 압박도 그와는 무관한가보다. 그저 삐딱한 표정으로 기타를 메고, “세상 짱나니 될대로 되라”고 읊조리는 그의 모습이 선하게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