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음.....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 남산 타워쯤에선 뭐든 다 보일게야 저 구로 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 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 오른다 하늘 높이 훠이, 훠이... 훠이, 훠이...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빛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 오른다. 하늘 높이 훨, 훨, 훨.....
봉숭아 초저녁 별빛은 초롱해도 이 밤이 다하면 질 터인데 그리운 내 님은 어딜 가고 저 별이 지기를 기다리나 손톱 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 밤만 지나면 질 터인데 손가락마다 무명실 매어주던 곱디고운 내 님은 어딜 갔나 별 사이로 맑은 달 구름 걷혀 나타나듯 고운 내 님 웃는 얼굴 어둠 뚫고 나타났소 초롱한 저 별빛이 지기 전에 구름 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 끝에 봉숭아 지기 전에 그리운 내 님도 돌아오소
저 들에 불을 놓아 그 연기 들판 가득히 낮은 논둑길 따라 번져가누나 노을도 없이 해는 서편 먼산 너머로 기울고 흩어진 지푸라기 작은 불꽃들이 매운 연기 속에 가물가물 눈물 자꾸 흘러 내리는 저 늙은 농부의 얼굴에 떨며 흔들리는 불꽃들이 춤을 추누나 초겨울 가랑비에 젖은 볏짚 낫으로 그러모아 마른 짚단에 성냥 그어 여기 저기 불 붙인다 연기만큼이나 안개가 들판 가득히 피어오르고 그 중 낮은 논배미 불꽃 당긴 짚더미 낫으로 이리저리 헤집으며 뜨거운 짚단 불로 마지막 담배 붙여 물고 젖은 논바닥 깊이 그 뜨거운 낫을 꽂는다 어두워가는 안개 들판 너머, 자욱한 연기 깔리는 그 너머 열나흘 둥근 달이 불끈 떠오르고 그 달빛이 고향 마을 비출 때 집으로 돌아가는 늙은 농부의 소작 논배미엔 짚더미마다 훨 훨 불꽃 높이 솟아오른다 희뿌연 달빛 들판에 불기둥이 되어 춤을 춘다
저녁 해는 기울고 뜰엔 빨간 분꽃이 피고 들녘 나간 사람들 노을 지고 돌아올 시간 작은 물굽이 강가에 허리 구부려 몸들을 씻고 빛나는 물결, 그 강둑길, 그리움처럼들 돌아올 시간 음, 미풍에도 억새풀은 떨고, 풀섶에도 고운 들꽃들은 피어 노랑 나비, 흰 나비 아직 꽃잎에 날고 이제 그 위에 저녁 노을이 깃들면 저녁 해는 기울고 뜰엔 빨간 분꽃이 피고 들녘 나간 사람들 노을 지고 돌아올 시간 도회지 변두리에도 긴긴 그림자 해 떨어지고 구비구비 골목길 일 나간 사람들 돌아올 시간 음, 가파른 언덕길 전신주엔 그 억새 강가의 바람이 불고 거기 강변의 나비 날개짓으로 파르르 여기 창문마다 하나 둘 형광등들을 켜는데 골목길 뿌연 등불 아래로 고단한 사람들 서둘러 지나가고 먼 길 강물 숨죽여 그들 발 아래로 흘러만 가고 저녁 해는 기울고 뜰엔 빨간 분꽃이 피고 들녘 나간 사람들 노을 지고 돌아올 시간
문승현이는 쏘련으로 가고 거리엔 황사만이 그가 떠난 서울 하늘 가득 뿌옇게, 뿌옇게 아, 흙바람... 내 책상머리 스피커 위엔 고아 하나가 울고 있고 그의 머리 위론 구름 조각만 파랗게, 파랗게 그 앞에 촛대 하나 김용태 씨는 처가엘 가고 백선생은 궁금해하시고 "개 한 마리 잡아 부른다더니 소식 없네. 허 참..." 사실은 제주도 강요배 전시회엘 갔다는데 인사동 찻집 귀천에는 주인 천상병 씨가 나와 있고 "나 먼저 왔다. 나 먼저 왔다. 나 먼저 커피 주라 나 먼저 커피 주라 저 손님보다 내가 먼저 왔다 나 먼저 줘라. 나 먼저 줘라." 민방위 훈련의 초빙 강사 아주 유익한 말씀도 해주시고 민방위 대원 아저씨들 낄낄대고 박수 치고 구청 직원 왈 "반응이 좋으시군요. 