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레이어들이 음악적 완성도에 공통분모를 이룬 「Rock In Korea」
궁상맞게도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날이었다. [Rock In Korea]앨범이 출반되기 직전 매스터테입에서 카피한 테입 한 개를 받아들고는 흥분된 가슴을 억누르며 플레이어에 걸었다. 그리고는 A면을 처음부터 시종일관 설레는 감격속에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A면이 다 돌아가고 B면이 시작되었을 때 필자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할 여유도 없이 한줄기 눈물을 떨구고야 말았다.
감수성의 밑바닥까지 심하게 자극하는 일렉트릭 기타의 애절한 슬로워크, 이어서 흘러나오는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한국의 록적인 목소리. 후레이즈를 전개해 나갈수록 마구 나의 눈물을 강요하는 소절, 소절마다에는 그들의 록에 대한 간절한 애정이 깃들어 있었고 자신들을 잊지 못하는 록 매니어들이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를 진정으로 느끼고 있는 듯한 플레이를 펼쳐 보이고 있었다.
그 즉시 필자는 눈 앞에 보이는 사람들을 붙잡고는 '이 노래 한번 들어봐'라며 귀찮게 하였지만 그들은 노래를 듣고 난 뒤 내 과잉적인 관심이 결코 허상이 아니었음을 인정해주었다.
이 앨범에는 국내에서 내노라하는 일류급 록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화려 '하다는 어드밴티지를 업고 들어갈 수는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일관성을 잃은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음악이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모든 우려는 노파심에 지나지 않았다. 여덟개의 트랙을 모두 귀기울여 듣고난 뒤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현주소를 잃고 표류하던 국내 록계에서 가슴 속 가득 안고 있는 그 많은 욕망을 분출시키지 못하고 실어증을 앓아야 했던 임재범·김도균·김종서·강기영·김성헌·김민기를 비롯한 「Rock In Korea」의 출연진들은 이 앨범 한장 속에 그간의 모든 불만과 욕구와 아이디어를 쏟아부었던 것이다.
출연진들은 모두 각자의 소유능력이 뛰어나고 개성이 뚜렷하기로 유명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Rock In Korea」의 레코딩 과정에서 '나 '보다는 '우리 '를 생각했고 음악적 완성도에 모두 공통분모가 되어주었다. 그래서 이 앨범의 음악은 60년대부터 현대까지의 록과 헤비메틀을 골고루 표현하고 있으면서 현대적인 감각과 한국적 취향에 포커스를 집증시키는 배려를 잊지 않고 있다.
강기영의 작품세계가 한층 심오해졌고 원래부터 노래 잘 부르기로 유멍한 임재범이지만 그의 보컬은 이제 경지에 올라선듯하다. 김종서의 몽환적 창법이 새롭다. 김성헌은 이제 모든 것을 터득한 듯한 노래를 들려준다. 이 앨범이 시판되기 시작하면 홍성민이라는 새로운 인기 록스타가 탄생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반가운 것은 연주와 보컬에 있어서 불필요한 오버액션이 지양되어 필요한 요소요소에서 정확하게 플레이를 구사해주는 프로다운 면모이다.
가슴 저미는 메틀발라드 'The Same 01d Story', 한국적 취향과 맞아떨어지는 아름다운 록발라드 '기억날 그날이 와도' , 전 멤버들의 합일된 메시지가 농축된 강력 메틀트랙 'Rock In Korea'를 추천하고 싶다.
