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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 ||||
from 정태춘 & 박은옥 4집 - 정태춘 박은옥 (1984)
그대 고운 목소리에 내 마음 흔들리고
나도 모르게 어느새 사랑하게 되었네 깊은 밤에도 잠 못들고 그대 모습만 떠올라 사랑은 이렇게 말없이 와서 내 온마음을 사로잡네 음 달빛 밝은 밤이면 음 그리움도 깊어 어이 홀로 새울까 견디기 힘든 이밤 그대 오소서 이 밤길로 달빛 아래 고요히 떨리는 내 손을 잡아주오 내 더운 가슴 안아주오 음 달빛 밝은 밤이면 음 그리움도 깊어 어이 홀로 새울까 견디기 힘든 이밤 그대 오소서 이 밤길로 달빛 아래 고요히 떨리는 내 손을 잡아 주오 내 더운 가슴 안아 주오 떨리는 내 손을 잡아 주오 내 더운 가슴 안아 주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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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 ||||
from 정태춘 & 박은옥 4집 - 정태춘 박은옥 (1984)
새벽 이슬 맞고 떠나와서 어스름 저녁에
산길 돌고 별빛 속에 묻혀 잠이 들다 저승처럼 먼 길에 꿈을 꾸고 첫 새벽 추위에 잠이 깨어 흰 안개 속에서 눈 부빈다 물 도랑 건너다 손 담그고 보리밭 둑에서 앉았다가 소나무 숲 사이로 길을 돌며 먹구름 잔치에 깜짝 놀라 먼길을 서둘러 떠나야지 소낙비 맞으며 또 가야지 산 아래 마을엔 해가 지고 저녁 짓는 연기 들을 덮네 멀리 딴 동네 개가 짖고 아이들 빈 들에 공을 치네 어미마다 제 아이 불러가고 내가 그 빈 들에 홀로 섰네 낮에 들판에서 불던 바람 이제는 차가운 달이 됐네 한낮에 애들이 놀던 풀길 풀잎이 이슬을 먹고 있네 이제는 그 길을 내가 가네 나도 애들처럼 밟고 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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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 ||||
from 정태춘 & 박은옥 4집 - 정태춘 박은옥 (1984)
갈바람 소리에 두눈을 감으면 내가 서있는곳은 어디인고
나는 누구 인고 옷자락에 스미는 찬바람의 움추림 나는 외로운 산길의 나그네로구나 하얀 달 빛 아래 고개를 숙이면 내가 서있는 곳은 어디인고 나는 누구 인고 풀밭아래 몸을 털고 먼곳을 향해 떠나는 나는 외로운 밤길의 나그네로구나 찬새벽 이슬에 단잠이 깨이면 내가 있는곳은 어디인고 나는 누구 인고 근심스런 눈빛으로 웃듯이 떠난 나는 나는 내 먼길을 헤메는 나그네로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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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 | ||||
from 정태춘 & 박은옥 4집 - 정태춘 박은옥 (1984)
지나가버린 과거의 기억 속에서 우리는
무얼 얻나 노래 부르는 시인의 입을 통해서 우리는 무얼 얻나 모두 알고 있는 과오가 되풀이되고 항상 방황하는 마음 가눌 길 없는데 사랑은 거리에서 떠돌고 운명은 약속하질 않는데 소리도 없이 스치는 바람 속에서 우리는 무얼 듣나 저녁 하늘에 번지는 노을 속에서 우리는 무얼 느끼나 오늘은 또 순간처럼 우리 곁을 떠나고 또 오는 그 하루를 잠시 멈추게 할 수도 없는데 시간은 영원 속에서 돌고 우리 곁엔 영원한게 없는데 부슬부슬 내리는 밤비 속에서 우리는 무얼 듣나 빗소리에 무거운 어둠 속에서 우리는 무얼 느끼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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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 ||||
from 정태춘 & 박은옥 4집 - 정태춘 박은옥 (1984)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곳이 어드메뇨 강남길로 해남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 물결 너머로 어둠속으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갈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없이 꾸밈없이 홀로 떠나가는 배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곳이 어드메뇨 강남길로 해남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 물결 너머로 어둠속으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갈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없이 꾸밈없이 홀로 떠나가는 배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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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 | ||||
from 정태춘 & 박은옥 4집 - 정태춘 박은옥 (1984)
사랑하고 싶소, 예쁜 여자와 말이오 엄청난
내 정열을 쏟아 붓고 싶소 결혼하고 싶소, 착한 여자와 말이오 순진한 내 청춘을 모두 바치고 싶소 내가 살아 있오, 내가 살고 있오 크고 작은 고뇌와 희열속에 멋도 모르고 얘기하고 싶소, 뛰노는 저 애들과 말이오 반짝이는 그 눈망울도 바라보고 싶소 안겨 보고 싶소, 저 푸른 하늘에 말이오 우리 모두의 소망처럼 느껴 보고 싶소 내가 살아 있오, 내가 살고 있오 크고 작은 기대와 소망속에 멋도 모르고 돌아가고 싶소, 내 고향으로 말이오 훌륭한 선친들의 말씀듣고 싶소 떠나가고 싶소, 먼 타향으로 말이오 내 나라 삼천리 두루 다니고 싶소 내가 살아 있오, 내가 살고 있오 크고 작은 애착과 갈망 속에 멋도 모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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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 | ||||
from 정태춘 & 박은옥 4집 - 정태춘 박은옥 (1984)
길 잃은 작은 새는 어디로 갔나 연약한
날개도 애처로운데 지난밤 나그네는 어디로 갔나 바람도 거세인 이 들판에 사랑으로 맞아주렴 우리는 모두가 외로우니까 따뜻하게 반겨주렴 언제라도 반가운 손님처럼 갑자기 누구라도 올 듯하여 설레임 속에서 기다리는데 스치는 바람결에 들려오는 외로운 나그네의 노랫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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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4집 - 정태춘 박은옥 (1984)
창문을 열고 음, 내다 봐요 저 높은
곳에 우뚝 걸린 깃발 펄럭이며 당신의 텅 빈 가슴으로 불어오는 더운 열기의 세찬 바람 살며시 눈감고 들어 봐요 먼 대지 위를 달리는 사나운 말처럼 당신의 고요한 가슴으로 닥쳐오는 숨가쁜 벗들의 말발굽 소리 누가 내게 손수건 한 장 던져 주리오 내 작은 가슴에 얹어 주리오 누가 내게 탈춤의 장단을 쳐 주리오 그 장단에 춤추게 하리오 우산을 접고 비 맞아 봐요 하늘은 더욱 가까운 곳으로 다가와서 당신의 그늘진 마음에 비 뿌리는 젖은 대기의 애틋한 우수 누가 내게 다가와서 말 건네 주리오 내 작은 손 잡아 주리오 누가 내 운명의 길동무 되어 주리오 어린 시인의 벗 되어 주리오 ※ 나는 고독의 친구, 방황의 친구 ※ 상념 끊기지 않는 번민의 시인이라도 좋겠소 ※ 나는 일몰의 고갯길을 넘어가는 고행의 방랑자처럼 ※ 하늘에 비낀 노을 바라보며 ※ 시인의 마을에 밤이 오는 소릴 들을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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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4집 - 정태춘 박은옥 (1984)
따뜻한 웃음으로 바르게 팔고
오가는 인정속에 믿으며 사면 밝은 거래 꽃피는 장바구니엔 한 아름 담겨오는 흐뭇한 사랑 아아 믿음속 상거래로 만들자 밝고 따뜻한 사회 아아 믿음속 상거래로 만들자 밝고 따뜻한 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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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4집 - 정태춘 박은옥 (1984)
담 넘어 뒷집의 젊은 총각 구성진
