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한국 싸이키델릭의 여제 김정미의 대표작들을 모은 4CD 박스 한정반.
양대 명반으로 손꼽히는 <바람> <Now>을 비롯하여 <최신가요집> 그리고 <간다고 하지마오 / 아니야>
앨범으로 구성된 스페셜앨범.
초회 500셋 넘버링 한정반
인서트(전곡가사와 라이너)
소형 포스터
전곡 24비트 디지털 리마스터링(2016_사운드미러 코리아)
[한국적 싸이키델리아의 시작과 완성을 의미한 김정미의 음악 여정]
1970년 대 이미 한국 대중음악의 산파 역할을 담당했던 신중현 사단의 기대주로 탄생한 김정미는 현재 우리의 기억 한가운데 한국 싸이키델릭의 여제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어느 순간 자리매김 했다. 사실, 김정미의 음반들은 근래에 늦깍이 팬들을 양산하기에 이르러, 그녀의 이름이 확고히 각인되는데 크게 일조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과거로 잠시 돌아가 보자. 당시 신중현은 펄 씨스터즈에 이어 스타로 발돋음한 김추자에 이어 당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정미를 발탁해 자신만의 트레이닝 방식을 선택했다. 김정미는 김추자의 육감적인 율동과 성량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신중현 본인의 추구하는 음악적인 스타일을 실현해 줄 재목으로 충분했다. 신중현 본인의 말에 따르면 당시 김정미를 다소곳한 자세로 앉혀서 노래를 부르게 했다고 말한다. 김정미가 지닌 잠재력을 일치감치 파악한 뒤 그에 맞는 트레이닝 방법을 선택했다는 의미이다. 그러한 시도는 더욱 김정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던 잠재력을 이끌어 내어 신중현의 의도대로 경쟁력 있는 또 하나의 스타 탄생을 의미하는 일이었다.
어느덧 제2의 김추자로 불려질 정도로 김정미는 김추자와 닮아갔고 당대의 히트 제조기 신중현과의 작업을 통해 대형스타의 탄생을 기대케 했던 그녀의 출발점은 김추자 무대 대역이었고, 뒤 이은 옴니버스 앨범인 '신중현 사운드 Vol. 2' 로 실질적인 출발의 서막을 알렸다. 1972년부터 1973년 사이에 발표한 음반들은 과거 김정미의 인지도를 끌어올린 일등공신격인 독집앨범들이다. 신중현 으로부터 독창적인 창법을 전수받은 뒤라 김정미만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는 넘버들로 구성되었으며 인기몰이에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 점은 김정미가 이미 학창시절부터 발산했던 끼에 기인한 결과이기도 했지만 타고난 음폭과 노력은 한층 신중현의 음악적 시도에 날개를 달아 주듯이 보기 좋게 대중적인 노선과도 맞아 떨어졌다.
1972년 김정미는 공식적인 데뷔작으로 '김정미 최신가요집' 을 발표한다. 이 앨범의 연주는 그룹 ‘더 멘’ 이 맡았다. 비장미가 돋보이는 대곡 '잊어야 한다면'을 비롯해 업 템포적인 진행이 인상적인 '간다고 하지마오' 그리고 간헐적으로 파격적인 시도가 돋보이는 '못 잊어' 등 모든 수록곡이, 김정미의 매력적인 보이스와 한국적인 가락이 공존하여 화려한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감지 할 수 있다. 여기에 ‘더 멘’의 출중한 연주도 무게감 있는 사운드의 한 측면을 담당했다. 데뷔앨범의 성공에 힘입어 김정미는 가요계의 촉망받는 기대주로 이름을 알렸고 이듬해인 1973년 6월에 2집 '간다고 하지마오 / 아니야' 앨범을 발표했다. 이미 앞서 발표된 '신중현 사운드 Vol. 2'에 수록된 4곡과 1집에 수록곡들이 반복된 형태를 띄고 있는 것으로 봐서 급조된 인상마저 풍기지만 그만큼 김정미의 인기가 당시에 어떠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도 있겠다. 현란한 건반 연주가 돋보였던 타이틀곡인 '아니야' 를 필두로, 마지막 곡 '언제나' 에 이르기까지 김정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다.
1973년 한 해에는 연속해서 김정미의 양대 대표앨범으로 손꼽히는 '바람 / 추억' 과 절묘한 앨범명이 돋보인 'NOW' 가 발매되었다. 현재 김정미의 진가를 재평가 받도록 만든 문제작이자 신중현과 김정미 콤비의 역작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음반 역시 6곡이 동일한 곡으로 겹치지만 세대를 초월해 개별적으로 큰 의미 부여가 되는 명반들이다. 실재, '바람' '햇님' '봄' '아름다운 강산' '나도 몰래' 는 최고점에 이른 한국적 싸이키델릭 사운드의 금자탑을 이룬 명곡들이다. 특히, 신중현이 포크로의 일시적인 회귀를 통해 탄생시킨 명곡 '햇님' 과 '봄' 은 자신의 이상향을 음악적 시도를 통해 절묘하게 결합시켰던 불후의 명곡들이다. 이처럼 높은 음악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탄탄대로를 달리던 신중현과 김정미 콤비의 행보는 1975년을 기점으로 대중의 시야에서 자취를 감췄다. 가요정화운동의 일환으로 김정미를 대표하는 곡들이 금지의 족쇄를 차고 대중과 이별을 고했기 때문이었다. 어이없는 결과로 김정미의 음반들은 여타 금지 앨범들과 동일하게 폐기 처분되는 끔직한 수난을 경험했다. 현재 김정미 음반의 희소성을 발생케한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현재로 다시 돌아와 보자. 유행은 주기적으로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실재로 그러하다. 음악적인 취향도 언젠가는 사람들의 요구와 변화된 시대상에 따라 제자리를 찾아오곤 한다. 서두에서 밝혔듯이 한국 싸이키델릭의 여제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어느 순간 자리매김한 김정미도 그런 맥락으로 풀어야할 과제였다. 아울러, 신중현과 김정미 이 최적의 콤비가 빚어낸 성과물에 대한 재평가가 후한(?) 상황에서 더욱이 선택의 폭은 과거와 달리 제한적이지 않다. 무엇보다도 역경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은 끈질긴 생명력마저 담고 있는 이들의 음악을 두고 앞으로도 찬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늘 우리와 함께할 음악이란 생각 때문일 것이다. 끝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성 보컬리스트 김정미를 대표하는 4장의 음반을 선별해서 꾸며진 이번 ‘앤솔로지’ 박스셋을 통해 김정미의 음악 여정을 새롭게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글 : 손병문(리듬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