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신중현 사단에 발을 들여놓았다. 신중현은 자신의 작품을 가장 잘 소화해 낸 가수로 펄 씨스터즈와 함께 김정미를 꼽고 있다.
김정미는 제2의 김추자라고 불려질 만큼 김추자의 창법을 닮았다. 김추자와 김정미, 모두 신중현에게 창법 지도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정미는 신중현의 창법 지도를 가장 제대로 받았던 가수였다. 김정미는 김추자에 비해 성량은 풍부하지 못하지만 신중현 음악 스타일에 걸맞은 창법, 특히 사이키델릭 창법에서는 독보적인 가수였다.
김정미의 노래가 지니는 매력은 우선은 섹시하다는 데 있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치 한편의 에로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1960년대 말부터 사이키델릭에 심취했던 신중현은 1970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이키델릭 작품들을 발표했다. 특히 1971년에 가수로 데뷔한 김정미에게 집중적으로 사이키델릭 작품들을 부르게 했다. 김정미는 <봄>, <햇님>, <바람>과 같은 신중현의 사이키델릭 작품을 불러서 인기를 끌었다.
음악잡지인 『대중가요』에 김정미의 인기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1972년 봄이다. 1972년 유니버살레코드사에서 ‘김정미 최신가요집’ 음반(KLS-44, 1LP)이 제작되었는데 이것이 김정미의 첫 녹음이었다. 이 음반에는 신중현의 작품 <잊어야 한다면>, <간다고 하지 마오>, <언제나>, <나 생각나네>, <기다리는 마음>, <가나다라마바>, <잊었던 사랑>, <못잊어>가 담겨있다.
이 음반에서 반주는 그룹 ‘더 맨’이 맡았다. ‘김정미 NOW’ 음반(성음제작소 SEL-100 023, 1LP)은 1973년 11월에 제작되었다. 이 음반에는 <봄>, <햇님>, <바람>, <불어라 봄바람>(김자림 작사), <당신의 꿈>, <아름다운 강산>, <고독한 마음>, <비가 오네>, <가나다라마바>와 같은 신중현의 사이키델릭 걸작과 한국전통음악과 록을 접목한 <나도 몰래>가 담겨있다.
이 음반의 앞표지에는 꽃밭을 배경으로 한 김정미의 인물 사진이 실려있는데, 이 사진은 신중현이 촬영한 것이며 꽃은 사이키델릭을 상징한다. 김정미는 1977년 9월에 지구레코드공사에서 제작한 음반(JLS-1201239, 1LP)에서 김성욱 작사, 김영광 작곡의 <나는 바본가 봐>, 하중희 작사, 김용선 작곡의 <셋방살이>, 김태완 작사, 김영광 작곡의 <너를 보내고>, 제니스 조플린(Janis Joplin) 작곡, 지명길 역사의 <난 정말 몰라요>(Move Over), 김성욱 작사, 김영광 작곡의 <너를 갖고파>를 녹음했다. 김정미는 이 음반을 끝으로 가요계를 떠났다.
1974년 9월에 지구레코드공사에서 제작된 김정미의 음반(JLS-120920, 1LP)은 신중현, 김정미 콤비가 마지막으로 이뤄 낸 사이키델릭 음악 음반이다. 이 음반에는 신중현의 작품 <이건 너무하잖아요>, <생각해>, <담배꽁초>, <갈대>(남지연 작사), <당신이>, <너와 나>가 담겨있다.
김정미의 녹음이 담겨있는 음반으로 지금까지 13장이 확인되었다. 김정미의 음반 가운데 신중현의 작품이 담겨있는 것은 12장이며, 신중현 외의 작곡가들의 작품이 담겨있는 것은 1장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