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이렇듯 지성으로 공대를 허건마는 하루는 심봉사 우연히 설음이 발허여 신세자탄 하는 말이 우리 연당사십에 슬하 일점혈육이 없어 선영향화를 끊게 되니 그 아니 원통허오? 옛 글을 보더라도 공자님 어머니는 이구산에 치성허여 공자님을 낳으셨다니 마누라도 지성으로 공이나 좀 드려보오 곽씨부인 반겨듣고 그날부터 공 드릴 제 (중모리) 품팔어서 모인 재물 왼갖 공을 다 드린다 명산대찰 영신당과 고묘총사 성황사며 제불보살 미륵님과 칠성불공 나한불공 제석불공 신중맞이 노구맞이 탁의시주 인등시주 창호시주 갖가지로 다 지내고, 집에 들어 있는 날은 조왕 성주 지신제를 극진히 공들이니 공든 탑이 무너지며 심 든 나무 꺾어지랴 갑자(甲子) 사월 초파일 밤에 한 꿈을 얻으니, 서기반공하고 오채영롱(五彩玲瓏)한데 일개 선녀 학을 타고 하늘로부터 내려오니, 몸에는 채의(彩衣)요 머리에는 화관이라. 월패(鉞佩)를 느짓이 차고 옥패(玉佩)소리가 쟁쟁터니 계화(桂花) 가지를 손에 들고 부인전 배례허며 곁에 와 앉인 거동은 뚜렷한 달 정신이 품안에 드는듯, 남해관음(南海觀音)이 해중(海中)에 다시 돋는듯 심신이 황홀하여 진정키 어렵더니, 선녀의 고운 태도 호치를 반개허여 쇄옥성 맑은 소리로 알연히 허는 말이 서왕모의 양녀로서 문창성과 정혼허여 미처 행례 못허여서 문창이 천명 받어 천하 창생 건지기로 인간하강 허옵기에 따러 내려오옵더니 몽은사 부처님이 댁으로 지시허여 바래고 왔사오니 어여삐 여기소서 품안으로 안겨들어 깜짝 놀래 깨달으니 남가 일몽이 분명쿠나 (아니리)양주 몽사(夢事)를 의논하니 둘이 꿈이 같은지라. 그날 밤에 어찌하였든지 과연 그달부터 태기(胎氣) 있을 적으.. 곽씨부인 착한 마음 십삭을 꼭 이렇게 채우든 것이었다 (중중모리)석부정부좌 할부정불식 이불청음성 목불시악색 입불피 허며 와불칙 허여 십삭이 점점 찬 연후으, 하로는 해복 기미가 있구나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심봉사 좋아라고 일변은 반갑고 일변은 겁을 내여 밖으로 우루루 나가더니 집 한줌 쑥쑥추려 정화수 새소반에 받처놓고 좌불안석 급한 마음 순산허기를 기다릴제 향취가 진동허고 채운이 두루더니 혼미중 탄생허니 선인옥녀 딸이라.
