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까지 척박한 이 땅의 락필드에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며 국내 락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의욕과 패기에 넘친 젊은 뮤지션들은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긴급조치 9호’라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외부 압력에 의해 날개가 꺾이고 혀가 뽑히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길고 어두운 침묵의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나마 밴드에서 보컬리스트로 활약했던…...
"해뜰 날", "해변의 여인", "정", "내 마음은 풍선", "내 곁에 있어주". 발표 시점의 차이는 있어도 '가요 반세기'같은 책자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불멸의 히트곡들이다. 달리 말한다면 원만한 취향의 대중가요이기 때문에 그것 이상을 바라는 사람이 관심을 기울일 곡들은 아니다. 최이철, 김명곤, 이남이, 김태흥, 이철호 등의 이름을 보고 한껏 기대치를 높이고 이 음반을 접한다면 '도대체 이런 곡들을 왜?'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실제로 "해변의 여인"이나 "내 곁에 있어주"를 먼저 듣는다면 '그저 그렇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두 트랙 모두 '슬로우 록' 리듬에 기초하여 편곡되어 있다. 신씨사이저와 기타가 만들어내는 대선율에 센스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에는 원곡의 평이함이 지배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