노래를 잘도 하더니 겨울이 다 가고 봄 바람 부니 새벽밥 해 먹고 머슴 가더라 산너머 구수한 박수 무당 굿거리 푸념을 잘도 하더니 제 몸에 병이 나 굿도 못하고 신장대만 붙들고 앓고 있더라 어리야디야 어리얼싸 어리야디야 앓고 있더라 길 건너 첫 집의 젊은 과부 수절을 한다고 아깝다더니 정 들은 이웃에 인사도 없이 그 춥던 간밤에 떠났다더라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온다 하기 동네 긴 골목을 뛰어가보니 동구 밖 너머론 바람만 불고 초저녁 단잠의 꿈이더라 어리야디야 어리얼싸 어리야디야 꿈이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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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4집 - 정태춘 박은옥 (1984)
지나가버린 과거의 기억속에서 우리는 무얼 얻나
노래부르는 시인의 입을 통해서 우리는 무얼 얻나 모두 알고 과오가 되풀이 되고 항상 방황하는 가눌길 없는데 사랑은 거리에서 떠돌고 운명은 약속하질 않는데 소리도 없이 스치는 바람속에서 우리는 무얼듣나 저녁하늘에 번지는 노을속에서 우리는 무얼 느끼나 오늘은 또 순간처럼 우리 곁을 떠나고 또 오는 그하루를 잠시 멈추게 할수도 없는데 시간은 영원속에서 돌고 우리곁엔 영원한게 없는데 부슬부슬 내리는 밤비 속에서 우리는 무얼 듣나 빗소리에 무거운 어둠 속에서 우리는 무얼 느끼나 빗소리에 무거운 어둠속에서 우리는 무얼느끼나 우리는 음음 우리는 음음 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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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4집 - 정태춘 박은옥 (1984)
소리 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 오면 창가에 촛불 밝혀 두리라 외로움을 태우리라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사랑은 불빛아래 흔들리며 내 마음 사로 잡는데 차갑게 식지 않은 미련은 촛불처럼 타오르네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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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4집 - 정태춘 박은옥 (1984)
승냥이 울음 따라 따라간다 별빛 차가운
저 숲길을 시냇가 물소리도 가까이 들린다 어서어서 가자 길섶의 풀벌레도 저리 우니 석가세존이 다녀가셨나 본당의 목탁소리 귀에 익으니 어서어서 가자 이 발길 따라 오던 속세 물결도 억겁속으로 사라지고 멀고 먼 뒤를 보면 부르지도 못할 이름없는 수많은 중생들 추녀 끝에 떨어지는 풍경 소리만 극락 왕생하고 어머님 생전에 출가한 이 몸 돌 계단의 발길도 무거운데 한수야 부르는 쉰 목소리에 멈춰 서서 돌아보니 따라온 승냥이 울음소리만 뒤돌아서 멀어지네 주지스님의 마른 기침 소리에 새벽 옅은 잠 깨어나니 만리길 너머 파도소리처럼 꿈은 밀려나고 속세로 달아났던 쇠북소리도 여기 산사에 울려 퍼지니 생노병사의 깊은 번뇌가 다시 찾아온다 잠을 씻으려 약수를 뜨니 그릇 속에는 아이 얼굴 아저씨하고 부를 듯하여 얼른 마시고 돌아서면 뒷전에 있던 동자승이 눈 부비며 인사하고 합장해 주는 내 손 끝 멀리 햇살이 떠 올라 오는데 한수야 부르는 맑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해탈 스님의 은은한 미소가 법당 마루에 빛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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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4집 - 정태춘 박은옥 (1984)
하늘 위에 눈으로 그려 놓은 당신 얼굴
구름처럼 흩어져 오래 볼 수가 없네 산봉우리가 구름에 갇히어 있듯이 내 마음 외로움에 갇히어 버렸네 너무나 보고 싶어 두눈을 감아도 다시는 못 만날 애달픈 내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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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 | ||||
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봉숭아
초저녁 별빛은 초롱해도 이 밤이 다하면 질 터인데 그리운 내 님은 어딜 가고 저 별이 지기를 기다리나 손톱 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 밤만 지나면 질 터인데 손가락마다 무명실 매어주던 곱디고운 내 님은 어딜 갔나 별 사이로 맑은 달 구름 걷혀 나타나듯 고운 내 님 웃는 얼굴 어둠 뚫고 나타났소 초롱한 저 별빛이 지기 전에 구름 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 끝에 봉숭아 지기 전에 그리운 내 님도 돌아오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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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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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바람아 너는 어디있니 내 연을 날려줘
저 들가에 저 들가에 눈 내리기전에 그 외딴집 굴뜩 위로 흰 연기 오르니 바람아 내 연을 날려줘 그 아이네 집 하늘로 바람아 너는 어디갔니 내 연을 날려줘 저 먼산에, 저 먼산에 달 떠오르기전에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산 쪽으로 가는데 바람아 내 연을 날려줘 저 어스름 동산으로 바람아 너는 어디있니 내 연을 날려줘 저 하늘 끝 저 하늘 끝 가보고 싶은 땅 얼레는 끝없이 돌고 또 돌아도 그 자리 바람아 내 연을 날려줘 들판 건너 산을 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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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이제는 사랑하게 하소서 여기 마음 가난한 사람들
길목마다 어둠이 내리고 벌써 문이 닫혀요 자, 돌아서지 말아요 오늘밤의 꿈을 받아요 홀로 맞을 긴 밤 새에 포근하게 잠든 새에 당신 곁을 스쳐갈 나는 바람이여요 이제 곧 어두운 골목길에도 발자욱 소리 그치면 어둠처럼 고이 고이 당신곁에 갈테요 밤하늘 구름 저 너머 당신 꿈을 펼치고 못 다한 사랑 이야길랑 내게 말해 주세요 고운 사랑 전해 줄 나는 바람이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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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저 어둔 밤 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빈 거릴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속으로 새벽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오 강물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히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때 우리 이젠 새벽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오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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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 | ||||
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저산꼭대기 아버지무덤
거친 베옷입고 누우신 그 바람 모서리 나오늘다시 찾아가네 바람거센 갯벌위로 우뚝솟은 그 꼭대기 인적 없는 민둥산에 외로워라 무덤하나 지금은 차가운 바람만 스쳐갈뿐 아 향불 내음도 없을 갯벌향해 뻗으신 손발 시리지 않게 잔부으러 나는 가네. 저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모진 세파속을 헤치다 이제 잠드신 자리 나오늘 다시 찾아가네 길도 없는 언덕 베기에 향포자락 휘날리며 요랑소리 따라가며 숨가쁘던 그언덕길 지금은 싸늘한 달빚만 내리비칠 아..작은 비석도 없는 이승에서 못다하신 그말씀 들으러 잔부으러 나는 가네. 저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지친 걸음 이제 여기와 홀로 쉬시는 자리 나오늘 다시 찾아가네 펄럭이는 만장너머 따라오던 조객들도 먼길 가던 만가소리 이제 다시 생각할까 지금은 어디서 어둠만 내려올뿐 아 ..석상 하나도 없는 다시볼수 없는분 그모습 기리러 잔부르러 나는 가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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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 ||||
