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영화음악이자 국악앨범으로 7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를 기록한 국내 최초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18세기 이후 명맥만을 유지해온 판소리를 통해 우리민족, 우리소리의 한과 정서를 담 아낸 걸작 영화 「서편제」를 김수철의 작업을 통해 음반으로 또 한편의 「서편제」를 만들어 냈다. 이 앨범에는 주제음악인 김수철의 궁중악 대금곡 '천년학', 소금곡 '소리길' 등 연주곡을 비롯 하여 '심청가', '춘향가' 등의 판소리, 대사와 음악들이 11개의 토막으로 나뉘어 담겼다. 김수철 작·편곡의 연주곡은 국악과 양악의 조화가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받는 곡으로 소리 변화들이 심한 판소리와 어우러지면서도 그 소리를 다치지 않고 있다. 악기 선택에도 신중이 기해졌는데 영화 의 주제 판소리와의 균형을 위해 대금과 소금을 사용하였다. 특히 '천년학'은 궁중악대금으로 연 주되었는데 일반 대금보다 훨씬 투명하고 깊이 있는 소리를 지녀 아악에 연주되던 악기다. 또 다른 창작 곡 '소리길'은 소금 연주로 국악 동요곡 형태로 편안하게 전개되는데 '소리길'이란 곡명 은 소리꾼의 삶의 이야기 그 자체를 표현한 것으로 영화 대목 대목을 정리해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수록된 판소리는 여주인공역의 오정해와 명창 안숙선의 소리이며, 구성진 김명곤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답게 영화의 중요한 대목들의 대사와 효과음까지 고스란히 녹음되어 있다. 수록장면들은 소리꾼 일가족 3명이 '진도아리랑'을 부르고 흐드러지게 춤을 추며 길을 가는 화제의 롱테이크, 소리꾼 유봉이 인생의 황혼에 의붓딸 송화를 만나 "내가 너의 눈을 멀게 했다. .."고 털어놓는 대목, 기구하게 재회한 오누이가 밤새도록 소리로 교감하는 대목 등이다. 영화를 본 관객의 가슴에 남는 인상깊은 대사와 소리들이 담겨, 영화 「서편제」가 주는 감동의 진수를 다시 한번 음미할 수 있다. 93년 서편제로 제13회 한국영화평론가 협회 음악상 수상 및 MBC 최우수 영화음악상을 수상. .... ....
머리풀어 산발허고 온모에다 피칠허고 한손에다가는 장검을 들고서 춘향앞으로 나오면서 춘양아씨 놀라지마시오 나는 다른 귀신이 아니라 남원읍사는 청도란 귀신이오
상청을 올릴 적에는 창이라도 찌를듯이 무섭게 내질러야지. 그렇게 힘 없이 하면 그게 소리냐 넉두리 흥타령이제. 거기다가 몸은 또 왜 그렇게 비뜰어? 흥 기운이 없으니 비틀기라도 해서 쥐어짜야지. 뭐여? 허구헌날 죽으로 때우고 사는디 뭔 힘이 있다고 소리가 나오것소? 니놈이 뭘안다고 떠들어? 주둥아리 닥쳐 이놈아. 나는 다른 귀신이 아니라서부터 다시.
나는 다른 귀신이 아니라 질러 남원읍 사는 청도란 귀신이오
누님 이젠 소리로는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여. 괜히 쓸데없는 짓하다가 골병들지말고 관두란 말이여. 그까짓 소리하면 쌀이 나와 밥이 나와 뭐여 야 이놈아? 쌀나오고 밥나와야 소리하냐? 이놈아 지소리에 지가 미쳐가지고 득음을 하면 부귀공명보다도 좋고 황금 보다도 좋은것이 이 소리 속판여 이놈아. 이놈의 자식이 대가리가 컸다고 어디서 함부로 주둥아리를 나불대. 내가 뭐 틀린말 했소? 아니 이자삭이 어디서 애비한테 대들어. 이런 니미럴, 왜때려? 뭐야? 이 천하의 배은망덕한 놈 같으니. 이놈의 자식 이놈의 새끼 이따위 광대노릇 안하면 그만 아니여 니미널. 동호야, 동호야 동호야 너 왜이러냐? 누님도 이집구석 떠. 그게 사는길이여 모질게 맘 먹고 뜨란 말이여 동호야! 동호야!
(유봉, 눈먼 송화를 인도하며 걷고 있다) 유봉 : 이산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구나 유봉 : 나도 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허다 유봉 :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멀리서 걸어오는 송화와 유봉의 모습이 본다.) (유봉, 소리를한다) 유봉 : 왔다갈 줄 아는 봄을 반겨한들 쓸데가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며 녹음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된들 또한 경개 없을소냐 한로상품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왕국단풍은 어떠허며 가을이 가고 (유봉이 눈먼 송화를 이끌며 눈길을 헤쳐 나간다) 유봉 : 겨울이 되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이 펄펄 휘날리어 월백설백 천지백하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봄은 갔다가 해마다 오건만 이내 청춘은 한번 가서 다시 올줄을 모르네 그려 (폐가 도착하는 유봉과 송화가 멀리서 보인다) 유봉 : 어화, 세상 벗님네야 인생이 비록 백년을 산데도 잠든 날과 병든 날과 걱정그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살 우리 인생인줄 짐작하시는 이가 몇몇인고 유봉 : (짐을 내리고 방과 부엌을 기웃거리며) 주인이 전쟁통에 죽었다는디 이불하고 부엌 살림이 조금 남아 있구나. 소리 공부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송화 : 뭘 먹고 사나요? 유봉 : (마당으로 나가며) 저 아래 한 스무 채 산다니께 설마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것냐?
(송화, 문앞에 앉아 있고, 유봉 장롱 앞에 앉아있다) 유봉 : 이제 제법 니 한을 소리에 실을수 있게 되었구나 송화 : ... 유봉 : 송화야 송화 : 예 유봉 : 내가 니 눈을 그렇게 만들었다 송화 : ....... 유봉 : 알고 있었쟈? (송화, 끄덕인다) 유봉 : 그럼 용서도 했냐? 송화 : ...... 유봉 : 니가 나를 원수로 알았다면 니 소리에 원한이 사무쳤을 텐디 니 소리 어디에도 그런 흔적은 없더구나 유봉 : 이제부터는 니 속에 응어리진 한에 파묻히지 말고 그 한을 넘어서는 소리를 혀라 (기침을 하며 송화를 보는 유봉) (송화의 얼굴) 유봉 : (소리) 동편제는 무겁고 맺음새가 분명하다면 서편제는 애절하고 정한이 많다고들 하지 허지만 한을 넘어서게 되면 동편제도, 서편제도 없고 득음의 경지만 있을뿐이다 낙산거사 : (멀거니 바다를 보다가) 어느 해든가, 한오륙년전이 든가 유봉이 부녀가 소릿재에 산다는 말을 듣고 찾아가 봤더니 세월네라는 여자만 주막을 지키고 있더구나 유봉인 이미 죽고 송화는 이태전에 거길 떠났다는 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