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먼 길을 돌아왔구나 상처난 꿈조차 기쁨되어 오는 길 눈물 그렁그렁 깊숙히 감추던 그리움 이제야 비로소 한숨되어 흩어지고
누군들 그렇지 않겠느냐 차창 밖에 함께 달리던 그 산줄기 시름없이 뜬 낮달 그림자에도 터질 듯이 가슴 찢던 향수(鄕愁)에 누군들 꺼억꺼억 목이 메이지 않겠느냐 때론 나직이 흐느끼면서 혹은 처절히 울부짖어서 절정하지 못 할 이 노래조차 그 머언 그리움을 달래지는 못 하였으리 못 하였으리, 고향으로 가는 길 이 아득한 사랑을 다 말하지는 못 하였으리
누가 불어주는 것이냐 저 놈의 환장할 장단 위에서 겅중거리며 오르는 한자락 호적이여 시나위여 죽었던 목숨도 화창히 살아 아득한 봄날의 다순 하늘에 한 풀리듯 서럽게 풀려나는구나 어쩌면 저리도 깊은 것이냐 봄하늘은 꿈마냥 몽롱하게 너울거리며 저승까지 닿는 명주수건을 주루룩 펼치고 웃을 듯 말듯 이 땅을 내려다볼 때 좋을시고 꽃다지 언덕에 설움처럼 쏟아지는 햇볕이여 누더기 활활 벗고 나는 가난한 몸뚱이를 남김없이 담그고 싶구나 그 어디 살보다 향기로운 황토흙 한줌을 퍼 올려 번뇌인 듯 헝클어진 이 머리를 감는다면 얼씨구나 한바탕 신명도 오르겠네 숨가쁘게 어깨에 나려 고요히 손끝으로 머물다 가는 흥이여 논두둑에 마냥 주저앉아 불던 연두빛 고향의 버들피리도 지금은 저 호적가락에 묻혀 눈물처럼 살아오고 살아서 막막한 세상도 이제는 꿈인 듯 너그러워 고개 끄덕일 때 모조리 춤되어 내 몸에 내리는 어쩔거나 열두 장단 호적가락을 겅중대며 흥청거리는 뜨거운 이 몸살을
살아서 슬펐던 육신 버리러 간다 상여는 꽃상여 비에 젖어 간다 길가에 핀 꽃은 수줍은 메꽃 저 그늘에 산수국은 곱기도 하다 나도 언젠가 한 번은 저렇게 고왔으리라 이름 그대로 꽃 같은 나이 언젠가 언제던가 남몰래 피었다 지던 슬픔 한 번쯤은 그토록 고왔으리라 이제 몸은 죽고 슬픔만 남아 한 자락 만가에 흔들리며 나는 간다 얼굴이여 손등에 내리는 빗물 닦으며 닦으며 가는 이 길은 이름마저 슬픈 황천 가는 길 빗소리 더욱 무성하여 산은 멀고 구름에 가려서 길 한층 아득하다 어화넘차 어화너 요령 흔들어 없는 길 다시 내고 어화넘차 어화너 상여 소리는 구슬퍼서 하늘로 젖어간다 하마 오래도록 허리 구부리고 이승의 하얀 설음들 따라오면 저승에도 이렇게 비가 쏟아져 각시풀처럼 질펀히 내 몸 젖을까 한오백년 쉬었다가는 구름처럼 무겁던 육신 버리고 나는 이제 갈 때 저승에도 우리 머무는 작은 술집 있어 빈 잔으로 남은 그리움 퍼 담아 마시다가 황천 노을빛 등에 지고 가던 길 마저 재촉할까 이렇게 비는 쏟아지는데 쏟아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