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저무는 이 거리에 바람이불고 돌아가는 발길마다 무거운데
화사한 가로등 불빛넘어 뿌연 하늘에 초라한 작은 달 오늘밤도 그 누구의 밤길지키려 어둔 골목골목까지따라와 취한발길 무겁게 막아서는 아~ 차가운 서울의 달. 한낮의 그림자도 사라지고 마주치는 눈길마다 피곤한데 고향잃은 사람들의 어깨위로 또한 무거운 짐이되어 얹힌 달 오늘밤도 어느산길 어느들판에 그 처연한 빛을 모두뿌리고 밤새워 이 거리 서성대는 아~고단한 서울의 달 밤새워 이 거리 서성대는 아~고단한 서울의 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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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눈물에 옷자락이 젖어도 갈 길은 머나먼데
고요히 잡아주는 손 있어 서러움을 더해 주나 저 사공이 나를 태우고 노 저어 떠나면 또 다른 나루에 내리면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서해 먼 바다 위론 노을이 비단결처럼 고운데 나 떠나가는 배의 물결은 멀리 멀리 퍼져간다 꿈을 꾸는 저녁 바다에 갈매기 날아가고 섬 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 물결 따라 멀어져 간다 어두워지는 저녁 바다에 섬 그늘 길게 누워도 뱃길에 살랑대는 바람은 잠잘 줄을 모르네 저 사공은 노만 저을 뿐 한 마디 말이 없고 뱃전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에 육지 소식 전해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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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 ||||
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애고 도솔천아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선말 고개 넘어 간다 자갈길에 비틀대며 간다 도두리 뻘 뿌리치고 먼데 찾아 나는 간다 정든 고향 다시 또 보랴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이깟 행차에 흥 난다고 봇짐 든든히 쌌겄는가 시름짐만 한 보따리 간다 간다 나는 간다 길을 막는 새벽 안개 동구 아래 두고 떠나간다 선말산의 소나무들 나팔소리에 깨기 전에 아리랑 고개만 넘어가자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도랑물에 풀잎처럼 인생행로 홀로 떠돌아 간다 졸린 눈은 부벼 뜨고 지친 걸음 재촉하니 도솔천은 그 어드메냐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등 떠미는 언덕 너머 소매 끄는 비탈 아래 시름짐만 또 한보따리 간다 간다 나는 간다 풍우설운 등에 지고 산천 대로 소로 저자길로 만난 사람 헤어지고 헤진 사람 또 만나고 애고, 도솔천아 기차나 탈거나 걸어나 갈거나 누가 노을 비끼는 강변에서 잠든 몸을 깨우나니 시름짐은 어딜 가고 간다 간다 나는 간다 빈 허리에 뒷짐 지고 나 나 선말 고개 넘어서며 오월산의 뻐꾸기야 애고, 도솔천아 도두리뻘 바라보며 보리원의 들바람만 애고, 도솔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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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여드레 팔십리 방랑의 길목엔
남도 해무가 가득하고 어쩌다 꿈에나 만나던 일들이 다도해 섬 사이로 어른대누나 물 건너 제주도 바람 한 자락이 연락선 타고 와 부두에 내리고 뱃전에 밀려온 흰 물결 한 장이 나그네 발 아래 넘실대누나 에 헤야 얼라리여라 노 저어 가는 이도 부러운데 에 헤야 얼라리여라 님 타신 돛배도 물길 따라 가누나 떠나는 연락선 목 메인 고동은 안개에 젖어서 내 귀에 들리고 보내는 맘 같은 부두의 물결은 갈라져 머물다 배 따라 가누나 나오거나 가거나 무심한 갈매기 선창에 건너와 제 울음만 울고 빈 배에 매달려 나부끼는 깃발만 삼학도 유달산 손 잡아 보잔다 에 헤야 얼라리여라 노 저어 가는 이도 부러운데 에 헤야 얼라리여라 님 타신 돛배도 물길 따라 가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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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5집 - 鄭泰春 朴恩玉 (1985)
당신의 고단한 삶에 바람 조차 설운 날
먼 산에는 단풍 지고 바닷물도 차더이다 서편 가득 타오르는 노을 빛에 겨운 님의 가슴 내가 안고 육자배기나 할까요 비바람에 거친 세월도 님의 품에 묻고 여러 십년을 한결같이 눌 바라고 기다리오 기다리다 맺힌 한은 무엇으로 풀으요 저문 언덕에 해도 지면 밤 벌레나 될까요 어찌하리, 어찌하리 버림받은 그 긴 세월 동구 아래 저녁 마을엔 연기만 피어나는데 아, 모두 떠나가 버리고 해지는 고향으로 돌아올줄 모르네 솔밭길로 야산 넘어 갯 바람은 불고 님의 얼굴 노을 빛에 취한듯이 붉은데 곱은 허리 곧추세우고 뒷짐지고 서면 바람에 부푼 황포돛대 오늘 다시 보오리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되돌리기 비나이다 가슴치며 통곡해도 속절없는 그 세월을 아 모두 떠나가 버리고 기다리는 님에게로 돌아올 줄 모르네 당신의 고단한 삶에 노을 빛이 들도 꼬부라진 동구길에 풀벌레만 우는데 저녁 해에긴 그림자도 님의 뜻만 같이 흔들리다 멀어지다 어둠속에 깃드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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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내 고향집 뒷뜰의 해바라기 울타리에
기대어 자고 담 너머 논둑길로 황소마차 덜컹거리며 지나가고 음, 무너진 장독대 틈 사이로 난장이 채송화 피우려 푸석한 스레트 지붕위로 햇살이 비쳐 오겠지 에헤 에헤야, 아침이 올게야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내 고향집 담 그늘의 호랭이 꽃 기세 등등하게 피어나고 따가운 햇살에 개흙 마당 먼지만 폴폴 나고 음, 툇마루 아래 개도 잠이 들고, 뚝딱거리는 괘종 시계만 천천히 천천히 돌아갈게야, 텅 빈 집도 아득하게 에헤 에헤야, 가물어도 좋아라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내 고향 집 장독대의 큰 항아리 거기 술에 담던 들국화 흙담에 매달린 햇마늘 몇 접 어느 자식을 주랴고 음, 실한 놈들은 다 싸 보내고 무지랭이만 겨우 남아도 쓰러지는 울타리 대롱대롱 매달린 저 수세미나 잘 익으면 에헤 에헤야, 어머니 계신 곳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마루 끝 판장문 앞의 무궁화 지는 햇살에 더욱 소담하고 원추리 꽃밭의 실잠자리 저녁 바람에 날개 하늘거리고 음, 텃밭의 꼬부라진 오이 가지 밭고랑 일어서는 어머니 지금 퀴퀴한 헛간에 호미 던지고 어머니는 손을 씻으실 게야 에헤 에헤야, 수제비도 좋아라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내 고향집 마당에 쑥불 피우고 맷방석에 이웃들이 앉아 도시로 떠난 사람들 얘기하며 하늘의 별들을 볼게야 음, 처자들 새하얀 손톱마다 새빨간 봉숭아 물을 들이고 새마을 모자로 모기 쫓으며 꼬박꼬박 졸기도 할게야 에헤 에헤야, 그 별빛도 그리워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에헤 에헤야, 어머니 계신 곳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어릴적 학교길 보리밭엔 문둥이도 아직 있을런지 큰길가 언덕 위 공동 묘지엔 상여 집도 그냥 있을런지 음, 미군부대 철조망 그 안으로 음, 융단같은 골프장 잔디와 이 너머 산비탈 잡초들도 지금 가면 다시 볼 게야 에헤 에헤야, 내 아버지는 그 땅 아래 에헤 에헤야, 내 고향 집 가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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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후미진 아파트 하수구에서 왕모기나