어느 겨을 비오던 날 밤. 우산도 없이 압구정동 카페거리에서 가난한 록뮤지션과 오랜만에 재회할 수 있었다. 그는 몹시 춥고 외로워보였다. 차림새도 무대 위에서의 화려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두 눈만은 달랐다. 빛이 있었다. 욕망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글/유진모 (뮤직라이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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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꺼져가는 불씨를 살린! 록맨들의 열정 어린 화합</b>
만감이 교차되고 늘 어지럽게 돌아가는, 인간의 미묘한 정신세계와 감성을 자극하고 다듬어 주는 것은 역시 음악이 아닐런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단편적인 경험과 주변 사회의 분위기와 순리를 큰 저항이나 거부감 없이 어떠한 원칙이나 정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다소 불만이거나 자신과의 부조화를 느끼면서도 차츰 순응해가고 익숙해지는 것처럼)
변화의 속도감이나 느낌이 직접 피부에 와닿는, 현대사회의 격함이나 혼돈, 무질서, 인간성상실, 가치관의 방황, 부조리 등의 요소들은 인간의 예술적 감응 능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고, 특히 음악은 스스로 지닌 보편적인 특성과 자발적인 시도가 결합되어 다양한 변신력과 세분화, 실험성, 우연성 등을 내재하며, 민감하고 예리하게 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하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물며, 한창 혈기왕성할 때이고 늘 색다른 경험과 도전을 요구하는, 터질듯한 의욕과 정열이 만재 한 젊은세대들을 대변하며 충족시켜줄 음악이란 우선, 일상적인 구태의연함과 획일성에서는 탈퇴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을 만족시키며 호응을 얻었던 음악들은 늘 음악계나 사회적인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는 작지 않은 혁명이었고 충격으로 비추어졌다. 기성세대들의 편견과 거부반응 하에서 그러한 음악들을 즐기며 정착시킨 세대들은 나름대로의 충족감과 소외감을 동시에 맛보아야 했을 것이다.
그러면 젊음을 내포하고 상징할 음악은 과연 무엇일까?
역시 ROCK음악이라는 견해에 반론을 재기하실 분이 있다면, 다시 한번 차분히 생각해보심을 권하고 싶을 따름이다
지극한 서정성과 세련미, 작열하는 에너지악 소리의 분출, 변칙과 역설, 날카로운 외침이 공존하는 야누스적인 음악 ROCK은 그 공격적이고 자유로운 연주와 대담한 표현으로 인하여 가슴속을 파고드는 통재함과 박력을 불꽃같은 열기로 전해준다.
백두산, 시나위, 작은하늘, 카리스마, 외인부대, H2O, 사랑과 평화, MAZURA(국내에서 앨범을 출반한 미
국인 그룹), 공중전화, 어린왕자,‥‥‥ 도대체 이다지 많은 국내그룹의 이름을 왜 적고 있는지 궁금하실 것이다.
다시 한번 더 해보자. 임재범, 김도균, 강기영, 이중산,이병일, 한정호, 오태호, 김성현, 손무현, 김현준, 손경호, 김종서, 김민기, 김인용, 홍성민, TERRY SCHERRER, LOREN SCOTT, 과연 국내 ROCK그룹의 역사를 쓰려는 것인지, 계보를 만들려고 하는건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필자가 억지로 지면을 메꾸기 위해서 한짓은 아닐테고‥‥‥
참으로 기쁘고 흥분되는, 기꺼운 마음으로써 본 그 이름들, ROCK MANIA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이러한 상상을 해봤으리라 생각한다. 즉 각 악기 파트별로 자신이 좋아하거나 마음에 드는 인물을 선정해서 그룹을 만들어 마음속이나 생각에서만 연주를 시켜보거나, 기라성 같은 ARTIST들이 한데 어울려 엄청난 세션을 하거나, 음반을 내는일 혹은 공연을 갖는일 등의 도저히 실현이 불가능하리라 생각되는 꿈의 연주를‥‥‥
