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부스 (Phonebooth)' [비극의 탄생]
니체는 비극이 가지는 도취와 꿈, 질서와 혼돈을 통해 우리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동시에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고 정의했다. 하지만 어느 한 사고가 이러한 예술적 도취와 지혜로 치환되기도 전에 무대 밖 현실 속에서는 또 다시 쌍동의 비극이 벌어지고 있고 현대에 많은 아픔과 상처는 예술적 범위로 승화 및 환원되지 못하고 폐지 위에 적힌 이름처럼 수레에 실려 버려지거나 지나치게 정제되어 실제의 고통을 흐리게 만든다.
이번 키비타스 프로젝트 네 번째 곡은 니체의 책과 그 표제를 같이한다. 하지만 이 노래는 2016년 5월에 벌어진 강남역 부근과 구의역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해 우리 시대의 구조화된 비극과 상황을 지적하고 어떻게 비극이 탄생하고 있는지를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밤이 너무 깊어 새벽에 건져진 소녀와 시간이 부족해 결국 다른 방법이 없었던 소년을 위로하고 있다. 한 여성의 죽음으로 우리는 우습게도 화장실만 바꿔놓았고 한 청년의 죽음으로 우리는 단 1초도 더 여유를 가져보지 못했다. 이 상황은 어느 옛 시인의 시구로 설명되어진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 버렸다." 그 방 문을 열고 나가면 결국 이 거대한 비극 안에 또 다른 장(場)이 있을 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