잡으며 하루 종일을 보내는 애들 서울 변두리 학교 앞에는 앳된 병아리를 팔고 비닐 봉지에 사담아 집으로 돌아가는 애들 자연이란 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거친 벌판과 깊은 산과 긴 강물이란 여름이면 그늘 밑으로 겨울이면 양지쪽으로 숨이 차게 옮겨 다니는 저 노인들 모진 세파에 이리 깍이고 저리 구부러진 채 이제 마지막 일만 초조히 기다리는 이들 세월이란 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덧없는 과거와 희망찬 내일이란 미친 운명은 광란처럼 나의 숨통을 조이고 나는 허덕이다 꿈을 깨고 크고 작은 역경 속에서 저 자신을 학대하며 뚫고 나서면 또 거기 시련이 휴식이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마음의 평화와 육신의 안식이란 그의 노래는 별빛도 없는 짙은 어둠 속에서 나와 화사한 그대 향락의 옷자락 끝에 묻어 발길마다 채이며 떨며 매달려 이제 여기까지 따라왔는데 그의 노래는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슬픈 환락과 전도된 가치 속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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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써요 깊은
밤에 일어나 다시 읽어요 매일처럼 외로운 사랑을 적어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보아요 내일 또 만날 걸 알아요 오래 안 볼 수는 없어 하지만 또 떨어져서 이렇게 밤이 오면 화가 나게 미워요 사랑하는 이여 내 맘 모두 가져간 사랑하는 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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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5 | ||||
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고향 하늘에 저 별, 저 별 저 많은
밤 별들 눈에 어리는 그 날, 그 날들이 거기에 빛나네 불어오는 겨울 바람도 상쾌해 어린 날들의 추억이 여기 다시 춤을 추네 춤을 추네 저 맑은 별 빛 아래 한 밤 깊도록 뛰놀던 골목길 그 때 동무들 이제 모두 어른 되어 그 곳을 떠나고 빈 동리 하늘엔 찬 바람결의 북두칠성 나의 머리 위로 그 날의 향수를 쏟아 부어 눈물 젖네 눈물 젖네 나의 옛집은 나도 모르는 젊은 내외의 새 주인 만나고 바깥 사랑채엔 늙으신 어머니, 어린 조카들, 가난한 형수님 아버님 젯상에 둘러 앉은 객지의 형제들 한 밤의 정적과 옛 집의 사랑이 새삼스레 몰려드네 몰려드네 이 벌판 마을에 긴 겨울이 가고 새 봄이 오며는 저 먼 들길 위로 잊고 있던 꿈 같은 아지랭이도 피어오르리라 햇볕이 좋아 얼었던 대지에 새 풀이 돋으면 이 겨울 바람도, 바람의 설움도 잊혀질까 고향집도 고향집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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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아가야, 걸어라 두 발로 서서 아장
아장 할매 손도, 어매 손도 놓고 가슴 펴고 걸어라 흰 고무신, 아니 꽃신 신고 저 넓은 땅이 네 땅이다 삼천리 강산 거칠데 없이, 아가야 걸어라 아가야, 걸어라 두 다리에 힘 주고 겅중 겅중 옆으로 뒤로 두리번거리지 말고 앞을 보고 걸어라 한 발자욱, 그래 두 발자욱 저 앞 길이 환하잖니 가슴에 닿는 바람을 이겨야지, 아가야, 걸어라 아가야, 걸어라 어깨도 펴고 성큼 성큼 송아지 송아지 누렁 송아지 동무하여 걸어라 봄 햇살에 온 누리로 북소리처럼 뛰는 맥박 삼천리라더냐 그 뿐이라더냐, 아가야, 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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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담 넘어 뒷집의 젊은 총각 구성진
노래를 잘도 하더니 겨울이 다 가고 봄 바람 부니 새벽밥 해 먹고 머슴 가더라 산너머 구수한 박수 무당 굿거리 푸념을 잘도 하더니 제 몸에 병이 나 굿도 못하고 신장대만 붙들고 앓고 있더라 어리야디야 어리얼싸 어리야디야 앓고 있더라 길 건너 첫 집의 젊은 과부 수절을 한다고 아깝다더니 정 들은 이웃에 인사도 없이 그 춥던 간밤에 떠났다더라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온다 하기 동네 긴 골목을 뛰어가보니 동구 밖 너머론 바람만 불고 초저녁 단잠의 꿈이더라 어리야디야 어리얼싸 어리야디야 꿈이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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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그 언젠가는 한번쯤 문득 생각이 날지도
몰라 이제 다른 시간 속에서 일기처럼 묻어온 그 날들이 모두 변했다고 말하네, 비밀처럼 감추고 하지만 그 과거 속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나 그래, 우리들이 추억이라 말하는 그 날들은 갔네 이제까지 그랬듯이 그저 어쩌다 생각이 날지라도 음, 나의 과거 속에서 음, 그대 기억 속에서 다만 그렇게, 다만 그렇게 그 언젠가는 한번쯤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서로 변한 모습으로 옛날처럼 만날지도 몰라 애틋한 몸짓으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아름다웠던 지난 날들로 다시 돌아갈 수 없나 그래, 우리들이 추억이라 말하는 그 날들은 갔네 이제까지 그랬듯이 그저 어쩌다 생각이 날지라도 음, 나의 과거 속에서 음, 그대 기억 속에서 다만 그렇게, 다만 그렇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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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도회지에 황혼이 붉게 물들어 오면 여행자의
향수도 어디서 찾아든다 술렁대는 가을 바람에 잎새 떨구는 나무 아래 옷깃 여미고 홀로 섰는 이 사람은 누구냐 은행 나무 찬 바람에 그 잎새 흩어지고 가로등 뿌연 불빛만 초저녁 하늘에 뿌리면 거리마다 바쁜 걸음 스쳐가는 사람 사이 처진 어깨에 발길 무거운 이 사람은 누구냐 땅거미 지고 어둔 변두리 가파른 언덕길로 어느 취객의 노랫소리 숨차게 들려오면 길 가 흩어진 휴지처럼 풀어진 가슴을 안고 그 언덕길 올라가는 이 사람은 누구냐 깊은 밤 하늘 위론 별빛만 칼날처럼 빛나고 언덕 너머 목 쉰 바람만 빈 골목길을 달리는데 창호지 문살 한 귀퉁이 뿌연 등불을 밝히고 거울 보며 일기 쓰는 이 사람은 누구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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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한 밤중의 한 시간 깨어 일어나 어둠
속에 잠 들은 이 세상을 보라 폭풍우 지난 해변처럼 밀려오는 정적만이 피곤한 이 도회지를 감싸 안고 재우는구나 높고 낮은 빌딩 사이, 그 아래 골목마다 어깨끼리 부딪치며 분주히 오가던 그 많은 사람들 눈을 감으면 되살아나는 그네들의 외침 소리 이제 모두 돌아가고 어둠만이 서성대는데 아, 이 밤과 새벽사이, 지나가는 시간 사이 파란 가로등만 외로이 졸고 차가운 그 불빛 아래 스쳐가는 밤 바람만이 어둠의 노래를 속삭이는데 별빛 아래 잠든 도시 침묵같은 그 속삭임 멀고 먼 저 언덕까지 깃발되어 나부껴도 새벽 거리에 내려 앉는 뿌연 안개처럼 이 한 밤의 노래들은 새 아침에 또 숨겨지리라 아, 이 밤과 새벽사이, 스쳐가는 밤 바람 사이 흐르는 시간은 멈추지 않고 졸고 있는 가로등 그늘에 비켜 앉은 어둠만이 바람의 노래를 외고 있는데 이슬 내리는 도로 위엔 일터 나가는 새벽 사람들 무심한 그 발걸음으로 또 하루는 지워지고 저 먼 변두리 하늘위로 새벽별이 빛나고 흔들리는 그 별빛 사이로 새 아침은 또 깨어 나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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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6집 - 戊辰 새 노래 (1988)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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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 | ||||
