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어느 깊은 시골. ‘달천동’이라는 마을에 두 소년이 있습니다.
모든 소년이 그러하듯이 하루하루 지루함에 찌든 시간을 지나보내고, 해가 지고 밤이 오면 눈을 맑게 하고선 지나친 감상에 빠져 몇 개의 모아둔 시디들을 무한반복해서 듣습니다. 한달에 한번은 시내로 나가 헌혈을 해가며 피를 팔아 산 여러 멋진 20세기의 명반들을 나누어 들으며 두 소년은 잠에 들었고 지친 꿈에서도 멋진 슈퍼스타들을 만나곤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꿈에서 깨었을 때 묘한 자세로 올갠을 연주하는 한 소년을, 드럼을 연주하는 한 소년을... 그 둘은 보았습니다.
두 소년이 사는 동네는 모든 공간이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논과 밭 밖에 없었거든요. 그나마 밀폐된 공간이라곤 작은 시골교회 밖에 없었습니다. 그 공간으로 들어갔습니다. 시골교회는 언제나 한산하기에 두 소년은 겨울 내내 녹음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우여곡절 끝에 골방 음악 소년들의 필수품 ‘4트랙 테잎 레코더’를 구입하게 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녹음을 시작하게 됩니다. 둘은 무섭고도 놀라운 신비에 휩싸여 녹음을 해나가면서 가난하고도 신비한 노하우들을 하나 둘씩 쌓기 시작합니다. 작은 가슴에 주단을 깔아주는 장롱 삼단 올갠과 조금은 오래된 통이 작은 드럼세트와 미묘하게 좁지만 작은 공간이 가진 포근한 리버브, 그 설렘과 두려움의 울림들이 마이크에 전달되고 테잎에 남겨졌습니다. 그리고 그 소리들에 몇몇 사람들이 슬그머니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소년들은 이 결과물들을 내 보이기로 결심합니다.
두 소년은 4트랙 테잎 레코더를 갖고 골방 감상실의 그 곳으로 돌아옵니다.
불을 잠시 꺼두고 오디오와 테잎 레코더를 연결해두곤 레코더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을 때 어디선가 익숙하지만 또 전혀 새로운 울림과 멜로디들이 흘러나왔습니다. 두 소년은 서로를 바라보며 동시에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