또 모셔야겠군요." 백태웅이도 잡혀가고 아, 박노해, 김진주 철창 속의 사람들 철창 밖의 사람들 아, 사람들... 작년에 만삼천여 명이 교통사고로 죽고 이천이삼백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고 천이백여 명의 농민이 농약 뿌리다 죽고 또 몇 백 명의 당신네 아이들이 공부, 공부에 치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죽고, 죽고, 죽고... 지금도 계속 죽어가고... 압구정동에는 화사한 꽃이 피고 저 죽은 이들의 얼굴로 꽃이 피고 그 꽃을 따먹는 사람들, 입술 붉은 사람들 아, 사람들... 노찾사 노래 공연장엔 희망의 아침이 불려지고 비좁은 객석에 꽉찬 관객들 너무나도 심각하고 아무도, 아무 말도... 문승현이는 쏘련에 도착하고 문대현이는 퇴근하고 미국의 폭동도 잦아들고 잠실 야구장도 쾌청하고 프로 야구를 보는 사람들, 테레비를 보는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텅 빈 대합실 유리창 너머 무지개를 봤지 끝도 없이 밀려오는 파도, 그 바다 위 소나기 지나간 정동진 철로 위로 화물열차도 지나가고 파란 하늘에 일곱 빛깔로 워... 아련한 얼굴 가슴 저미는 손짓으로 물보라 너머 꿈결처럼 무지개를 봤지 조각배 하나 넘실대는 먼 바다 위 소나기 지나간 오후 중앙로 철교 아래 그 비를 피하던 네가 파란 하늘에 일곱 빛깔로 워... 그리운 것이 저리 멀리 아니, 가까이 차마 다시 뒤돌아서 그 쌍무지개를 봤지 텅 빈 객차 달려가는 그 하늘 위
육만 엥이란다 후꾸오까에서 비행기 타고 전세 버스 부산 거쳐, 순천 거쳐 섬진강 물 맑은 유곡 나루 아이스 박스 들고, 허리 차는 고무장화 신고 은어잡이 나온 일본 관광객들 삼박 사일 풀코스에 육만 엥이란다 아... 초가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 햇살 신선하게 터지는 박꽃 넝쿨 바라보며 리빠나 모노 데스네, 리빠나 모노 데스네 까스 불에 은어 소금구이 혓바닥 사리살살 굴리면서 신간선 왕복 기차값이면 조선 관광 다 끝난단다 음, 음 육만 엥이란다 아... 초가 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아침 햇살 신선하게 터지는 박꽃 넝쿨 바라보며 리빠나 모노 데스네, 리빠나 모노 데스네 낚싯대 접고, 고무 장화 벗고 순천의 특급 호텔 싸우나에 몸 풀면 긴 밤 내내 미끈한 풋가시내들 써비스 한 번 볼만한데 음, 음 환갑내기 일본 관광객들 칙사 대접받고, 그저 아이스 박스 가득, 가득 등살 푸른 섬진강 그 맑은 몸값이 육만 엥이란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나니나니나
해는 기울고, 한낮 더위도 식어 아드모어 공원 주차장 벤치에는 시카노들이 둘러앉아 카드를 돌리고 그 어느 건물보다도 높은 가로수 빗자루 나무 꼭대기 잎사귀에 석양이 걸릴 때 길 옆 담벼락 그늘에 기대어 졸던 노랑머리의 실업자들이 구부정하게 일어나 동냥 그릇을 흔들어댄다 커다란 콜라 종이컵 안엔 몇 개의 쿼터, 다임, 니켈 남쪽 빈민가 흑인촌 담벼락마다 온통 크고 작은 알파벳 낙서들 아직 따가운 저녁 햇살과 검은 노인들 고요한 침묵만이 음, 프리웨이 잡초 비탈에도 시원한 물줄기의 스프링쿨러 물 젖은 엉겅퀴 기다란 줄기 캠리 차창 밖으로 스쳐가고 은밀한 비벌리 힐스 오르는 길목 티끌, 먼지 하나 없는 로데오 거리 투명한 쇼윈도 안엔 자본보다도 권위적인 아, 첨단의 패션 엘 에이 인터내셔널 에어포트 나오다 원유 퍼 올리는 두레박들을 봤지 붉은 산등성이 여기 저기, 이리 끄덕 저리 끄덕 노을빛 함께 퍼올리는 철골들 어둠 깃들어 텅 빈 다운타운 커다란 박스들과 후진 텐트와 노숙자들 길 가 건물 아래 줄줄이 자리 펴고 누워 빌딩 사이 초저녁 별을 기다리고 그림 같은 교외 