극히 편향됐었던 국내가요계의 폭을 넓히며 패기만만하게 등장했던 ROCK 그룹들은 따가운 시선으로 이들의 음악을 소음, 퇴폐, 한순간의 객기나 광기 정도로 밖에는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의 미성숙, 나름대로의 고충과 갈등 재정적인 문제, 심지어는 각자의 악기조차도 확보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도 열의를 보이고 있는 그것은 바로 ROCK MUSICIAN들의 고군분투인 것이며 그들의 의지는 놀라운 투혼과 음악에 대한 열정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러함 속에서 그들은 스스로 활동을 중단하거나 음악성을 바꾸는 등의 자구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듯하다. 그러나 다시 불붙기 시작한 "ROCK 음악의 중흥"이란 열기는 점차 가열되고 있으며, 본 PROJECT 앨범은 이러한 분위기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견실한 내용과 세심한 기획으로 진행되어, ROCK음악의 개가이자 축제적인 분위기를 다분히 잠재시킨 채 이름만 들어도 믿음직스럽고 기대감을 억누를 수 없는 일급 뮤지셜들(위에 적었던)미 주축을 이루어 각자의 굳은 의지하에 근 6개월간의 작품작업과 연습을 끝내고 레코딩을 마침으로써 일반적인 통념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환상적인 만남이 현실로 나타났다. 현 음악계의 동향이나 여건으로 봐서는 이들의 뭉침이라는 것은 지극히 실현 불가능한 구상이었다. 가히 "한국의 SUPER SESS10N"이라 평할 수 있을 정도로 앨범의 구성원들은, 국내 ROCK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중추적 역할의 멤버들이다. 초호화 CAST의 각 개인만 보더라도 짐작되는 본 앨범치 수록곡들은 종래에 추구했던 획일적이고 파격적인, 공격적 스타일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한국적인 ROCK을 세계시장에 심어보고자 하는 뜻으로 앨범타이틀도 "ROCK IN KOREA"로 정했으며, 수록곡 8곡 모두 뚜렷한 특징과 개성을 발하며 딱딱하게 따지는 장르에 구애됨 없이, 다양한 리듬과 주제,코드, 악기편성, 편곡 등 매우 독특한 작품세계를 설정한 것이 상당히 두드러져 보이며, 그 어떤 신선함 자유로움과 진실을 둘려주고 인다.
많은 인원의 뮤지션들이 모인 관계로 시긴상 따르는 문제나 스케쥴 때문에 생긴 어려움을 빼고는 당초 예상됐던, 지나친 개성이나 고집이 나타나거나, 팀웤에 불안감을 초래할 요인과 각자 개인의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서로의 기능을 모으고 보충하여 호흡이 일치된 멋진 연주를 보여주고 있으며, 선배는 후배에게 따뜻한 조언과 음악적 수정을 가해주고 후배는 겸손히 따르고 자신의 좋은 의견을 제시하는 등, 음악적 목적을 위해 화합한 점이 좋은 결실을 맺게 된 바탕이 되었다. 처음엔 이들에게, 공백상 태에서 오는 무력감을 우려했지만 놀라운 창작욕과 성숙된 기량으로 꾸준히 연구, 노력하여 그들이 건재함을 이 앨범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팬들은 본 앨범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접하면 충분히 만족할 것이라 믿는다.
더욱 새삼스러운 것은 무척이나 자신을 나타내길 꺼려하는 인물로서 우리나라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인 이중산은 자신이 담당한 곡을 끝내고 후배들이 녹음하는 장면을 지켜보려 스튜디오에 들렸다가 마침 마땅한 연주자도 없고 사운드가 비는 것을 감지하여 준비한 기타도 없이 스튜디오에 비치된 기타를 들고 즉흥적으로 솟아오르는 악상을 자유롭게 반영하고 즉석에서 훌릉한 세션을 연습없이 끝냈으며, ALL BECAUSE OF YOU는 미국인 LOREN SCOTT가 가사를 붙이면 더 재미있겠다고 해서 우연히 가사를 넣게 되었고, 또 카리스마의 보컬인 김종서군은 자신이 작곡한 파라다이스의 가사가 졸색하다하여 녹음당일 가사를 수정 정리하고 레코딩을 끝맺히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는 이 앨범을 제작하연서 남긴 추억의 일화이다.
이렇게 ROCK MUSICIAN들의 정열과 화합 우정에도 힘찬 박수와 감사의 말을 전하며 만약 별 감흥이 없는데도 화려하고 역사적인 만남과 이색적인 기획과 취지라하여 장황히 떠들거나 특별히 가치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자신감의 자세 일수도 있지만 그러나 이러한 노력마저도 무시한 듯 관심밖에 둔다거나 존재조차도 모른채 흘려 버린다면 그것은 매우 게으른(?) ROCK팬들이 하는 일이리라‥‥‥
이 앨범을 위하여 수고한 엔지니어분과 기획자, 또' 뮤지션들 각자의 열의에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 출처 : 앨범 내지 (성우진, 1989.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