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
1. |
| 3:35 | ||||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
2. |
| 3:12 | ||||
★*…자 화 상
-윤 동 주 시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읍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
||||||
3. |
| 5:27 | ||||
♣ 기도서 ~^*
-추영수 詩 주여 ! 바위 옆에 꿇어앉아 바위로 굳는 저는 무엇이옵니까? 겨울 나뭇가지 옆에 끼여 생명 잃은 나뭇가지로 바람에 시달리는 저는 또 무엇입니까? 주여 ! 빛바랜 잔디 위에 엎드려 나를 모르는 저는 또 무엇이옵니까? 주여 ! 오늘도 저는 생선가게 자판 위에서 토막 친 생선이 되어 누워 있었습니다 오늘도 저는 고삐 매인 염소 새끼가 되어 몰이꾼의 뒤를 따랐습니다 오늘도 저는 무거운 짐을 이고 땀 흘리며 가는 방물장수의 등에 업힌 애기가 되었습니다 주여 ! 수없이 병들어 죽는 저를 보았습니다 수없이 달리는 차와 함께 뒹구는 저를 보았습니다 수없이 검은 손을 흔들어 간교히 제 목숨만 빠져나가는 저를 보았습니다 주여 ! 저의 참 영혼을 불러 주시옵소서 저의 참 영혼을 보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제 내 먼 길 떠나 어느 만큼이나 왔습니까? 설움이 흘러넘칠세라 내 항아리 싸안을 노을빛 마음 자락은 얼마만큼 익어 가고 있습니까? 돌팔매 던져도 감싸 안고 잔잔히 흐르던 강물은 또 어디만큼 흘러갔습니까? 이제금 외줄에 매달린 광대인 양 흐느끼고 목숨은 아직도 다하지 않았습니까? 울음 그친 하늘이 저만큼 물러서선 또 무엇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주여 ! 비워 주시옵소서. 당신의 빛항아리만큼이나 온전히 비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당신을 뵙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닮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물들게 하여 주시옵고 당신을 노래하게 하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나를 보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나를 알게 하여 주시옵고 그리하여, 참 내 여정을 진작케 하여 주시옵고― 주여 ! 창 밖 마른 나뭇가지가 하느님의 은총으로 물기를 되찾듯 메마른 내 영혼에 생수를 내려 주시옵소서. 겨울 나뭇가지에 매달려 간동히 말라버린 생명 잃은 고엽 위에도 관 속의 아이로 눈 감은 시신 위에도― 주여 ! 오뇌하게 하시 옵소서. 이 평안의 꽃방석에서 바는 방석의 고행을 절감케 하시옵고 근시의 백태를 벗기어 눈 뜨게 하시옵소서. 내 이웃의 설움을 함께 나누고 내 이웃의 안녕을 진심으로 기뻐하게 하시옵소서. 주여 ! 육교 위에 엎드려 나를 향해 벌리는 때 묻은 손목을 잡고 애통하는 순수를 주시옵소서. 찢어지는 가슴을 주시옵고 각혈로 흘러버리는 내 피를 나누어 갖는 끓는 가슴을 주시옵소서. 우리들 마음 바닥에 깔려 있는 동정일랑 거두어 주시옵소서. 주여 ! 진심으로 내가 네가 될 수 있고 또 네가 내가 될 수 있는 본래의 나를 되찾게 하시옵소서. |
||||||
4. |
| 2:06 | ||||
★*… 낙 화 (落花)
-이 형기 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
5. |
| 2:00 | ||||
★*…농 무
- 신 경림 시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벼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
||||||
6. |
| 2:15 | ||||
7. |
| - | ||||
8. |
| 1:37 | ||||
★*…첫 서 리
- 김 종길 시 오늘 아침엔 바람이 차왔어요 밖에 나갔던 동생이 그랬어요 웃는 두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차운 두 손을 홀홀 불었어요 벌써 그렇게 춥다고 하느냐고 놀려 줄래도 놀릴 수 없잖아요? 밤새에 내린 첫서리 시리다고 단풍잎새도 저렇게 붉었는데··· |
||||||
9. |
| - | ||||
10. |
| 3:25 | ||||
★*… 나그네
- 박 목월 시 -술 익은 강마을의 저녁노을이여 -芝薰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
11. |
| - | ||||
12. |
| - | ||||
13. |
| - | ||||
14. |
| 3:11 | ||||
★*…해곡 3장
- 양 주동 시 1 임 실은 배 아니언만 하늘 가에 돌아가는 흰 돛을 보면 까닭 없이 이 마음 그립습내다. 호올로 바닷가에 가서 장산에 지는 해 바라보노라니 나도 모르게 밀물이 발을 적시 옵내다. 2 아침이면 해 뜨자 바위 위에 굴 캐러 가고요 저녁이면 옅은 물에서 소라도 줍고요. 물결 없는 밤에는 고기잡이 배 타고 달래섬 갔다가 안 물리면 달만 싣고 돌아오지요. 3 그대여 시를 쓰라거든 바다로 오시오. 바다 같은 숨을 쉬라거든. 임이여 사랑을 하랴거든 바다로 오시오. 바다 같은 정열에 잠기랴거든. |
||||||
15. |
| 1:45 |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 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 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
||||||
16. |
| - | ||||
17. |
| 2:47 | ||||
18. |
| - | ||||
19. |
| 2:13 | ||||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 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
||||||
20. |
| 5:13 | ||||
★*…벌거숭이의 노래
-김 형원 시 1 나는 벌거숭이다. 옷 같은 것은 나에게 쓸데없다. 나는 벌거숭이다. 제도 인습은 고인의 옷이다. 나는 벌거숭이다. 시비도 모르고 선악도 모르는. 2 나는 벌거숭이다. 그러나 나는 두루마기까지 갖추어 단정히 옷을 입은 제도와 인습에 추파를 보내어 악수하는 썩은 내가 물신물신 나는 구도덕에 코를 박은. 본능의 폭풍 앞에 힘없이 항복한 어린 풀이다. 3 나는 어린 풀이다. 나는 벌거숭이다. 나에게는 오직 생장이 있을 뿐이다. 태양과 모든 성신(星辰)운명하기 까지. 나에게는 생명의 감로가 나를 뿐이다. 온 누리의 모든 생명들로 더불어 나는 영원히 생장의 축배를 올리련다. 4 그리하여 나는 노래하려 한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감투를 쓴 사람으로부터 똥통을 우주로 아는 구더기까지. 그러나 형제들아! 내가 그대들에게 이러한 노래를 (모순되는 듯한 나의 노래를) 서슴지 않고 보내는 것을 기뻐하라. 새로운 종족아! 나의 형제들아! 그대들은 떨어진 옷을 벗어 던지자 절망의 어둔 함굴을 벗어나고자 힘을 쓰자. 5 강장한 새로운 종족들아! 아침 해는 금노을을 친다. 생장의 밭은 아직도 처녀이다 개척의 팽이를 들었느냐? 핏기 있는 알몸으로 춤을 추며. 굳세인 목소리로 합창을 하자.- 6 나는 벌거숭이다. 우리는 벌거숭이다. 개성은 우리의 뿌릴 <생명의 씨>이다. 우리의 밭에는 천재지변도 없다. 우리는 오직 어린 풀과 함께 햇빛을 먹고 마시고 입고. 길이길이 노래만 하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