주택가 언덕 길 가 창문마다 아늑한 불빛 인적없는 초저녁 뽀얀 가로등 그 너머로 초승달이 먼저 뜬다 마켓 앞에서 식수를 받는 사람들 리쿼에서 개피 담배를 사는 사람들 버거킹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 사람들 아, 아메리카 사람들 캘리포니아의 밤은 깊어가고 불 밝은 이층 한국 기원 코리아 타운 웨스트 에잇스 스트리트 코메리칸 오피스 주차장 긴 철문이 잠길 때 길 건너 초라한 아파트 어느 골목에서 엘 에이 한 밤의 정적을 깬다 "백인들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미국에 와서 백인들을 잘 못 보겠어" (따당, 따당땅, 따당 땅 땅) 한국 관광객 질겁에 간 떨어지는 총소리 따당, 따당땅, 따당
"올 봄 전주에서 우리에게로 소포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그 속에는 사랑했던 아들을 잃은 비통한 한 아버지의 가슴 아픈 편지와 열아홉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했던 그의 아들 '장하다' 군의 유고 시집이 들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보람있는 삶을 원했던 아이,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자유를 원했던 아이, 사랑과 우정... 그리고 꿈 꿀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원했던 아이... 너무나 맑고 고운 심성을 가진 우리의 아이들이 이 땅의 잘못된 현실, 잘못된 교육의 숨 막히는 강요 속에서 얼마나 절망하며 고통스러워 했는지... 그래서, 결국엔 스스로의 목숨을 던져 절규의 종을 울리는 한 마리의 새처럼 이 땅 모든 아이들의 고통을 알리고자 그는 그의 너무나 짧은 생을 마감하며 살아서 그가 참으로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전하는 그의 슬픈 시들을 남기고 여기 우리들로부터 떠나갔습니다. 해마다 이렇게 떠나가는 이백여 명의 다른 아이들과 함께. 그의 노래가 여기 있습니다. 긴급 동의를 구하는 그들의 노래가 있습니다." 봄 햇살 드는 창밖으로 뛰어나갈 수 없네 모란이 피는 이 계절에도 우린 흐느껴 저 교회 지붕 위에 졸고 있는 비둘기 어서 날아가라, 계속 날아가라, 총질을 해대고 그 총에 맞아, 혹은 지쳐 떨어지는 비둘기들 음... 그래, 우린 지쳤어 좋은 밤에도 우린 무서운 고독과 싸워 기나긴 어둠 홀로 고통의 눈물만 삼켰네 아, 삶의 향기 가득한 우리의 꿈 있었지 노래도 듣고, 시도 읽고, 사랑도 하고 저 높은 산을 넘어 거친 들판 내닫는 꿈 오... 제발, 우릴 도와줘 내가 사랑한 것들 참 자유, 행복한 어린 시절들 알 수 없는 건 참 힘든 이 세상의 나날들 안녕, 이제 안녕, 여기 나의 노래들을 당신에게 전할 수 있다면 안녕, 모두 안녕, 열 아홉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안녕, 부디 나의 노래 잊지 말아 줘
시집 올 때 가져온 양단 몇 마름 옷장 속 깊이 모셔 두고서 생각나면 꺼내서 만져만 보고 펼쳐만 보고, 둘러만 보고 석삼년이 가도록 그러다가 늙어지면 두고 갈 것 생각 못하고 만져 보고, 펼쳐 보고, 둘러만 보고 시집 올 때 가져온 꽃신 한 켤레 고리짝 깊이 깊이 모셔 두고서 생각나면 꺼내서 만져만 보고 쳐다만 보고, 닦아도 보고 석삼년이 가도록 그러다가 늙어지면 두고 갈 것 생각 못하고 만져 보고, 쳐다 보고, 닦아만 보고 만져 보고, 펼쳐 보고, 둘러만 보고
