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지>는 ‘바위섬’의 가수 김원중이 오랜 침묵을 깨고 1999년에 새로 내놓은 3집 음반입니다. 시적인 서정성과 폭발적이면서 절제된 그의 가창력이 돋보이는 음반입니다 백창우가 작곡한 <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지> 와 새로운 편곡으로 거듭난 “바위섬” “직녀에게” 등 총 13곡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바위섬≫ ≪직녀에게≫로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가수. 1998년 일본초청공연을, 1999년 11월 일본 7개 도시 순회공연, 2004년 동경에서 열린 <아시아의 바람> 공연 등을 가졌다. 2002년에는 <잘가라 지역감정>이라는 제목으로 전국을 돌며 49재 콘서트를 가졌고, 2003년~2004년에는 매달 북한 어린이를 위한 사랑 모으기 <김원중의 달거리 공연>을 갖기도 했다. 문익환 목사 헌정음반『뜨거운 마음』과 프로젝트 음반『흑백사진』 에 참여했으며 독집 음반『직녀에게』『나목』『꿈꾸는 사람만이 세상을 가질 수 있지』『모래시계』와 라이브 음반을 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컨필레이션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 ....
너 문득 떠나고 싶을 때가 있지 그래 눈 딱 감고서 떠나 보는거야 여행이란 인생의 쓴 맛 본 자들만이 한번쯤 떠나는 것이니까 세상에 버려졌다는 생각이 들 때 한번쯤 세상을 내동댕이 쳐 보는거야 대수롭지 않은 듯 한 마디 던지면 돼 지금 모항에 가는 길이라고 모항 가는 길은 우리들 생이 그래왔듯이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드는 싸움처럼 너를 지치게 만들지도 몰라 하지만 던져버릴 수 없는 희망이 여기까지 우리를 데리고 온 것처럼 모항도 그렇게 가는거야 구불구불 험난한 길을 걸어서
모항 가는 길은 우리들 생이 그래왔듯이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드는 싸움처럼 너를 지치게 만들지도 몰라 하지만 던져버릴 수 없는 희망이 여기까지 우리를 데리고 온 것처럼 모항도 그렇게 가는거야 구불구불 험난한 길을 걸어서 구불구불 험난한 길을 걸어서
그대 오늘은 무얼하고 있는지 어둠 내리는 거리에서 서성이지만 삶은 늘 고단한 것 스치는 바람 같은 것 사랑이 그대 눈에 보일 때나 안 보일 때도 사랑은 쉼없이 지나가며 비를 내리고 봄이 오면 꽃이 피어요 삶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 조용히 다가오는 당신 모습 바라보면 창가에 반짝이는 별빛같은 그대여
사랑이 그대 눈에 보일 때나 안 보일 때도 사랑은 쉼없이 지나가며 비를 내리고 봄이 오면 꽃이 피어요 삶은 이렇게 아름다운 것 조용히 다가오는 당신 모습 바라보면 창가에 반짝이는 별빛같은 그대여 창가에 반짝이는 별빛같은 그대여
우리가 저문 여름 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 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자국이 박혀 지워지지 않는구나 그리움도 손 끝 마다 핏물이 배어 사랑아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아있는 것이구나
꿈을 꾸었소, 작은 새 날개짓에 이어지는 설레임을 꿈을 꾸었소, 빈 하늘 가득 메운 마음 깊은 속삭임을 한 줄기 바람처럼 당신 곁에 날아가 늘 편안한 사랑으로 남아있고 싶었소 한 줄기 불씨처럼 당신 곁에 날아가 늘 따스한 온기로 남아 있고 싶었소 꿈을 꾸었소, 우체부 가방 한 구석 수줍은 내 사연을 꿈을 꾸었소, 우체부 가방 한 구석 서글픈 내 사랑을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보랏빛 소리 나팔소리 들리리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덩굴이 애쓰며 손 내미는 것을 내게 땅이 있다면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내 아들에게 다만 나팔꽃 진 자리마다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보랏빛 소리 나팔소리 들리리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덩굴이 애쓰며 손 내미는 것을 내게 땅이 있다면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내 아들에게 다만 나팔꽃 진 자리마다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 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우체국이 한 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이 곳에 오기 아주 오래 전부터 우체국은 아마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귓속에 파도 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었다 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 세월을 큰 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
