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감추었던 감성적이고 일상적인 사랑 이야기들을, 담담함 속에 섬세하게 풀어낸
어쿠스틱 사운드의 정수[精髓]. 포크 밴드 호우앤프랜즈 첫 정규앨범
“아, 아, 기대된다”
음악계라고 불리는 이 바닥에 종사하는 글쟁이들이 요즘 들어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바로 “행보”다. 그 이유는 거의 모든 홍보자료와 앨범 리뷰에는 말초적인 댄스음악과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뻔한 발라드 음악으로 점철된 현 가요 시장을 개탄하며, 그를 마무리 하는 단어로 그런 종과는 다른 ‘이들의 행보가 앞으로 기대된다’로 끝맺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그 단어나 문장에 대해 반발심으로 문장을 구성할 때는 “행보”라는 단어를 의식적으로 피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 이들의 음악을 처음 접하는 순간에 순수함으로 버무려진 사운드와 감성에 감탄하며, 봄 바람에 치마자락이 흔들리는 것에도 부끄러워하는 처녀의 순수한 마음(?)으로 “그들의 행보가 앞으로 정말 기대된다”는 문장을 의식적으로 피하지 않으려 한다.
“호우와 친구들”
이 앨범에 대한 이들의 열정은 우선 간판에 걸려있는 이름인 Howoo(호우)의 팔방미인 같은 재주와 음악 이력서에 각종 경력을 가득 채울 그의 친구들의 단단한 협동으로 일체가 된 프로듀싱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 “음악은 잔잔하건만 그 열기만큼은 활화산처럼 뜨거워라” 같은 3류 무협지에서나 나올 대사를 인용하여 전달해드리려 한다. 호우의 작사, 작곡, 노래, 연주와 그의 오랜 친구들이 음악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만들어낸 이 앨범은,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일상적이고 섬세한 사랑의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해 냈다. 자극적이고 직설적인 내용보다는 사랑의 정점에서 한번 뒤를 돌아보며, 그리워하고 배려하며 바라보는 순수한 감정들이 그 진솔한 가사와 음악을 통하여 듣는 이들의 귓속에 사근사근 잠식해간다. Howoo & Friends의 리더 호우(Howoo)는 어릴 적부터 60~70년대를 풍미한 미국의 싱어송라이터들인 James Taylor, Jim Croce, Neil Young, Jackson Browne, 그리고 국내에서는 김현식, 유재하, 조동진, 시인과 촌장, 김광석 등. 포크 뮤지션들의 음악을 자양분으로 성장해왔다. 1997년 락 그룹 데미안의 1집에 수록된 “지나간 사랑”을 작사, 작곡하고 기타세션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하고 미대 졸업 후에는 전공과 상관없는 웨딩플래너란 직업에 종사하며 틈틈이 곡 작업과 300여 회가 넘는 작은 소극장 공연 등, 그만의 방식으로 차근차근 음악계에 전진하였다. 그룹 이름에서 Friends로 엮어버린 이 친구들은 하나의 이름으로 묶기엔 너무나 많은 경력을 지닌 실력파 뮤지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Guitar를 맡고 있는 ‘이종교’는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음악 등을 작·편곡하며 활동해왔고, 언제나 그룹 내에서 건반이 없어 사운드에서 취약해지는 부분을 어쿠스틱 기타로 잘 표현하려 애쓰고 있다. Bass 주자 ‘김성철’은 2004년 락 그룹 ‘신신버스’에서 활동하였고, KBS poly-sound 주최 1회 락 경연대회 대상, 가수 T-MAX와 인순이 같은 대선배의 공연에 세션으로 참여하면서 알차게 능력을 키워가는 중이다. 금번 앨범 작업에서는 호우의 음악으로 느끼기 시작한 포크뮤직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어쿠스틱 베이스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데 중점을 두며 음악적 역량을 업그레이드하였다. 밴드의 디딤돌인 Drum의 “김명환”은 국내의 쟁쟁한 재즈 뮤지션들과의 협연, 오사카 재즈 패스티발 공연, 중국 상해 뮤직 페스티벌 초청 등 15년 이상의 경력이 말해주는 감각 있고 느낌 좋은 드러머다. “추억”이나 “지나간 사랑” 같은 곡에서 느낄 수 있는 그만의 독특한 브러쉬 톤은 곡의 공간감을 살리는데 크게 일조한다.
