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
1. |
| 3:08 | ||||
별 헤는 밤
- 윤동주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거외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
||||||
2. |
| 2:08 | ||||
★*…뎃 상 -김 광 균 시
1 향료를 뿌린 듯 곱다란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머언 고가선 위에 밤이 켜진다 2 구름은 보라 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목장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
||||||
3. |
| 2:17 | ||||
★*… 전 화 -마 종 기 시
당신이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당신 방의 책장을 지금 잘게 흔들고 있을 전화 종소리. 수화기를 오래 귀에 대고 맑은 전화 소리가 당신 방을 완전히 채울 때 까지 기다립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출에서 돌아와 문을 열 때, 내가 이 구석에서 보낸 모든 전화소리가 당신에게 쏟아져서 그 입술 근처나 가슴 근처에서 비벼대고 은근한 소리의 눈으로 당신을 밤새 지켜볼 수 있도록, 다시 전화를 겁니다. 신호가 가는 소리. |
||||||
4. |
| - | ||||
5. |
| 2:19 | ||||
★*…어떤 귀로 - 박 재 삼 시
새벽 서릿길을 밟으며 어머니는 장사를 나가셨다가 촉촉한 밤이슬에 젖으며 우리들 머리맡으로 돌아오셨다. 선반엔 꿀단지가 채워져 있기는 커녕 먼지만 부옇게 쌓여있는데, 빚으로도 못갚는 땟국물 같은 어린 것들이 방안에 제멋대로 딩굴어져 자는데, 보는 이 없는 것, 이마 위에 이고 온 별빛을 풀어놓는다. 소매에 묻히고 온 달빛을 털어 놓는다. |
||||||
6. |
| 2:13 | ||||
★*…5 월 - 김 영 랑 시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진다 바람은 넘실 천 이랑 만 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길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
||||||
7. |
| - | ||||
8. |
| 4:11 | ||||
9. |
| 3:28 | ||||
★*…초 상
-조 병 화 시 내가 맨처럼 그대를 보았을 땐 세상엔 아름다운 사람도 살고 있구나 생각하였지요. 두 번째 그대를 보았을 땐 사랑하고 싶어졌지요. 번화한 거리에서 내가 그대를 보았을 땐 남 모르게 호사스런 고독을 느꼈지요. 그리하여 마지막 내가 그대를 만났을 땐 아주 잊어버리자고 슬퍼하며 미친듯이 바다기슭을 달름질쳐 갔습니다. |
||||||
10. |
| - | ||||
11. |
| 1:36 | ||||
12. |
| 1:16 | ||||
13. |
| 3:38 | ||||
♣ 송 가 ~^* -양 명 문 詩
-내가 향기로운 술과 석류즙으로 너를 마시게 하리로다. 아가(雅歌)- 되도록이면- 나무이기를, 나무 중에서도 소나무이기를, 생각하는 나무, 춤추는 나무이기를, 춤추는 나무 봉우리에 앉아 모가지를 길게 뽑아 늘이우고 생각하는 학이기를, 속삭이는 잎새며, 가지며, 가지 끝에 피어나는 꽃이며, 꽃가루이기를 어디서 뽑아 올린 것일까 당신의 살갗이나 뺨이나 입시울에서 내뿜는 그것보다도 훨씬 더 향기로운 이 높은 향기는, 되도록이면- 바위이기를, 침묵에 잠긴 바위이기를, 웃는 바위, 헤엄치며 웃는 바위, 그 바위 등에 엎드려, 목을 뽑아 올리고, 묵상에 잠긴 그 거북이기를, 거북의 사색이기를, 그 바위와 거북의 등을 어루만지는 푸른 물결이기를, 또한 그 바위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 붙어 새끼를 치며 산호이기를 진주알을 배고 와 뒹구는 조개이기를. 어디서 그런 재주들을 배워 왔을까. 당신의 슬기로운 예지로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그 오묘한 비밀, 그지없이 기특하기만 한 생김새 다시없는 질서, 바늘끝 마치도 빈틈없고 헛점없는 이들의 엄연한 질서, 이 줄기찬 생활이여! 되도록이면- 과일이기를, 과일 중에도 청포도이기를, 청포도 송이의 겸허한 모습이기를, 그 포도알처럼 맑고 투명한 마음씨이기를, 표정이기를, 그 포도알 속에 살고 있는 저 주신(酒神)바커스의 어질고도 용감한 기품이기를 어디서 이 크나큰 생명은, 맥박쳐 오는 것일까, 그 무엇도 침범키 어려운, 이 장엄한 행진의 힘 당신의 혈관 속이나 세포처럼 독균의 침입을 입지않은 순수한 내부조직 아, 이 눈부신 산림이여, 사랑이여! 양명문 (楊明文, 1913.11.1-1985.11.21) 호 자문(紫門). 평양 출생. 1942년 일본 도쿄센슈[東京專修]대학 법학부를 졸업하였다. 1939년 27편의 시를 수록한 처녀시집 《화수원(華愁園)》을 발간하여 시단에 등단하였으며, 1 ·4후퇴 때 월남하여 종군작가로 활약하였다. 1956∼1960년 자유문학자협회 중앙위원, 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 중앙위원, 1957∼1974년 펜클럽한국본부 중앙위원, 1957∼1960년 시인협회 이사를 역임하였고, 1957년 국제 펜클럽대회 한국대표로 참석하였다. 1960∼1965년 이화여자대학 교수, 1965∼1979년 국제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1981∼1985년 세종대학 초청교수를 지냈다. 그의 시는 언어의 섬세하고 연약한 기교미를 배척하고 솟구쳐 오르는 느낌과 생각을 그대로 직정적(直情的)으로 토로하는 특징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민국문학상을 받았다. 작품에는 시집 《송가(頌歌)》 《푸른 전설》 《화성인》 《지구촌》, 시선집으로 《이목구비》 《묵시록》, 장편 서사시 《원효》 등 다수가 있다 |
||||||
14. |
| - | ||||
15. |
| 2:08 | ||||
♣ 복 종 ~^*
-한용운 詩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 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 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
||||||
16. |
| - | ||||
17. |
| 2:41 | ||||
★*…하일소경
- 이 장 희 시 운모같이 빛나는 서늘한 테이블 부드러운 얼음 설탕 우유 피보다 무르녹은 딸기를 담은 유리잔 얇은 옷을 입은 저윽히 고달픈 새악씨는 기름한 속눈썹을 깔아 맞히며 가냘픈 손에 들은 은사시로 유리잔의 살찐 딸기를 부스노라면 담홍색의 청량제가 꽃물같이 흔들린다. 은사시에 옮기인 꽃물은 새악씨의 고요한 입술을 앵도보다 곱게도 물들인다. 새악씨는 달콤한 꿀을 마시는 듯 그 얼굴은 푸른 잎사귀같이 빛나고 콧마루의 수은 같은 땀은 벌써 사라졌다. 그것은 밝은 하늘을 비친 작은 못 가운데서 거울같이 피어난 연꽃의 이슬을 헤엄치는 백조가 삼키는 듯하다. |
||||||
18.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