한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줄지어 소풍 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 내 어린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우체통이 빨갛게 달아오른 능금 같다고 생각하거나 편지를 받아먹는 도깨비라고 생각하는 소년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소년의 코밑에 수염이 거뭇거뭇 돋을 때쯤이면 우체통에 대한 상상력은 끝나리라
부치지 못한 편지를 가슴속 주머니에 넣어두는 날도 있을것이며 오지 않는 편지를 혼자 기다리는 날이 많아질 뿐 사랑은 열망의 반대쪽에 있는 그림자 같은 것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삶이 때로 까닭도 없이 서러워진다
우체국에서 편지 한 장 써보지 않고 인생을 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또 길에서 만난다면 나는 편지봉투의 귀퉁이처럼 슬퍼질 것이다 바다가 문 닫을 시간이 되어 쓸쓸해지는 저물녘 퇴근을 서두르는 늙은 우체국장이 못마땅해할지라도 나는 바닷가 우체국에서 만년필로 잉크 냄새 나는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긴 편지를 쓰는 소년이 되고 싶어진다
나는 이 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사랑을 한 게 아니었다고 나는 사랑을 하기 위해 살았다고 그리하여 한 모금의 따뜻한 국물 같은 시를 그리워하였고 한 여자보다 한 여자와의 연애를 그리워하였고 그리고 맑고 차가운 술을 그리워하였다고
밤의 염전에서 소금 같은 별들이 쏟아지면 바닷가 우체국이 보이는 여관방 창문에서 나는 느리게 느리게 굴러가다가 머물러야 할 곳이 어딘가를 아는 우체부의 자전거를 생각하고 이 세상의 모든 길이 우체국을 향해 모였다가 다시 갈래갈래 흩어져 산골짜기로도 가는 것을 생각하고 길은 해변의 벼랑 끝에서 끊기는 게 아니라 훌쩍 먼 바다를 건너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때로 외로울 때는 파도소리를 우표 속에 그려넣거나 수평선을 잡아당겼다가 놓았다가 하면서 나도 바닷가 우체국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네가 내게로 와 네 가진 사랑의 말들을 나눠주었듯 나도 네게로 가 노래들을 들려주고 싶구나 때론 살아간다는 것이 몹시 외롭기도 하지만 네가 있기에, 네가 있기에 아직은 견딜 만하지 네가 내게로 와 내 가진 절망들을 만져주었듯 나도 네게로 가 네 가진 슬픔들을 보듬어주고 싶구나 때론 살아간다는 것이 몹시 막막하기도 하지만 네가 있기에, 네가 있기에 아직은 견딜 만하지
빌딩 꼭대기보다 더 멀리 달아나버린 하늘을 보며 갑자기 내 몸이 외로움을 느낄 때 서늘한 바람이 이마를 스쳐 아, 가을은 아, 그렇게 찾아옵니다 기타 소리 보다도 더 맑게 울려퍼지는 벌레소리에 갑자기 이 밤이 허전함을 느낄 때 무심한 낙엽이 창가를 스쳐 아, 가을은 아, 그렇게 깊어갑니다 암만 불러보아도 단풍잎 끝에 부딪혀 돌아오는 건 소리쳐 불러보아도 메아리 속에 부서져 돌아오는 건 나의 외로움 가을의 외로움 가을, 가을, 가을, 가을이여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섬 인정없던 이곳에 새상사람들 하나둘 모여들더니 어느 밤 폭풍우에 휘말려 모두 사라지고 아는 것은 바위섬과 흰 파도라네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너를 사랑해 이제는 갈매기도 떠나고 아무도 나는이 곳 바위섬에 살고싶어라
바위섬 너는 내가 미워도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다시 태어나지 못해도 나는너를 너무 사랑해 이제는 갈매기도 떠나고 아무도 없지만 나는이 곳 바위섬에 살고 싶어라 나는이 곳 바위섬에 살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