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오른 눈초리, 하잔한 입 모습으로 소년은 가만히 총을 겨누었다. 소녀의 손바닥이 나비처럼 총 끝에 와서 사뿐히 앉는다. 이윽고 총 끝에선 파아란 연기가 물씬 올랐다. 뚫린 손바닥의 구멍으로 소녀는 바다를 내다보았다. -아이! 어쩜 바다가 이렇게 똥그랗니? 놀란 갈매기들은 황토 산태바기에다 연달아 머릴 처박곤 하얗게 화석이 되어 갔다.
언제쯤 당신 앞에 꽃으로 피겠습니까. 불고 싶은 대로 부시는 노을빛 바람이여, 봉오리로 맺혀 있던 갑갑한 이 아픔이 소리 없이 터지도록 불타는 눈길과 숨결을 주십시오. 기다림에 초조한 내 비밀스런 가슴을 열어놓고 싶습니다. 나의 가느다란 꽃술의 가느다란 슬픔을 이해하는 은총의 바람이여, 당신 앞에 "네"라고 대답하는 나의 목소리는 언제나 떨리는 3월입니다. 고요히 내 혼에 불을 놓아 꽃으로 피워 내는 뜨거운 바람이여.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 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행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맑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 때 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 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모든 전화소리가 당신에게 쏟아져서 그 입술 근처나 가슴 근처에서 비벼대고 은근한 소리의 눈으로 당신을 밤새 지켜볼 수 있도록,
기억하라, 함께 지낸 행복스런 나날들을. 그때 태양은 훨씬 더 뜨거웠고 인생은 훨씬 더 아름답기 그지 없었지. 마른 잎을 갈퀴로 긁어 모으고 있다. 나는 그 나날들을 잊을 수 없어서 마른 잎을 갈퀴로 긁어 모으고 있다. 모든 추억도 또 모든 뉘우침도 함께... 북풍은 그 모든 것을 싣고 가느니 망각의 춥고 추운 밤 저편으로 나는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없었지. 네가 불러 준 그 노랫소리 그건 우리 마음 그대로의 노래였고 너는 나를 사랑했고, 나는 너를 사랑했고 우리 둘은 언제나 함께 살았었다. 하지만 인생은 남 몰래 소리도 없이 사랑하는 이들을 갈라 놓는다. 그리고 헤어지는 연인들의 모래에 남긴 발자취를 물결이 지운다.
Prebier 1900~1977 뇌이쉬르센 출생.
파리에서 자랐으며, 1930년까지는 초현실주의 작가 그룹에 속하는 시인으로서 활약하였는데,1925~29년에 초현실주의 작가 로베르데스노스, 이브탕기, 루이아라공, 앙드레 브르통 등과 활동을 같이 하면서 오랜 전통의 구전시를 초현실주의 풍의 '노래시'라 는 형식으로 만들어서 매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그 관심을 영화로 돌려 《악마는 밤에 온다》 《말석 관람객들》등의 명작 시나리오를 썼다. 초기의 시에는 쉬르레알리슴의 흔적이 엿보이는데, 샹송풍의 후기 작품에서는 무엇보다도 우열(愚劣)과 불안의 시대에 대항 하는 통렬한 풍자와 소박한 인간애가 평이하고 친근감있는 그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파롤 Paroles》(1948) 《스펙터클》(1951) 등은 그와 같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대표작이다. J.코스마가 작곡한 샹송《낙엽》의 작사자이기도 하다.
내 마음은 물오른 가지에 둥지 튼 노래하는 새 내 마음은 주렁주렁 맺힌 열매로 휘어진 사과나무 내 마음은 고요한 바다에서 헤엄치는 무지개빛 조개 내 마음은 이모든 것보다 더 기쁘답니다. 내 사랑이 날 찾아왔으니까요.
날 위해 명주와 솜털의 단을 세워주세요! 그 단에 모피(毛皮)와 자주빛 곤포를 걸처줘요. 거기에다 비둘기와 석류. 백 개의 눈을 가진 공작(孔雀)을 새기고 금빛. 은빛. 포도송이와 잎사귀와 백합화(白合花)를 수놓아 주세요. 왜냐면 내 일생의 생일이 왔으니까요. 내 사랑이 날 찾아왔으니까요.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 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행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새야, 내가 너처럼 날개를 가질 수 있다면 새야, 내가 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면 빛이 고이는 하늘을 날 수 있다면 파란 빛 고일 때 파란 말 하는 하얀 빛 고일 때 하얀 말 하는 새야, 내가 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면 비를 만드는 눈을 만드는 구름 위를 날 수 있다면 비 내릴 때 비 말 하는 눈 내릴 때 눈 말 하는 새야, 내가 너처럼 구름 위를 구름 위를 날 수 있다면 새야, 내가 너처럼 바람이 걸려 있는 나목(裸木)위를 날 수 있다면 나무 말 들으며 나무 말 익히는 바람 말 들으며 바람 말 익히는 나목 위를 날 수 있다면 나목 위의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새야, 너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