맑은 햇살 푸르른 수풀 돌보지 않는 침묵의 땅 긴 긴 철조망 살벌한 총구 저 갈 수 없는 금단의 땅 바람에 눕는 억새 위 팔랑거리는 흰나비 저 수풀 너머 가려네 저 산도 넘어 가려네 기름진 땅, 무성한 잡초 흐드러진 꽃밭에서 쉴래 소나무 그루터기 무너진 참호 녹슨 철모 위에서 쉴래 졸졸 시냇물 건너며 팔랑거리는 흰나비 저 강도 넘어가려네 저 언덕 너머 음. 해 기울어 새들 날고 서편 하늘 노을이 지면 산봉우리 스피커, 초소 위의 망원경 날개짓도 조심조심 외딴 아기 새 둥지 위 팔랑거리는 흰나비 어두워 지기 전 가려네 저 너머로 음
강물 위로 노을만 잿빛 연무 너머로 번지고 노을 속으로 시내버스가 그 긴긴 다리 위 아, 흐르지 않는 강을 건너 아, 지루하게 불안하게 여인들과 노인과 말 없는 사내들 그들을 모두 태우고 건넌다 아무도 서로 쳐다보지 않고, 그저 창 밖만 바라볼 뿐 흔들리는 대로 눈 감고 라디오 소리에도 귀 막고 아, 검은 물결 강을 건너 아, 환멸의 90년대를 지나간다 깊은 잠에 빠진 제복의 아이들 그들도 태우고 건넌다 다음 정거장은 어디오 이 버스는 지금 어디로 가오 저 무너지는 교각들 하나 둘 건너 천박한 한 시대를 지나간다 명랑한 노랫소리 귀에 아직 가물거리오 컬러 신문지들이 눈에 아직 어른거리오 국산 자동차들이 앞 뒤로 꼬리를 물고 아, 노쇠한 한강을 건너간다 휘청거리는 사람들 가득 태우고 이 고단한 세기를 지나간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거리에도 산비탈에도 너희 집 마당가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가슴엔 아직도 칸나보다 봉숭아보다 더욱 붉은 저 꽃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그 꽃들 베어진 날에 아 빛나던 별들 송정리 기지촌 너머 스러지던 햇살에 떠오르는 헬리콥터 날개 노을도 찢고 붉게...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깃발 없는 진압군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탱크들의 행진 소릴 들었소 아 우리들의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날 장군들의 금빛 훈장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오...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옥상 위의 저격수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난사하는 기관총 소릴 들었소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여기 망월도 언덕배기의 노여움으로 말하네 잊지마라 잊지마 꽃잎 같은 주검과 훈장 누이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무엇을 보았니 아들아 나는 태극기 아래 시신들을 보았소 무엇을 들었니 딸들아 나는 절규하는 통곡 소릴 들었소 잊지마라 잊지마, 꽃잎 같은 주검과 훈장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오....
텅 빈 대합실의 유리창 너머 무지개를 봤지 끝도 없이 밀려오는 파도, 그 바다 위 소나기 지나간 정동진 철로 위로 화물열차도 지나가고 파란 하늘에 일곱 빛깔로 워... 아련한 얼굴 가슴 저미는 손짓으로 물보라 너머 꿈결처럼 무지개를 봤지 조각배 하나 넘실대는 먼 바다 위 소나기 지나간 오후 중앙로 철교 아래 그 비를 피하던 네가 파란 하늘에 일곱 빛깔로 워... 그리운 것이 저리 멀리 아니, 가까이 차마 다시 뒤돌아서 그 쌍무지개를 봤지 텅 빈 객차 달려가는 그 하늘 위
저산꼭대기 아버지무덤 거친 베옷입고 누우신 그 바람 모서리 나오늘다시 찾아가네 바람거센 갯벌위로 우뚝솟은 그 꼭대기 인적 없는 민둥산에 외로워라 무덤하나 지금은 차가운 바람만 스쳐갈뿐 아 향불 내음도 없을 갯벌향해 뻗으신 손발 시리지 않게 잔부으러 나는 가네.