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음.....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 저 구로 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 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 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 훠이, 훠이...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 오른다. 하늘 높이 훨, 훨, 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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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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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4 | ||||
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우리는 긴긴 철교 위를 달리는 쏜살같은
전철에 지친 몸을 싣고 우리는 그 강물에 빛나던 노을도 진 아, 어두운 한강을 건너 집으로, 집으로 졸며... 우리는 신성한 노동의 오늘 하루 우리들 인생의 소중한 또 하루를 이 강을 건너 다시 지하로 숨어드는 전철에 흔들리며 그저 내맡긴 몸뚱아리로 또 하루를 지우며 가는가 창백한 그 불빛 아래 겹겹이 서로 몸 부대끼며 사람의 슬픔이라는 것이 다른 그 무엇이 아니구나 우리가 이렇게 돌아가는 곳도 이 열차의 또 다른 칸은 아닌가 아, 그 눈빛들 어루만지는 그 손길들 우리는 이 긴긴 터널 길을 실려가는 희망없는 하나의 짐짝들이어서는 안 되지 우리는 이 평행선 궤도 위를 달려가는 끝끝내 지칠 줄 모르는 열차 그 자체는 결코 아니지. 아니지. 우리는 무거운 눈꺼풀이 잠시 감기고 깜빡 잠에 얼핏 꿈을 꾸지 열차가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찬란한 햇빛 세상으로 거기 사람들 얼굴마다 삶의 기쁨과 긍지가 충만한 살 만한 인생, 그 아름다운 사람들 매일처럼 이 열차를 기다리는 저 모든 사람들 그들 모두 아니, 우리들 모두를 태우고 아무도, 단 한 사람도 내려서는 안 되지 마지막 역과 차량 기지를 지나 열차와 함께 이 어둔 터널을 박차고 나아가야지, 거기까지. 우리는 꿈을 꿔야지. 함께 가야지.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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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저 들에 불을 놓아 그 연기 들판 가득히 낮은
논둑길 따라 번져가누나 노을도 없이 해는 서편 먼산 너머로 기울고 흩어진 지푸라기 작은 불꽃들이 매운 연기 속에 가물가물 눈물 자꾸 흘러 내리는 저 늙은 농부의 얼굴에 떨며 흔들리는 불꽃들이 춤을 추누나 초겨울 가랑비에 젖은 볏짚 낫으로 그러모아 마른 짚단에 성냥 그어 여기 저기 불 붙인다 연기만큼이나 안개가 들판 가득히 피어오르고 그 중 낮은 논배미 불꽃 당긴 짚더미 낫으로 이리저리 헤집으며 뜨거운 짚단 불로 마지막 담배 붙여 물고 젖은 논바닥 깊이 그 뜨거운 낫을 꽂는다 어두워가는 안개 들판 너머, 자욱한 연기 깔리는 그 너머 열나흘 둥근 달이 불끈 떠오르고 그 달빛이 고향 마을 비출 때 집으로 돌아가는 늙은 농부의 소작 논배미엔 짚더미마다 훨 훨 불꽃 높이 솟아오른다 희뿌연 달빛 들판에 불기둥이 되어 춤을 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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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2 | ||||
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해는 기울고, 한낮 더위도 식어 아드모어
공원 주차장 벤치에는 시카노들이 둘러앉아 카드를 돌리고 그 어느 건물보다도 높은 가로수 빗자루 나무 꼭대기 잎사귀에 석양이 걸릴 때 길 옆 담벼락 그늘에 기대어 졸던 노랑머리의 실업자들이 구부정하게 일어나 동냥 그릇을 흔들어댄다 커다란 콜라 종이컵 안엔 몇 개의 쿼터, 다임, 니켈 남쪽 빈민가 흑인촌 담벼락마다 온통 크고 작은 알파벳 낙서들 아직 따가운 저녁 햇살과 검은 노인들 고요한 침묵만이 음, 프리웨이 잡초 비탈에도 시원한 물줄기의 스프링쿨러 물 젖은 엉겅퀴 기다란 줄기 캠리 차창 밖으로 스쳐가고 은밀한 비벌리 힐스 오르는 길목 티끌, 먼지 하나 없는 로데오 거리 투명한 쇼윈도 안엔 자본보다도 권위적인 아, 첨단의 패션 엘 에이 인터내셔널 에어포트 나오다 원유 퍼 올리는 두레박들을 봤지 붉은 산등성이 여기 저기, 이리 끄덕 저리 끄덕 노을빛 함께 퍼올리는 철골들 어둠 깃들어 텅 빈 다운타운 커다란 박스들과 후진 텐트와 노숙자들 길 가 건물 아래 줄줄이 자리 펴고 누워 빌딩 사이 초저녁 별을 기다리고 그림 같은 교외 주택가 언덕 길 가 창문마다 아늑한 불빛 인적없는 초저녁 뽀얀 가로등 그 너머로 초승달이 먼저 뜬다 마켓 앞에서 식수를 받는 사람들 리쿼에서 개피 담배를 사는 사람들 버거킹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 사람들 아, 아메리카 사람들 캘리포니아의 밤은 깊어가고 불 밝은 이층 한국 기원 코리아 타운 웨스트 에잇스 스트리트 코메리칸 오피스 주차장 긴 철문이 잠길 때 길 건너 초라한 아파트 어느 골목에서 엘 에이 한 밤의 정적을 깬다 "백인들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미국에 와서 백인들을 잘 못 보겠어" (따당, 따당땅, 따당 땅 땅) 한국 관광객 질겁에 간 떨어지는 총소리 따당, 따당땅, 따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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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육만 엥이란다 후꾸오까에서 비행기
타고 전세 버스 부산 거쳐, 순천 거쳐 섬진강 물 맑은 유곡 나루 아이스 박스 들고, 허리 차는 고무장화 신고 은어잡이 나온 일본 관광객들 삼박 사일 풀코스에 육만 엥이란다 아... 초가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 햇살 신선하게 터지는 박꽃 넝쿨 바라보며 리빠나 모노 데스네, 리빠나 모노 데스네 까스 불에 은어 소금구이 혓바닥 사리살살 굴리면서 신간선 왕복 기차값이면 조선 관광 다 끝난단다 음, 음 육만 엥이란다 아... 초가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 햇살 신선하게 터지는 박꽃 넝쿨 바라보며 리빠나 모노 데스네, 리빠나 모노 데스네 낚싯대 접고, 고무 장화 벗고 순천의 특급 호텔 싸우나에 몸 풀면 긴 밤 내내 미끈한 풋가시내들 써비스 한 번 볼만한데 음, 음 환갑내기 일본 관광객들 칙사 대접받고, 그저 아이스 박스 가득, 가득 등살 푸른 섬진강 그 맑은 몸값이 육만 엥이란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나니나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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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올 봄 전주에서 우리에게로 소포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그 속에는 사랑했던 아들을 잃은 비통한 한 아버지의 가슴 아픈 편지와 열아홉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그의 아들 '장하다' 군의 유고 시집이 들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보람있는 삶을 원했던 아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자유를 원했던 아이, 사랑과 우정... 그리고 꿈 꿀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원했던 아이... 너무나 맑고 고운 심성을 가진 우리의 아이들이 이 땅의 잘못된 현실, 잘못된 교육의 숨 막히는 강요 속에서 얼마나 절망하며 고통스러워 했는지... 그래서, 결국엔 스스로의 목숨을 던져 절규의 종을 울리는 한 마리의 새처럼 이 땅 모든 아이들의 고통을 알리고자 그는 그의 너무나 짧은 생을 마감하며 살아서 그가 참으로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전하는 그의 슬픈 시들을 남기고 여기 우리들로부터 떠나갔습니다. 해마다 이렇게 떠나가는 이백여 명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그의 노래가 여기 있습니다. 긴급 동의를 구하는 그들의 노래가 있습니다." 봄 햇살 드는 창밖으로 뛰어나갈 수 없네 모란이 피는 이 계절에도 우린 흐느껴 저 교회 지붕 위에 졸고 있는 비둘기 어서 날아가라, 계속 날아가라, 총질을 해대고 그 총에 맞아, 혹은 지쳐 떨어지는 비둘기들 음... 그래, 우린 지쳤어 좋은 밤에도 우린 무서운 고독과 싸워 기나긴 어둠 홀로 고통의 눈물만 삼켰네 아, 삶의 향기 가득한 우리의 꿈 있었지 노래도 듣고, 시도 읽고, 사랑도 하고 저 높은 산을 넘어 거친 들판 내닫는 꿈 오... 제발, 우릴 도와줘 내가 사랑한 것들 참 자유, 행복한 어린 시절들 알 수 없는 건 참 힘든 이 세상의 나날들 안녕, 이제 안녕, 여기 나의 노래들을 당신에게 전할 수 있다면 안녕, 모두 안녕, 열 아홉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안녕, 부디 나의 노래 잊지 말아 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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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 ||||
