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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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 그늘
- 백기만 시 훌륭한 그이가 우리 집을 찾아왔을 때 이상하게도 두 뺨이 타오르고 가슴은 두근거렸어요.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없이 바느질만 하였어요. 훌륭한 그이가 우리 집을 떠날 때에도 여전히 그저 바느질만 하였어요. 하지만 어머니, 제가 무엇을 그이에게 선물하였는지 아십니까? 나는 그이가 돌아간 뒤에 뜰 앞 은행나무 그늘에서 달콤하고도 부드러운 노래를 불렀어요. 우리 집 작은 고양이는 봄볕을 흠뻑 안고 나무 가지 옆에 앉아 눈을 반만 감고 내 노래소리를 듣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머니, 내 노래가 무엇을 말하였는지 누가 알으시리까? 저녁이 되어 그리운 붉은 등불이 많은 꿈을 가지고 왔을 때 어머니는 젖먹이를 잠 재려 자장가를 부르며 아버지를 기다리는데 나는 어머니 방에 있는 조그만 내 책상에 고달픈 몸을 실리고 뜻도 없는 책을 보고 있어요. 하지만 어머니, 제가 무엇을 그 책에서 보고 있었는지 모르시리다. 어머니, 나는 꿈에 그이를, 그이를 보았어요. 흰 옷 입고 초록 띠 드리운 성자 같은 그이를 보았어요. 그 흰 옷과 초록 띠가 어떻게 내 마음을 흔들었는지 누가 아시리까? 오늘도 은행나무 그늘에는 가는 노래가 떠돕니다. 고양이는 나무 가지 옆에서 어제 같이 조을고요. 하지만 그 노래는 늦은 봄 바람처럼 괴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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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 1:37 | ||||
♣ 백목련을 꺾던 밤
- 신석정 시 너와 내가 백목련을 꺾던 밤은 달이 유달리도 밝은 밤이었다. 백공작 같은 그 가슴에 안길 백목련을 생각하며 나는 그 밤을 새워야 했다. 인젠 하얀 꽃이파리가 상장(喪章)처럼 초라하게 지는데 시방 나는 백목련나무 아랠 지나면서 그 손을 그 가슴을 그 심장을 어루만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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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 1:40 | ||||
♣ 별의 아픔 ~^*
-남궁 벽 詩 임이시여. 나의 임이시여. 당신은 어린 아이가 뒹글을 때에 감응적으로 깜짝 놀라신 일이 없으십니까. 임이시여. 나의 임이시여. 당신은 세상 사람들이 지상의 꽃을 비틀어 꺾을 때에 천상의 별이 아파한다고는 생각지 않으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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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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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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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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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문에 기대어
- 송수권 시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날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盞)은 마시고 한 잔(盞)은 비워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 옴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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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 1:35 | ||||
♣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김소월 시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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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 3:10 | ||||
13. |
| 3:20 | ||||
♣ 꽃잎이 달린 화살
- 허유 시 꽃잎이 달린 화살을 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것을 만들었다. 스무해 전 가슴의 가장 아래쪽에 차린 공장에서 낱낱이 정성들여 제조하여 먼데로 쏘았다. 등기편지처럼 틀림없이 가 닿아서 꽃히리라고 빌면서 쏘았다. 화살이 닿인 소녀, 화살이 닿인 하늘, 화살이 닿인 미래는 꽃잎 같이 기별을 보내왔다. 얼마 전 나는 며칠 휴가를 얻어 그때 쏘았던 화살들을 회수하러 나섰다. 그러나 소녀는 죽고, 하늘은 더러워졌고, 미래는 공석이었다. 꽃잎이 달닌 화살은 아무데도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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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 2:07 | ||||
♣ 여 인
- 한하운 시 눈여겨 낮익은 듯한 여인하나 어깨 넓직한 사나이와 함께 나란희 아가를 거느리고 내앞을 무사희 지나간다 아무리 보아도 나이가 스무 살 남짓한 저 여인은 뒷모습 걸음걸이 하며 몸맵시 틀림없는 저.....누구라 할까... 어쩌면 엷은 입술 혀끝에 맴도는 이름이요! 어쩌면 아슬아슬 눈 감길 듯 떠오르는 추억이요! 옛날엔 아무렇게나 행복해 버렸나보지 아니 아니 정말로 이제금 행복해 버렸나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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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 3:17 | ||||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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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 1:49 | ||||
♣ 처 녀 무(處女舞)
-유경환 시 물동이에 달빛 빠져 처녀 달을 이고 간다. 나흘 나흘 달가루 넘쳐 흘러 여드레 눈썰미에 물이 찧어 자락 끝에 부서지고 안 잡히는 마음은 가슴 끝에 별 되어 디즈니의 마차처럼 빈 들판에 깔리는데 처녀 물동이 이고 그믐의 들판으로, 나흔 나흘 여드레 보림길 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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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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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 2:45 | ||||
20. |
| 5:31 | ||||
♠ 우중의 다리 위를 거닐며
-정공채 詩 기억(記憶)의 자욱한 비안개가 다리 위에 와서 머문다. 젖은 비는 우산을 타고 내리고 나는 행복한척 부루우스를 출까. 천대 받는 빨가벗은 나의 가난한 빨가벗은 뒷다리는 빗물에 젖으면서 나는 어젯밤 전차가 꽃잎을 많이 죽인 아픈 기억의 다리 위를 거닌다. 우중(雨中)에 다리 위를 거닐면 걸린 비안개는 밤으로 젖어가고 나는 다리 위에서 담배를 피워 문다. 하늘은 우산 위에 밤비로 내리고 담배를 든 나의 손에는 빨간 꽃 탄다. 전쟁이 오던 그해 여름까지 살았던 당신 사랑의 입술 같아 나의 입에 가져 가면 나의 쓰린 입술에 쬐고맣게 빨갛구나! 사색(思索)의 왼손에 끼인 담배는 우산 밑에 있고 한손은 열심히 우산을 받으면서 우중의 다리 위를 나는 왜 거닐까. 지금은 위험한 상황에 있으면서 자본의 물결처럼 부루우스를 출까. 전후(戰後)에 뼈저린 비는 자꾸 자꾸 내리고 우산을 버려라! 우산을 버려라! 무에 급하냐지만 지금은 다리 위다. 오늘 우리 청춘은 우중에 서서 다리 위에서 다리 위에서 이렇게 가슴이 아프다. 어젯밤 수면(水面)위로 대부분 꽃닢 지고 혹은 남의 여자는 외인(外人)과 손을 잡았다. 전차의 무지한 바퀴가 딩굴고 간 자리 한번 죽은 입술은 다시 피어 안 오른다. 결국은 검어도 영가(靈歌)를 부르는 낡은 마차 버려진 창고모퉁이에 기댄 영가(靈歌)를 노래하는 입술 무딘 검둥이 같이 이제 우중의 다리 위를 나는 거닐며 전후의 목쉰 노래로 안타깝게 목쉰다. 비오는 우산 위로 하늘은 들었던 우산을 던져라! 우산을 던져라! 얼굴은 찡그린대로 슬퍼도 기쁜듯이 무덤에 잔디꽃 많이 피운 전후를 외운다. 강(江)만 건느면 아무리 우중이지만 강(江)을 건느면 잠깐을 함께 잘 여자는 있어도 나는 여전히 전차에 깔린 꽃의 당신만, 전후에 뼈저린 비가 줄줄이 내리는 지금은 위험한 우중을 걸으며 다리 위에서 나의 청춘도 비를 맞고 조용히 죽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