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산, 그리고 가치 - '오버클래스' [10]
'오버클래스(Overclass)'는 이름만으로도 한국힙합 팬들을 설레게 하는 힘이 있다. 이들이 2007년 9월 힙합플레이야의 공연 'Fresh Live'에서 오버클래스 특집 공연을 할 때 관객이 20여 명에 불과했다는 점은 이제 믿기 힘든 사실이 되어버렸다. 크루 한 명 한 명이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오랜 시간 크루가 유지되었다는 점은 그 자체로도 존경할 점이다. 여기에 비슷한 사람 한 명 없이 저마다 다른 성격과 활동 영역을 지니고 있으며, '오버클래스가 곧 미래'라는 말을 지켰다. 10년이 지났지만, '오버클래스'는 여전히 한국음악의 미래다. 상업적인 영역에서든, 음악적인 영역에서든 가장 높은 해상도의 비전을 제시하고 롤 모델로 삼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버클래스'를 혹시나 아직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잠시 소개하자면, '오버클래스'라는 이름은 '버벌진트'의 EP [Modern Rhymes](2001)에 들어있는 동명의 곡에서 따온 이름이다. '스윙스', '산이', '리미', '조현아' 등을 발굴하고 영입하며 화제가 되었고 양놈, 상곰, 시파놈 등의 마스코트를 만들며 의류 사업까지 확장했던 바 있다. 다른 크루에 비해 멤버별 개성이 강한 탓에 더욱 주목을 받았고,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오래 유지된 크루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생겼던 크루들이 모두 크게 변화를 겪은 것에 비해, '오버클래스'는 유일하게 지금까지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그냥 살아남고 생존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멤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또 존경받는 지금의 모습이 있기에 더욱 멋과 의미를 챙긴 것이 아닐까 싶다. [Collage] 시리즈를 발표할 당시 '오버클래스'라는 존재 자체가 주목을 받고 환호를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멤버들이 뭉친 모습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오버클래스'의 멤버는 총 15명이다. 여기에는 래퍼와 프로듀서뿐만 아니라 보컬, 연주자, 작곡가, 레이블 CEO 등 다양한 포지션의 사람들이 뭉쳐있는 독특한 크루가 되었다. 이들은 이제 한국 음악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되었으며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설명이 필요 없는 사람들이다. '버벌진트(Verbal Jint)', '산이(San E)', '스윙스(Swings)', '어반 자카파'의 '조현아'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한국 최고의 음악가들이다. 여기에 그랜드라인엔터테인먼트의 CEO/수석 프로듀서 '웜맨(Warmman)'은 이번 오버클래스 앨범을 총괄 기획했다. All I Know Music의 CEO/음악가 '케이준(K Jun)' 역시 이번 앨범에 참여했다.
'오버클래스'의 멤버 중 프로듀서 '델리보이(Delly Boi)'는 'EXO', 'Block B', 'DEAN', '버벌진트', '헤이즈', '바다' 등의 앨범에 참여하였으며, 프로듀서 '제피(XEPY)'는 "썸",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 "그대라는 사치" 등 많은 히트곡을 작사, 작곡하였다. 여기에 동시대의 음악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표현하고 활발한 디제잉 활동도 펼치고 있는 프로듀서 '로보토미(Lobotomy)',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며 '올아이즈온유(ALLEYESONYOU)'의 디렉터이기도 한 '크라이베이비(CRYBABY)',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래퍼 '비솝(b-soap)', 남수림에서 다시 돌아온 '리미(rimi)', 래퍼이자 프로듀서. 정통 힙합 DJ로도 잘 알려진 '노도(Nodo)', 세련되고 따듯한 음악으로 매니아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은 '크릭(Kricc)', '정원영밴드', '이승환밴드', '윤상', '크러쉬', '에디킴' 등 수많은 뮤지션들과 함께 공연하는 드러머 '김수준'까지 이제는 멤버들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긴 문장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그런 오버클래스가 탄생 10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음반 [Collage 4]를 발표하기에 앞서, 선공개로 싱글 앨범 [10]을 공개한다. 멤버들은 각자의 소속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속사에 양해를 구해 단 한 명의 이탈자 없이 멤버 전원이 앨범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덕분에 '오버클래스' 탄생 1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의 단체곡을 발표했다. [10]에는 "Royalty"와 "10" 총 두 곡이 수록되어 있다. "Royalty"는 '나스(Nas)',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와 어깨를 나란히 한 동부 힙합의 전설 '맙딥(Mobb Deep)'의 멤버 '해복(Havoc)'이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10"은 '버벌진트', '산이', '조현아(어반자카파)', '리미', '비솝', '케이준', '노도'가 참여하고 '케이준'이 프로듀싱한 트랙이다.
더블 타이틀로 구성된 두 곡은 서로 다른 느낌을 주지만, 오랜만에 선보이는 단체곡이라는 점에서 그 성격이 같다고 볼 수 있다. '해복'의 곡 "Royalty"에는 '산이', '스윙스', '버벌진트', '노도', '비솝'이 참여하였다. 각각 지닌 소회를 이야기하면서도 서로 다른 성격의 랩을 들려주는가 하면, 그것이 해복의 트랙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인상적이다. "10"의 경우 '버벌진트', '산이', '조현아', '리미', '노도', '케이준', '비솝'이 참여하였다. 참여 인원은 물론 곡의 구성과 벌스 배치의 흐름에서 오는 화학적 결합, 곡 자체의 완성도까지 '오버클래스'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듯하다. 아마 팬들이 가장 기다렸던, 조합에서 오는 케미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10]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두 곡은 [Collage 4]의 일부이기도 하다. 아마 많은 사람이 두 곡을 들으며 앨범에 대한 기대를 높이지 않을까 싶다. 두 곡에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멤버들도 있으며, 앨범은 듣는 이에게 영감을 주는 다양한 색채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지금까지 기상천외한 라인업과 활동을 선보이며 다음 세대에게 미래와 자산, 가치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는 '오버클래스'는 [10]을 통해 크루의 탄생 10주년을 기념하며, 멤버들 서로간의 음악적 여정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의미를 담아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듯, 이 작품을 환호하는 사람 또한 적지 않으리라 예상한다.
블럭(칼럼니스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