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문승현이는 쏘련으로 가고 거리엔
황사만이 그가 떠난 서울 하늘 가득 뿌옇게, 뿌옇게 아, 흙바람... 내 책상머리 스피커 위엔 고아 하나가 울고 있고 그의 머리 위론 구름 조각만 파랗게, 파랗게 그 앞에 촛대 하나 김용태 씨는 처가엘 가고 백선생은 궁금해하시고 "개 한 마리 잡아 부른다더니 소식 없네. 허 참..." 사실은 제주도 강요배 전시회엘 갔다는데 인사동 찻집 귀천에는 주인 천상병 씨가 나와 있고 "나 먼저 왔다. 나 먼저 왔다. 나 먼저 커피 주라 나 먼저 커피 주라 저 손님보다 내가 먼저 왔다 나 먼저 줘라. 나 먼저 줘라." 민방위 훈련의 초빙 강사 아주 유익한 말씀도 해주시고 민방위 대원 아저씨들 낄낄대고 박수 치고 구청 직원 왈 "반응이 좋으시군요. 또 모셔야겠군요." 백태웅이도 잡혀가고 아, 박노해, 김진주 철창 속의 사람들 철창 밖의 사람들 아, 사람들... 작년에 만삼천여 명이 교통사고로 죽고 이천이삼백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고 천이백여 명의 농민이 농약 뿌리다 죽고 또 몇 백 명의 당신네 아이들이 공부, 공부에 치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죽고, 죽고, 죽고... 지금도 계속 죽어가고... 압구정동에는 화사한 꽃이 피고 저 죽은 이들의 얼굴로 꽃이 피고 그 꽃을 따먹는 사람들, 입술 붉은 사람들 아, 사람들... 노찾사 노래 공연장엔 희망의 아침이 불려지고 비좁은 객석에 꽉찬 관객들 너무나도 심각하고 아무도, 아무 말도... 문승현이는 쏘련에 도착하고 문대현이는 퇴근하고 미국의 폭동도 잦아들고 잠실 야구장도 쾌청하고 프로 야구를 보는 사람들, 테레비를 보는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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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8집 - 19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
시집 올 때 가져온 양단 몇 마름 옷장
속 깊이 모셔 두고서 생각나면 꺼내서 만져만 보고 펼쳐만 보고, 둘러만 보고 석삼년이 가도록 그러다가 늙어지면 두고 갈 것 생각 못하고 만져 보고, 펼쳐 보고, 둘러만 보고 시집 올 때 가져온 꽃신 한 켤레 고리짝 깊이 깊이 모셔 두고서 생각나면 꺼내서 만져만 보고 쳐다만 보고, 닦아도 보고 석삼년이 가도록 그러다가 늙어지면 두고 갈 것 생각 못하고 만져 보고, 쳐다 보고, 닦아만 보고 만져 보고, 펼쳐 보고, 둘러만 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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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9집 - 정동진 / 건너간다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1998)
무덥던 여름 지나면 온댔지 깊은 하늘과
상쾌한 바람으로 모든 산등성이 곱게 물들이고 기어코 온댔지 좋은 가을 그러나, 푸른 하늘은 어디 맑은 햇볕 뭉게 구름은 어디 우리 학교 창문 열고 공부할 수 있는 좋은 바람, 가을은 어디 학교 마당엔 나뭇잎 떨어지고 검푸른 잎새 그대로 떨어지고 콜록거리는 애들의 도화지엔 연기에 떨어지는 비행기 아, 푸른 하늘은 어디 맑은 햇볕 새털 구름은 어디 우리 엄마 어지러움 병 낫게 해 줄 좋은 가을, 가을은 어디 공장 도시엔 언제나 연기만이 엄마 시장엔 날리는 잿가루 어떤 애들은 벌써 이사 가고, 다시 돌아오는 친구는 없지 아, 푸른 하늘은 어디 붉은 노을 양떼 구름은 어디 먼지 없이 맛있는 떡뽂이 먹을 수 있는 그 가을, 가을은 어디 어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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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9집 - 정동진 / 건너간다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1998)
저녁 해는 기울고 뜰엔 빨간 분꽃이
피고 들녘 나간 사람들 노을 지고 돌아올 시간 작은 물굽이 강가에 허리 구부려 몸들을 씻고 빛나는 물결, 그 강둑길, 그리움처럼들 돌아올 시간 음, 미풍에도 억새풀은 떨고, 풀섶에도 고운 들꽃들은 피어 노랑 나비, 흰 나비 아직 꽃잎에 날고 이제 그 위에 저녁 노을이 깃들면 저녁 해는 기울고 뜰엔 빨간 분꽃이 피고 들녘 나간 사람들 노을 지고 돌아올 시간 도회지 변두리에도 긴긴 그림자 해 떨어지고 구비구비 골목길 일 나간 사람들 돌아올 시간 음, 가파른 언덕길 전신주엔 그 억새 강가의 바람이 불고 거기 강변의 나비 날개짓으로 파르르 여기 창문마다 하나 둘 형광등들을 켜는데 골목길 뿌연 등불 아래로 고단한 사람들 서둘러 지나가고 먼 길 강물 숨죽여 그들 발 아래로 흘러만 가고 저녁 해는 기울고 뜰엔 빨간 분꽃이 피고 들녘 나간 사람들 노을 지고 돌아올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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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9집 - 정동진 / 건너간다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1998)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 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깃발 없는 진압군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탱크들의 행진 소릴 들었소 아 우리들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날 장군들의 금빛 훈장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오...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옥상 위의 저격수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난사하는 기관총 소릴 들었소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여기 망월도 언덕배기의 노여움으로 말하네 잊지마라 잊지마 꽃잎 같은 주검과 훈장 누이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태극기 아래 시신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절규하는 통곡 소릴 들었소 잊지마라 잊지마, 꽃잎 같은 주검과 훈장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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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9집 - 정동진 / 건너간다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1998)
강물 위로 노을만 잿빛 연무 너머로
번지고 노을 속으로 시내버스가 그 긴긴 다리 위 아, 흐르지 않는 강을 건너 아, 지루하게 불안하게 여인들과 노인과 말 없는 사내들 그들을 모두 태우고 건넌다 아무도 서로 쳐다보지 않고, 그저 창 밖만 바라볼 뿐 흔들리는 대로 눈 감고 라디오 소리에도 귀 막고 아, 검은 물결 강을 건너 아, 환멸의 90년대를 지나간다 깊은 잠에 빠진 제복의 아이들 그들도 태우고 건넌다 다음 정거장은 어디오 이 버스는 지금 어디로 가오 저 무너지는 교각들 하나 둘 건너 천박한 한 시대를 지나간다 명랑한 노랫소리 귀에 아직 가물거리오 컬러 신문지들이 눈에 아직 어른거리오 국산 자동차들이 앞 뒤로 꼬리를 물고 아, 노쇠한 한강을 건너간다 휘청거리는 사람들 가득 태우고 이 고단한 세기를 지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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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9집 - 정동진 / 건너간다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1998)
산에 들에 핀 노란 들국화 그 꽃송이
