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의 어릴 때 꿈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 그래서 대학교도 미술교육과(한국교원대)를 택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재능은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었나보다. 어릴 때부터 빼어난 노래 실력으로 전국 성악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동네 각종 잔치에 가수로 초대된 그는 대학교 2학년인 96년 과감하게 강변가요제에 도전장을 던졌고, ‘소중한 너에게’라는 곡으로 대상을 차지했다.
98년 이현도 2집 ‘여름은 가득히’의 피처링을 하고, 우연하게 한스밴드 1집 ‘선생님 사랑해요’의 보컬 디렉터를 맡으면서 이 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새 음반 녹음을 앞두면 그녀에게 두 가지가 전달된다. 반주와 노랫말. 이제부터 노래의 맛을 살리고 가수의 색깔을 찾을 수 있는 전문적인 코칭을 해주는 것이 바로 화인의 몫이다. 고개를 갸우뚱하자, 그녀는 “액션 영화로 치면 무술감독 역할”이라고 짚어준다.
“머라이어 캐리나 마이클 볼튼 같은 톱스타들도 새 앨범을 내기 전에는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요. 그들이 노래를 못해서 배우는 게 아니거든요. 세계적인 골퍼 박세리 선수가 골프 선생님으로부터 계속 트레이닝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죠.”
올해 서른한 살, 11년 차 음악인 화인(본명 배연희)의 데뷔는 1996년 MBC 강변가요제. 딸의 전공(미술)이 탐탁지 않던 어머니는 노래까지 한다고 하자 가요제 본선 당일 ‘제발 탈락하게 해 달라’고 기도까지 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효험은 없었는지 화인은 ‘소중한 너에게’로 대상을 수상했다. 그때 인연으로 가요계에 입성해 1998년 한스밴드의 1집 앨범에 ‘보컬 테크니션’으로 이름을 올린 이후 이정현, 채정안, 유승준, 소냐, 디바, 베이비복스, 성시경, 조성모 등 쟁쟁한 가수들의 앨범 작업에 보컬 디렉터로 참여했다.
“가수보다는 스태프가 적성에 맞는 것 같아서 우연찮게 이 길로 들어섰는데 지금은 너무 만족합니다. 어떻게 노래를 부르면 좋을 거라는 제 생각이 실제 가수를 통해 표현되고, 또 신보를 낼 때마다 가수의 노래 실력이 나아지는 걸 볼 때, 보컬 트레이너이자 음반 디렉터로서 보람을 느껴요.”
화인의 각별한 제자로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바로 진혜림이다. 국내에는 ‘라벤더’ ‘냉정과 열정 사이’ ‘무간도’ 등에 출연한 영화배우로 알려졌지만 중화권에서는 가수로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빅스타다. 둘의 인연은 진혜림이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김형석에게 곡을 받고 싶다고 먼저 제의를 해왔고, 같은 팀원인 화인이 앨범 디렉터 역할로 홍콩으로 ‘파견’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외국인과 하는 첫 작업이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에도 문제가 많아서 생각만큼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웠어요. 고심 끝에 통역하시는 분의 도움을 받아 말도 안 되는 광둥어로 녹음한 가이드 데모(CD)를 만들어줬는데, 그걸 받더니 홍콩에서 발매되는 다른 앨범 작업도 함께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왔어요.”
그 이후부터 짧게는 한 달에 한 번, 보통 두 달에 한 번 꼴로 홍콩을 방문해 진혜림과 파트너쉽을 이뤘다. 한국 트레이너로부터 배우는 것을 비밀로 하지 않을까 생각한 우려와 달리 그녀는 현지 언론에 기사화할 만큼 화인과의 작업을 자랑스러워했다. 그녀에게 커피를 타주고 과자도 챙겨줄 뿐만 아니라 앨범 활동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꼽을 정도. 심지어 매니저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의 콘서트에 초청하기도 했다. 거기엔 화인이 디렉팅한 앨범이 현지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영향도 컸을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보컬 트레이너가 생소한 직업이었는데 요즘은 지망생이 많아요. 굳이 자격요건을 따진다면 일단 노래 실력이 있어야 하고, 전체적인 음악에 대한 이해력이 있어야 하며, 곡을 들었을 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가를 파악하는 판단 능력이 필요하겠죠.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건은 인성이에요.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다 보니 성격이 모나면 안 되겠더라고요(웃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