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사 너무 보고 싶었어 넌 금새 또 가겠지 커피 한 잔 마실까 차라리 내게 기대렴 바사 너무 오랜만이야 몹시 피곤해 보여도 너의 검은 눈동자 여전히 아름답구나 바사 바사 너는 알고 있겠지 내가 웃어도 마음 속으로 슬퍼하고 있는 줄을 바사 바사 너는 눈치 챘겠지 말 안해도 가슴 속에서 솟아나는 이 말을 사랑해 바사 바사 사랑해 사랑해 바사 바사 사랑해
문경새재는 왠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로구나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이내 가슴속엔 수심도 많다 가버렸네 정들었던 내 사랑 기러기떼 따라서 아주 가버렸네 저기 가는 저 기럭아 말물어 보자 우리네 가는 길이 어디메뇨 소리따라 흐르는 떠돌이 인생 첩첩이 쌓인 한을 풀어나 보세 만경창파에 둥둥둥 뜬 배 어기어차 어야디여라 노를 저어라
(유봉, 눈먼 송화를 인도하며 걷고 있다) 유봉 : 이산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구나 유봉 : 나도 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다 유봉 :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멀리서 걸어오는 송화와 유봉의 모습이 본다.) (유봉, 소리를한다) 유봉 : 왔다갈 줄 아는 봄을 반겨한들 쓸데가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며 녹음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된들 또한 경개 없을소냐 한로상품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왕국단풍은 어떠허며 가을이 가고 (유봉이 눈먼 송화를 이끌며 눈길을 헤쳐 나간다) 유봉 : 겨울이 되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이 펄펄 휘날리어 월백설백 천지백하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봄은 갔다가 해마다 오건만 이내 청춘은 한번 가서 다시 올줄을 모르네 그려 (폐가 도착하는 유봉과 송화가 멀리서 보인다) 유봉 : 어화, 세상 벗님네야 인생이 비록 백년을 산데도 잠든 날과 병든 날과 걱정그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살 우리 인생인줄 짐작하시는 이가 몇몇인고 유봉 : (짐을 내리고 방과 부엌을 기웃거리며) 주인이 전쟁통에 죽었다는디 이불하고 부엌 살림이 조금 남아 있구나. 소리 공부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송화 : 뭘 먹고 사나요? 유봉 : (마당으로 나가며) 저 아래 한 스무 채 산다니께 설마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것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