하나 물에 띄우고 그리운 내 님 계시는 그 곳 찾아 정처 없이 떠나 갑니다 아, 목이 메여 못다 한 나의 노래는 꽃잎마다 곱게 곱게 수를 놓으며 우리 님 만날 그 날을 헤어보면서 물결 따라 흘러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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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9집 - 정동진 / 건너간다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1998)
맑은 햇살 푸르른 수풀 돌보지 않는
침묵의 땅 긴 긴 철조망 살벌한 총구 저 갈 수 없는 금단의 땅 바람에 눕는 억새 위 팔랑거리는 흰나비 저 수풀 너머 가려네 저 산도 넘어 가려네 기름진 땅, 무성한 잡초 흐드러진 꽃밭에서 쉴래 소나무 그루터기 무너진 참호 녹슨 철모 위에서 쉴래 졸졸 시냇물 건너며 팔랑거리는 흰나비 저 강도 넘어가려네 저 언덕 너머 음. 해 기울어 새들 날고 서편 하늘 노을이 지면 산봉우리 스피커, 초소 위의 망원경 날개짓도 조심조심 외딴 아기 새 둥지 위 팔랑거리는 흰나비 어두워 지기 전 가려네 저 너머로 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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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9집 - 정동진 / 건너간다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1998)
차창 너머로 보이는 그대는 자꾸만
눈물에 흔들리고 언젠간 또다시 만날거라고 한번 더 되뇌어 보면서 그대 멀어져 가는 그 모습 이제는 더 볼 순 없지만 이렇게 돌아오는 길목에 소리 없이 흰 눈은 내리고 소리 없이 흰 눈은 내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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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9집 - 정동진 / 건너간다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1998)
텅 빈 대합실 유리창 너머 무지개를
봤지 끝도 없이 밀려오는 파도, 그 바다 위 소나기 지나간 정동진 철로 위로 화물열차도 지나가고 파란 하늘에 일곱 빛깔로 워... 아련한 얼굴 가슴 저미는 손짓으로 물보라 너머 꿈결처럼 무지개를 봤지 조각배 하나 넘실대는 먼 바다 위 소나기 지나간 오후 중앙로 철교 아래 그 비를 피하던 네가 파란 하늘에 일곱 빛깔로 워... 그리운 것이 저리 멀리 아니, 가까이 차마 다시 뒤돌아서 그 쌍무지개를 봤지 텅 빈 객차 달려가는 그 하늘 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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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9집 - 정동진 / 건너간다 / 정태춘 박은옥 20주년 기념 (1998)
텅 빈 대합실의 유리창 너머 무지개를
봤지 끝도 없이 밀려오는 파도, 그 바다 위 소나기 지나간 정동진 철로 위로 화물열차도 지나가고 파란 하늘에 일곱 빛깔로 워... 아련한 얼굴 가슴 저미는 손짓으로 물보라 너머 꿈결처럼 무지개를 봤지 조각배 하나 넘실대는 먼 바다 위 소나기 지나간 오후 중앙로 철교 아래 그 비를 피하던 네가 파란 하늘에 일곱 빛깔로 워... 그리운 것이 저리 멀리 아니, 가까이 차마 다시 뒤돌아서 그 쌍무지개를 봤지 텅 빈 객차 달려가는 그 하늘 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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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막차는 생각보다 일찍 오니 눈물 같은 빗줄기가 어깨 위에 모든 걸 잃은 나의 발길 위에 싸이렌 소리로 구급차 달려가고 비에 젖은 전단들이 차도에 한 번 더 나부낀다 막차는 질주하듯 멀리서 달려오고 너는 아직 내 젖은 시야에 안 보이고 무너져, 나 오늘 여기 무너지더라도 비참한 내 운명에 무릎 꿇더라도 너 어느 어둔 길모퉁이 돌아 나오려나 졸린 승객들도 모두 막차로 떠나가고 그 해 이후 내게 봄은 오래 오지 않고 긴 긴 어둠 속에서 나 깊이 잠들었고 가끔씩 꿈으로 그 정류장을 배회하고 너의 체온, 그 냄새까지 모두 기억하고 다시 올 봄의 화사한 첫 차를 기다리며 오랫동안 내 영혼 비에 젖어 뒤척였고 뒤척여 내가 오늘 다시 눈을 뜨면 너는 햇살 가득한 그 봄 날 언덕길로 십자가 높은 성당 큰 종소리에 거기 계단 위를 하나씩 오르고 있겠니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마 첫 차는 마음보다 일찍 오니 어둠 걷혀 깨는 새벽 길모퉁이 돌아 내가 다시 그 정류장으로 나가마 투명한 유리창 햇살 가득한 첫 차를 타고 초록의 그 봄 날 언덕길로 가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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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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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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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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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봄밤에 쓴 편지 못 부칠 편지
그 편지 쓰다가 가슴이 타서 고운 님 미운 님 잊어버릴까 봄밤에 부른 노래 님 그린 노래 그 노래 부르다 목이 메여서 고운 님 미운 님 잊어버릴까 봄밤에 꾸는 꿈 아지랭이 꿈 그 꿈을 꾸다가 눈물이 나서 고운 님 미운 님 잊어버릴까 1982년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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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산모퉁이 그 너머 능선 위
해는 처연하게 짐기어만 가고 대륙풍 떠도는 먼 갯벌 하늘 위 붉은 노을 자락 타오르기만 하고 억새 춤 추는 저 마을 뒤 빈 산 작은 새 두어 마리 집으로 가고 늙은 오동 나무 그 아래 외딴 집 수숫대 울타리 갈 바람에 떨고 황토 먼지 날리는 신작로 저녁 버스 천천히 떠나고 플라타너스 꼭대기 햇살이 남아 길 아래 개여울 물소리만 듣고 먼 바다 물결 건너 산 은사시 날 저문 산길 설마 누가 올까 해는 산 너머 아주 져버리고 붉은 노을 자락 사위어만 가고 저기 저 빈 산에 또 하루가 가고 붉은 노을 자락 사위어만 가고 2001년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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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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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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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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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0집 -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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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탐골 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의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도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 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워... 워...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 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 저 구로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날아 오른다 하늘 높이 훨... 훨... 빨간 신호등에 멈춰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길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 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날아 오른다 하늘 높이 훨... 훨... 훨... 훨... 199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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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강이 그리워, 네가 그리워