(아니리) 심봉사 그제야 숨을 푹 내쉬며 흐유 그것 차라리 내가 낳고 말지 그 어디 보겄다고? 귀덕어머니는 아이 받어 쌈 갈라 뉘어놓고 첫국밥 지로 나갔겄다 심봉사 만심환희 허든 차에 곽씨부인 정신차려 순산은 허였으나 남녀간의 무엇이오? 심봉사 대소 허며 기가 막힐 노릇이오 부인들 욕심이란 저렇단 말여 아 그렇게 욕을 보고도 그도 그렇터였다 그러나 귀덕어머니가 무얼 낳았단 말도 않고 나갔으니 내가 알 수가 있는가? 에라 내 손으로 만져볼 수 밖에 수가 없다 심봉사 갓난 아해를 아래턱 밑에서 내리 더듬는디 이런 가관이 없지 가마 있자 이건 명뼈고 이건 배꼽이고 이제 이 밑에 가서 일이 있는디 앗차 내 손에 아무 거침새 없이 미끈허고 지내가는 것이 아마도 마누라 같은 사람 낳았는가 보오 (자진모리) 곽씨부인 섭섭허여 만득으로 낳은 자식 딸이라니 원통허오? 심봉사 이 말듣고 마누라 그 말 마오 첫째 순산 허였으니 천천만만 다행이오 딸자식이 아들만은 못헌다 허였으나 아들도 잘못두면 욕급선영 허는 것이요 딸이라도 잘만 두면 못된 아들 바꾸리까 우리 딸 고이 길러 예절 먼저 가르치고 침선 방적 다 시키어 요조숙녀 좋은 배필 군자호구 잘 가리어 금슬우지 즐거움과 종사우 진진허면 외손봉사 못 허리까? 그런 말을 허지 마오 (아니리) 그때여 귀덕어머니는 첫국밥 얼른 지어 삼신상에 받쳐놓고 봉사님 삼신님 앞에 좀 빌어 보시오 아 거 내가 어떻게 빈다요 귀덕어머니가 좀 빌어주시오 아이고 나 모르겄소 봉사님이 좀 빌어보시오 그럼 내가 빌어볼까? 심봉사 의관을 정제허고 두 손 합장 비는디 눈 뜬 사람 같거드면 명과 복을 많이 태여주시라고 공손히 빌련마는 봉사라 맹성이 있어 뚝성으로 비는디 남 듣기에는 삼신님네와 꼭쌈허듯 빌던 것이었다. (자진모리) 삼십삼천 도솔천 제석전(帝釋殿)에 발원(發願)하니 삼신 제왕님네 하회동심하야 굽어 보옵소서. 사십 후에 점지한 자식, 한두 달에 이슬 맺어, 석 달에 피 어리어, 넉 달에 사람형상 생기어, 다섯 달에 외포(?) 생겨, 여섯 달에 육정(?)나고, 일곱 달에 생겨 사만 팔천 털이 나고, 여덟 달에 찬침 받아 금강문 해탈문 고이 열어 순산하오니 삼신님네 덕이 아니신가. 다만 무남독녀 딸이오나 동방삭의 명을 주어, 태임의 덕행이며 대순 증삼효행이며, 반희의 재질이며 복은 석숭의 복을 점지하여 촉부단혈(촉부단혈) 복을 주어 오이 붓듯 달 붓듯 잔병 없이 일취월장하게 하옵소서! (아니리) 빌기를 다 헌 후으 더운 국밥 떠다 놓고 산모를 멕인 후어 심봉사 기쁜 마음에 갓난아이를 뉘어놓고 옆에 앉어 어루는디 꼭 눈으로 보나 다름없이 어루던 것이었다 (중중모리) 둥둥 내 딸이야 어허 둥둥 내 딸이야 둥 둥 두웅둥 어허 둥둥 내 딸이야 금자동아 옥자동 주류천하무쌍둥 금을 준들 너를 사며 옥 준들 너를 살까 둥둥 두우웅둥 어허 둥둥 내 딸이야 네가 어디서 삼겨나? 네가 어디서 삼겨 와? 하늘에서 떨어졌나 땅에서 불끈 솟았나? 하운이 다기봉터니 구름 속에 쌓여 와? 포진강 숙향이 네가 되어서 환생 은하수 직녀성이 네가 되어서 내려와? 남전북답을 장만헌들 든든허기가 너같으며 산호 진주를 얻은들 반갑기 너같을끄냐 어허 둥둥 내 딸이야 둥 둥 두웅웅둥 어허 둥둥 내 딸이야.
(자진모리) 둥둥둥 내 딸 어허 둥둥 내 딸 친정이 광할헌 것이나 눈썹이 기름헌 것이나 눈까풀이 삼시펄진 것이나 양미 펑퍼지름헌 것이나 귓밥이 축 처진 것이나 콧날이 오뚝헌 것이나 입술이 앵도같이 붉은 거나 아래턱 도리박금헌 것이나 어찌 그리도 잔상잔상 너희 어머니만 닮었느냐? 둥 둥 두우웅둥 어허 둥둥 내 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