"Live Recorded in ONETAKE"
이 앨범은 국내에서는 거의 보기 드물게 전곡을 One Take Live로 녹음을 했다. 소위 과거 포크계의 선배들이 우스개 소리로 하던 “원빵녹음”이란 것인데, Howoo & Friends의 멤버들이 실시간으로 교감을 나누기 위하여 하나의 녹음실에서 서로의 음감을 나누며 제작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근래에는 안정적인 사운드를 얻기 위하여 One Take 방식으로 녹음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나 국내에서는 파트 별 녹음 후 더빙과 편집으로 수 차례 가다듬지만, Howoo & Friends는 곡의 처음과 끝을 반복하며 한 곡, 한 곡, 끈질기게 연주하여 녹음하는 방식을 고수하였다. 순간의 감성을 소중히 느껴 이를 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서 조금 무모하지만 경이롭게 느껴지는 이 작업의 성과는 수록곡들을 유심히 들어보면 잘 느낄 수 있다. “지나간 사랑”, “엇갈림”, “추억”이 바로 One Take Live 녹음의 장점을 잘 느낄 수 있는 곡들이다. 때론 숨소리와 추임새 같은 소리들도 함께 미묘하게 들린다. 그래서 원목으로 만들어진 작은 홀에서 라이브 실황을 듣는 듯한 느낌들이 참으로 정겹다. 앨범의 타이틀곡 "빗소리와"는 howoo 특유의 포크 음악 기타톤과 튕김을 잘 살려 만든 곡으로 그 느낌이 거칠면서도 섬세한 이중적인 이미지를 연출해 낸다. 정적이 흐르는 비 오는 새벽 3시경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비 오는 날 들으면 그 감성이 배가 될 것을 확신한다.. Howoo의 보컬과 기타의 어울림이 잘 느껴지며. 전면에 등장하진 않지만 조용하게 받쳐주는 멤버들의 호흡이 곡 전반에 걸쳐 아련하게 흘러 넘친다. 첫 곡 "착각"은 초반부의 무미 건조한 느낌으로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강렬해지는 현대적인 감성의 포크록 사운드로 이들의 향후 음악이 표현할 포부와 성향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곡이다. 맛깔스런 웨스턴 컨츄리 스타일의 "웃으며 떠나요"와 Neil Young 의 "Heart of gold"를 연상케 하는 "내가 가는 길" 은 연주와 하모니카 선율이 인상적이며, 사진을 사랑하는 어느 누군가를 위하여 썼던 "Photograper”는 비행기 사고로 요절한 Jim Croce의 명곡 "Operator"에서 차용한 듯한 기타 멜로디가 억지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모든 연령대가 들어도 좋아할만한 "짝사랑"이란 곡은 어릴 적 누구나 골목 어귀에서 짝사랑하던 동네 처자(누님 포함)를 수줍은 듯이 훔쳐 보았던 조금은 쉰내 나는(?) 우리들의 사랑 얘기다. howoo의 음악적 색깔이 가장 진하게 나타난 곡인 "서로 다시 사랑하게 된다면", "사랑하고 싶지만 사랑 할 수 없다고"는 13년 전에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곡의 탄탄한 구성력이 세월을 잊게 한다. 저음으로 시작하는 "행복"은 어느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howoo의 시각으로, 멀리서 바라보며 읊조리는 듯한 가사 내용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모니카의 선율과 베이시스트 김성철의 연주로 함께 어우러지는 그 호흡들은 음악적으로 정말 진득한 짠내를 느낄 수 있다.
“21세기의 아날로그 밴드”
새로운 천년을 시작한지 벌써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세기로서는 벌써 21세기이지만, 이들의 음악은 화장기 없는 얼굴 그리고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에 비유해도 좋을 만큼 담백하고 진솔하다. 그래서 포크라는 음악장르에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미덕인 따뜻한 감성과 아날로그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아날로그 감성이 말초적인 감각을 추구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쉽게 받아들여 질리는 없지만, 사람이 어디 쌀밥에 고기만 먹고 살 수 있는가? 때로는 이렇게 싱싱한 야채와 섬유질로 담백하게 엮인 탄탄한 아날로그 사운드의 맛으로 식단을 차려보는 것이 건강관리에도 좋을 것이다. 특히 아직까지 이런 맛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들과 때로는 이런 정다운 맛의 사운드를 그리워하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