그와 함께 낡은 차를 타고 여기까지 왔지 계곡 물엔 단풍잎들이 헤엄치고 은어떼들 산으로 오르는 꿈을 꿨어 구례 읍내 하늘 나지막히 노을꽃 피고 산은 벌써 가을 햇살 툭툭 털어내는데 저 바람 자유자재 오, 정처도 없이 찰랑대는 물결, 모래 위를 걸어가는데 강이 그리워, 네가 그리워 저문 날 네 노래 들으려 여기까지 왔지 너는 가늘게 반짝이며 밤 바다로 가고 네가 떠나간 여울목에 다시 네가 있는데 산은 여기저기 상처난 길들을 지우고 가난한 시인네 외딴 빈 집 개만 짖는데 강이 그리워, 네가 그리워 그치지 않는 네 노래 들으려 여기 왔지 20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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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고비 사막에서 날아온 엽서 한 장
메마른 글씨들만 흩날리고 어린 낙타를 타고 새벽길을 떠나 그대 모래 바람 속으로 사라지고 창의 커텐을 열고 잠시 묵상 중이예요 여긴 너무 멀고 먼 샹그릴라 치즈와 차와 술과 노래 소리들 더 이상 외로운 여인들은 없죠 어느날 여행자들이 찾아와 구슬픈 바닷 새들의 노래를... 사막이 끝나는 높은 모래 언덕, 멀리 황홀한 설산들이 손짓해도 부디 그 산을 넘지 마, 넘진 마세요 그 너머에도 바다는 없죠 어느 밤, 차가운 별들의 시내를 건너시면 그 푸른 빛을 여기 띄워주시고 행여 별빛 따라가다 바달 만나도, 부디 거길 건너지는 마세요 또 어느날 여행자들이 몰려와 또 다른 세계의 달빛 노래를... 그대의 샹그릴라는, 음 어디 지상에서 누구도 본 적 없고 세상 끝 바닷가 작은 모래톱 만나면 거기 누워 길고 긴 꿈을 꾸세요 여기 다시 돌아오시지는 마세요 꿈꾸는 그대, 그리운 여행자 201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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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몇 시일까, 겨울 비 내리는데
썰물처럼 가로등 불빛 꺼지고 아무도 떠나가지 않을 정류장 시내 버스 모두 돌아오고 그 얼마나 먼 곳으로 헤매었니 이제 여기 변두리 잠시 닻을 내리고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 종점 역 그리움에 병 들었을 너 모든 시계들이 깊은 잠에 빠져도 네 먼 바다는 아직 일렁이고 있겠지 여기 끝 모를 어둠 깊어진대도 누군가 또 거기 작은 배를 띄우고 며칠일까, 오늘과 내일 사이 겨울 비 그치고 별이 뜰텐데 다시 떠날 차가운 아침 조용히 너의 바다 또 널 기다릴텐데 그 얼마나 먼 곳으로 헤매었니 네가 찾는 바다 그 길 끝에서 만날까 아무도 손 흔들지 않는 등대 아래 하얀 돛배 닻을 올리고 있을까 모든 시계들이 깊은 잠에 빠져도 네 먼 바다는 아직 일렁이고 있겠지 여긴 끝 모를 어둠 깊어진대도 누군가 또 거기 작은 배를 띄우고 며칠일까, 오늘과 내일 사이 겨울 비 그치고 별이 뜰텐데 다시 떠날 차가운 아침 조용히 너의 바다 또 널 기다릴텐데 20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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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날아가지 마, 여긴 그의 햇살 무덤
너희 날갯짓으로 꽃들을 피워주렴 아무도 볼 수 없는 그의 영혼처럼 이 화원 누구도 본 적 없지 떠나가지 마, 강변의 나비들이여 너희 명랑한 그 날갯짓 소리 그치면 풀잎 그늘 아래 꽃잎들만 쌓이고 그는 폐허 위에 서 있게 될걸 오, 눈 먼 사내의 은밀한 화원엔 오, 흐드러진 꽃 춤추는 나비 바람 날아가지 마, 여긴 그의 꿈의 영지 모든 휘파람들이 잠들고 깨이는 곳 누구도 초대할 수 없는 새벽들의 단 한 사람만의 고요한 늪지 떠나가지 마, 맑은 아침 나비들이여 옅은 안개 이슬도 꿈처럼 사라지면 거기 은빛 강물 헤엄치던 물고기들 그의 화원 위로 뛰어 오를 걸 오, 눈 먼 사내의 은밀한 화원엔 오, 흐드러진 꽃 춤추는 나비 바람 2010.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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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몇 시일까, 겨울 비 내리는데
썰물처럼 가로등 불빛 꺼지고 아무도 떠나가지 않을 정류장 시내 버스 모두 돌아오고 그 얼마나 먼 곳으로 헤매었니 이제 여기 변두리 잠시 닻을 내리고 아무도 돌아오지 않을 종점 역 그리움에 병 들었을 너 모든 시계들이 깊은 잠에 빠져도 네 먼 바다는 아직 일렁이고 있겠지 여기 끝 모를 어둠 깊어진대도 누군가 또 거기 작은 배를 띄우고 며칠일까, 오늘과 내일 사이 겨울 비 그치고 별이 뜰텐데 다시 떠날 차가운 아침 조용히 너의 바다 또 널 기다릴텐데 그 얼마나 먼 곳으로 헤매었니 네가 찾는 바다 그 길 끝에서 만날까 아무도 손 흔들지 않는 등대 아래 하얀 돛배 닻을 올리고 있을까 모든 시계들이 깊은 잠에 빠져도 네 먼 바다는 아직 일렁이고 있겠지 여긴 끝 모를 어둠 깊어진대도 누군가 또 거기 작은 배를 띄우고 며칠일까, 오늘과 내일 사이 겨울 비 그치고 별이 뜰텐데 다시 떠날 차가운 아침 조용히 너의 바다 또 널 기다릴텐데 20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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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서울역 신관 유리 건물 아래 바람 메마른데
그 계단 아래 차가운 돌 벤치 위 종일 뒤척이다 저 고속 전철을 타고 천국으로 떠나간다 이름도 없는 몸뚱이를 거기에다 두고 예약도 티켓도 한 장 없이 떠날 수 있구나 마지막 객차 빈자리에 깊이 파묻혀 어느 봄날 누군가의 빗자루에 쓸려 소문도 없이 사라져 주듯이 모던한 투명 빌딩 현관 앞의 바람 살을 에이는데 지하철 어둔 돌계단 구석에서 종일 뒤척이다 저 고속 전철을 타고 천국으로 떠나간다 바코드도 없는 몸뚱이를 거기에다 두고 햇살 빛나는 철로 미끄러져 빠져나간다 통곡같은 기적소리도 없이 다만 조용히 어느 봄날 따사로운 햇살에 눈처럼 그 눈물 처럼 사라져 주듯이 소문도 없이 사라져 주듯이 200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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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연분홍 봄볕에도 가슴이 시리더냐
그리워 뒤척이던 밤 등불은 껐느냐 누옥의 처마 풍경 소리는 청보리밭 떠나고 지천명 사내 무릎처로 강 바람만 차더라 봄은 오고 지랄이야, 꽃 비는 오고 지랄 십리 벗길 환장해도 떠날 것들 떠나더라 무슨 강이 뛰어내릴 여울 하나 없더냐 악양천 수양 버들만 머리 풀어 감더라 법성포 소년 바람이 화개 장터에 놀고 반백의 이마 위로 무애의 취기가 논다 붉디 붉은 청춘의 노래 초록 강물에 주고 쌍계사 골짜기 위로 되새 떼만 날리더라 그 누가 날 부릅디까, 적멸 대숲에 묻고 양지녘 도랑 다리 위 순정 편지만 쓰더라 2010.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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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태춘 & 박은옥 11집 -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2012)
겨울 비 오다 말다, 반구대 어둑 어둑
배 띄우러 가는 골짜기 춥고 사납게만 휘도는 검은 물빛 대곡천 시끄럽게 내 발길을 잡고 다만 어린 고래여, 꿈꾸는 고래여 거기 동해로 가는 길은 어디 어기야 디야, 깊고 푸른 바다 어기야, 그 망망대해... 나의 고래는 이미 물 아래로 떠났을까 태고의 바위들 굳게 입 다물고 그의 체크 무늬 모자 위 차가운 비 그치고 “허어... 그 배를 볼 수가 없군요” 아, 어린 고래여, 나의 하얀 고래여 우리 너무 늦게 도착했나 어기야 디야, 깊고 푸른 바다 어기야, 그 백척간두... 먼 세기 울산만의 신화도 아득하고 소년들의 포구도 사라지고 문 닫힌 컨테이너 그 옛날 매점 간판만 숲으로 가는 길을 막고 섰네 다만, 어린 고래여, 꿈꾸는 고래여 붉은 산호들 춤추는 심해는 어디 어기야 디야, 저녁 숲 속의 바다 어기야, 거기 서 있는 고래여... 거기 문득, 서 있는 고래여 20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