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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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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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 내 마음속엔 작은 바람이 일어 비가 오는 날 내 가슴속엔 슬픈 이슬이 맺혀 바람 부는 날 거리에 나가 자꾸 서성거리고 비가 오는 날 전화벨 소리 자꾸 기다려지네 그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몰라 그대 이미 내 맘속에 있는 걸 바람 부는 날 비가 오는 날 그대 향해 떠나네 바람 따라서 구름 따라서 포두 향해 떠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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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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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나 사이에 강이 흐른들
무엇하리 무엇하리 이 못된 세상을 후려치고 갈 회초리가 못된다면 내가 그대가 되고 그대가 내가 되어 우리가 강물되어 흐를 수 없다면 무엇하리 무엇하리 무엇하리 먼 훗날 다 함께 바닷가에 닿는 일이 아니라면 그대와 나 사이에 강이 흐른들 무엇하리 무엇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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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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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야지 우리 사랑의 풀씨가 되어
흩어져야지 우리 이땅의 어디로엔지 안개처럼 피어나는 묻어둔 이야기며 구름처럼 많기도 했던 못다한 일들이며 묵묵히 남겨둔 채로 빈가슴 부벼댈 언덕을 찾아 떠나야지 우리 사랑의 풀씨가 되어 흩어져야지 기다림의 땅 한반도에 황량한 벌판에 흙먼지 날리어도 대지의 속살깊이 뿌리 내리고 찬연한 풀꽃 한송이 찬연한 꽃 한송이 피워내야지 떠나야지 우리 사랑의 풀씨가 되어 흩어져야지 기다림의 땅 한반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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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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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니 별밭에는요 글씨 지는 꽃만 피었당게요
밤낮으로 가르쳐농게요 지 맘대로 져부른 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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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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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동안 품앗이하다 몸살져 누운
오살댁 공판장에서 허리 다쳐 들어온 오살양반에게 아랫목 내주고 몸빼 줏어 입으며 일어납니다. 보일러 놓을 돈 보내준 것으로 올 한 해 효도를 끝냈던 터라 어김없이 전화통은 울리지 않고 민수 서울 가던날 -- 오살댁 인자 고생 다혔구만 -- 오살양반은 고생 끝났당께 동네 사람들 부러워서 던지던 말 귓가에서 쟁쟁 거립니다. 오살댁, 서울쪽 한번 흘끔 쳐다 보더니 오살양반 들릴락 말락하게 한마디 합니다. ... 오살헐 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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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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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땅이 있다면 거기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보랏빛 소리 나팔소리 들리리 날마다 눈물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덩굴이 애쓰며 손 내미는 것을 내게 땅이 있다면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내 아들에게 다만 나팔꽃 진 자리마다 동그랗게 맺힌 세계를 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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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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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갔을까 어디로 갔을까
강물에 띄운 내 작은 배 검정 고무신 멈칫멈칫 떠난 아비 찾아 갔을까 질레질레 떠난 누이 따라 갔을까 어디로 갈거나 어디로 갈거나 울 엄니처럼 홀로 남은 고무신 한 짝 울 엄니처럼 홀로 남은 고무신 한 짝 앞서거니 뒤서거니 아비 찾아 갈거나 노 저어라 둥둥 누이 찾아 갈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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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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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다 낯선 친구 우리 만나면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가도 황톳길 숨막히는 더윗길 길을가다 신발을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하나 없고 남은 두 개 발가락 잘릴때까지 천리 먼 전라도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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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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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부는 날 내 마음속엔 작은 바람이 일어
비가 오는 날 내 가슴속엔 슬픈 이슬이 맺혀 바람 부는 날 거리에 나가 자꾸 서성거리고 비가 오는 날 전화벨 소리 자꾸 기다려지네 그건 어쩌면 사랑인지도 몰라 그대 이미 내 맘속에 있는 걸 바람 부는 날 비가 오는 날 그대 향해 떠나네 바람 따라서 구름 따라서 포두 향해 떠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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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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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내 마음속에 푸른 하늘이 열릴까
먹장구름 다 걷히고 고운 햇살이 내릴까 힘겨운 삶의 저 편엔 어떤 세상이 있을까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리워 나 오늘도 빈 하늘만 보네 언제나 내 마음속에 푸른 하늘이 열릴까 굿은 비 다 그치고 맑은 바람이 불까 어둠 저 너머엔 어떤 세상이 있을까 잊혀진 얼굴 다시 살아나 내 쓸슬한 노래가 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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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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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행복한 날이 다시는 없으리
이제는 지나가버린 내 어린 그 시절 싸리 빗자루 둘러메고 살금살금 잠자리 쫓다가 얼굴이 발갛게 익어 들어오던날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먹을것 없던 날 그만큼 행복한 날이 다시는 없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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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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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 머리를 세고 지금은 침 발라 돈을 세지 먼 훗날엔 무얼 셀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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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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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역에서 (2002-09-29 22:58:18) 곽재구 시 / 유종화 작곡 / 박종화 낭송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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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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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개 저고개 개망초꽃 피었대
밥풀같이 방울방울 피었대 낮이나 밤이나 무섭지도 않은지 지지배들 얼굴마냥 아무렇게나 아무렇게나 살드래 누가 데려가주지 않아도 왜정때 큰고모 밥풀 주워 먹다 들키었다는 그 눈망울 얼크러지듯 얼크러지듯 그냥 그렇게 피었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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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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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따러 간 성은 어찌됐나
달 따러 간 누인 어찌됐나 설 쇠고 떠난 서울 편지도 없고 봄 여름 푸르른 감자밭만 남아 황토흙을 제쳐 성아 너처럼 영글어가던 알알이 캘 사람 없네 해 따러 산 성은 어찌됐나 달 따러 간 누인 어찌됐나 서울가서 하는일이 무엇일랴고 돈맛만 들이고 사람 버린다더라 쥐불 놓는 언덕 하늘 붉고 짧은 소매에 눈물만 물들이는데 해 따러 간 성은 어찌됐나 달 따러 간 누인 어찌됐나 서울 가서 하는 일이 무엇일랴고 돈맛만 들이고 사람 버린다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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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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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였던 울 아버지
바지게에 꼴짐지고 두렁길을 건널때 등에 와서 얹히던 햇살은 얼마나 무거운 짐이었을까 울 아버지 혼자 남아 밤 늦도록 일하실때 둠벙 속에 살고 있는 색시 같은 달덩인 얼마나 얼마나 처량한 친구였을까 그마저 구름이 가렸던 밤엔 어떻게 지냈을까 울 아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