저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모진 세파속을 헤치다 이제 잠드신 자리 나오늘 다시 찾아가네 길도 없는 언덕 베기에 향포자락 휘날리며 요랑소리 따라가며 숨가쁘던 그언덕길 지금은 싸늘한 달빚만 내리비칠 아..작은 비석도 없는 이승에서 못다하신 그말씀 들으러 잔부으러 나는 가네.
저산꼭대기 아버지 무덤 지친 걸음 이제 여기와 홀로 쉬시는 자리 나오늘 다시 찾아가네 펄럭이는 만장너머 따라오던 조객들도 먼길 가던 만가소리 이제 다시 생각할까 지금은 어디서 어둠만 내려올뿐 아 ..석상 하나도 없는 다시볼수 없는분 그모습 기리러 잔부르러 나는 가네....
요즘 유행하는 노래에 길들기를 무의식적으로 동의한 대부분의 어린 세대들에게 이 음반은 정말 재미없고 따분한 작품일 수밖에 없다. 혹여나 '이 주의 앨범' 코너에 소개됐다는 이유만으로 호기심에 들어 본다고 한들, 인내심은 마지막 곡까지 동행해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는 10대, 20대 초반 음악팬들이 소비하는 노래들과는 또 다른 멋이 존재한다. 그래서 도드라져 보인다.수록곡들은 각각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삶과 ......
[대중음악 100대 명반]63위 정태춘·박은옥 ‘92년 장마, 종로에서’
입력: 2008년 04월 10일 17:29:46
ㆍ투쟁이 사라진 시대 쓸쓸한 관조
얼마 전 보게 된 쿠바 음악다큐멘터리에서 현지 힙합밴드인 ‘오요 콜로라요’의 인터뷰가 나왔다. 그들의 말. “우리는 사랑을 노래한다. 증오도 노래한다. 전쟁이나 평화도 마찬가지다. 노래는 이 시대에 대한 증언이자 사회비평이다. 우리는 시대의 역사를 음악으로 남기려 한다.” 잊고 있었던 노래의 기능에 대한 당연한 되새김이었다. 그리고 문득, 정태춘이 떠올랐다.
정태춘, 박은옥의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1992년 대한민국의 풍경을 음악적 리얼리즘으로 정밀하게 그려낸 앨범이다. 음유시인에서 현장시인이 됐던 그들이 투쟁의 거리...
몇 개월 전 생각지도 못하고 보게 된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의 정태춘, 박은옥 부부의 무대. 정말 오랜만에 TV에 모습을 드러낸 이들 부부의 모습은 참으로 반가웠지만, TV용 10대 위주의 음악보다는 '조금만' 더 수준 높은 음악을 듣고 즐기기 위해 KBS 공개홀에 모여든 청춘남녀들과 지나치게 진지한 이들 부부의 모습은 역시 쉽게 동화되지 못했다. 미지근한 객석의 반응을 뒤로 한 채 이들은 노래를 마쳤고 그 다음날 프로그램 게시판에 올라온 글 하나. '그 잘 모르겠는 아줌마 나와서 노래하는데 무슨 북한여자 같았어요 ㅋㅋㅋ' 라는 글을 보며 답답하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하고 좀 그랬다. 음악을 떠나서 삼청교육대의 신랄한 음악들과 DJ D.O.C의 <포졸이>, 거슬러 올라가서 서태지의 <시대유...
얼마 전 정태춘은 노무현 지지를 철회하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이유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노무현이 보수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정태춘의 말을 보면 재벌 2세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이 직접적인 원인인 듯 하다. 정치적 관점의 차이를 제쳐두고 보면, 지극히 정태춘다운 생각이요 정태춘다운 행동이다. 일말의, 아주 조금의 정치적 불공정도 그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정태춘은 지금껏 늘 그렇게 살아 왔다. 정태춘이 누군가. 공안 당국의 ‘X 같은’ 검열에 담대히 저항한 사람 아닌가. 포크 가수들이 얌전한 ‘팝’ 가수로 돌변해 설설 기던 시절에도 홀로 ‘사회변혁’ 포크를 일궈 나가지 않았던가. 사실상 정태춘의 그간 업적과 행보는 ‘정치적 공정함’과 ‘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