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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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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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 6:50 | ||||
정신차리고 살기가 싫구나
눈 똑바로 뜨고 세상 이치 헤아리며 분명한 얼굴로 이승 살기는 저승보다 싫구나 나 아무런 욕심없이 몽유의 그늘에서 한오백년 떠가는 구름처럼 그냥 흐르고 싶은데 그 때 점잖은 소나무 아래 너는 가만히 웃고 있고 오라고 오라고 손짓하면 허리 구부리고 깔깔대며 너는 슬프게 웃고 나른한 피로에 젖어 나는 버들가지나 꺾어 호드기 물고 세상 일 다 잊은 척 논둑 길에 누워 흘러가는 구름이나 불러보다가 어느 사이 꽃구름 아래 깜빡 잠든 너를 안고 돌개울에 내려가 발이나 씻기다가 해 저물면 한 그릇 밥을 찾아 욕심없이 누운 오두막을 돌아오는데 너는 세상이 너무 적막하다고 당신은 그렇지 않으냐고 짐짓 투정도 부리다가 청솔가지 분질러 아궁이 타는 불 무릎 모아쥐고 앉아 어깨를 기대면 세상은 멀어 산 속은 고요하고 저녁 연기는 낮은 목청으로 세상을 뜨리라 밤 내려 등불 밝히면 봄나물도 향기로워 너는 다듬고 비스듬히 누워 발장단이나 치다가 하도 심심하여 네 발가락이나 만지다가 만지다가 까르르 웃고 너도 따라 누워 까마득히 먼곳에 말을 달리고 스스로 외로워 아무도 말이 없을 때 가끔은 세상 생각도 날 것인데 세상 그리워 가끔은 너도 울고 나도 울어서 밤새 눈물 닦아주다 발도 닦아주고 살아온 날이 저 혼자 예쁘고 딱하여 또 울다가 그것이 사실은 설움이라고 가만가만 귀 대어오는 네 말을 나는 또 몰래 몰래 마음에 심어둘텐데 흙냄새 자욱한 방은 삼칸 방 심어둔 마음이 애틋하여 쓸쓸한 몸을 다시 만지고 우우 바람은 불어 문풍지 울리면 그제서 두고 온 세상 생각날까 누구도 먼저 말하지 못하고 더듬고 만지며 외로움 쓰다듬다가 잠이나 들까 잠이나 들까 그때도 몽유의 슬픔으로 잠이나 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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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 4:27 | ||||
4. |
| 7:28 | ||||
5. |
| 9:06 | ||||
살아서 슬펐던 육신
버리러 간다 상여는 꽃상여 비에 젖어 간다 길가에 핀 꽃은 수줍은 메꽃 저 그늘에 산수국은 곱기도 하다 나도 언젠가 한 번은 저렇게 고왔으리라 이름 그대로 꽃 같은 나이 언젠가 언제던가 남몰래 피었다 지던 슬픔 한 번쯤은 그토록 고왔으리라 이제 몸은 죽고 슬픔만 남아 한 자락 만가에 흔들리며 나는 간다 얼굴이여 손등에 내리는 빗물 닦으며 닦으며 가는 이 길은 이름마저 슬픈 황천 가는 길 빗소리 더욱 무성하여 산은 멀고 구름에 가려서 길 한층 아득하다 어화넘차 어화너 요령 흔들어 없는 길 다시 내고 어화넘차 어화너 상여 소리는 구슬퍼서 하늘로 젖어간다 하마 오래도록 허리 구부리고 이승의 하얀 설음들 따라오면 저승에도 이렇게 비가 쏟아져 각시풀처럼 질펀히 내 몸 젖을까 한오백년 쉬었다가는 구름처럼 무겁던 육신 버리고 나는 이제 갈 때 저승에도 우리 머무는 작은 술집 있어 빈 잔으로 남은 그리움 퍼 담아 마시다가 황천 노을빛 등에 지고 가던 길 마저 재촉할까 이렇게 비는 쏟아지는데 쏟아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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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 9:19 | ||||
7. |
| 7:01 | ||||
누가 불어주는 것이냐
저 놈의 환장할 장단 위에서 겅중거리며 오르는 한자락 호적이여 시나위여 죽었던 목숨도 화창히 살아 아득한 봄날의 다순 하늘에 한 풀리듯 서럽게 풀려나는구나 어쩌면 저리도 깊은 것이냐 봄하늘은 꿈마냥 몽롱하게 너울거리며 저승까지 닿는 명주수건을 주루룩 펼치고 웃을 듯 말듯 이 땅을 내려다볼 때 좋을시고 꽃다지 언덕에 설움처럼 쏟아지는 햇볕이여 누더기 활활 벗고 나는 가난한 몸뚱이를 남김없이 담그고 싶구나 그 어디 살보다 향기로운 황토흙 한줌을 퍼 올려 번뇌인 듯 헝클어진 이 머리를 감는다면 얼씨구나 한바탕 신명도 오르겠네 숨가쁘게 어깨에 나려 고요히 손끝으로 머물다 가는 흥이여 논두둑에 마냥 주저앉아 불던 연두빛 고향의 버들피리도 지금은 저 호적가락에 묻혀 눈물처럼 살아오고 살아서 막막한 세상도 이제는 꿈인 듯 너그러워 고개 끄덕일 때 모조리 춤되어 내 몸에 내리는 어쩔거나 열두 장단 호적가락을 겅중대며 흥청거리는 뜨거운 이 몸살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