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발칙한 그들 '십센치', 신개념(?) 봄 노래로 돌아오다
가을 발라드 "10월의 날씨"를 잇는 또 다른 계절 소품
[3.2]
봄이 와서 신난 모든 커플들을 저주하는, 세상 모든 '솔로'들을 위한 봄 노래 "봄이 좋냐??"
살랑이는 봄바람처럼 달콤하고 포근한 어쿠스틱 사운드와 발칙한 가사의 이상한 만남
화사한 봄의 시작과 함께 '10cm'(십센치)가 돌아왔다. 지난 10월, 가을 발라드 "10월의 날씨"를 담은 소품집 [3.1.] 이후 약 반 년 만에 발표하는 새로운 싱글로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역시 계절성을 십분 반영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봄 노래'인 것이다.
그런데 이 봄 노래, 제목이 조금 이상하다. 당당히 봄 가요를 표방하고 나온 주제에 되려 "봄이 좋냐?"라 되묻는다. 게다가 이 '좋냐?'라는 의문형 종결어미(심지어 물음표가 두 개다!)에는 왠지 모를 가시가 잔뜩 돋아있어 뭔가 배알이 뒤틀린 삐딱함마저 느껴진다.
도입부를 꾸미는 '윤철종'의 기타는 뺨을 간질이는 봄바람처럼 가벼운 터치로 달콤하고 포근한 멜로디를 연주한다. 여기까지는 분명 보편타당한 인식 내에서 짐작 가능한 전형적인 '봄 노래'의 그것이다. 적당히 살랑이고 또 적당히 달달한, 화사한 봄 속 화사한 사랑의 장면이 그려지는 다분히 '클리셰'적인 인트로다. 그러나 액센트 또렷한 음색으로 '꽃이 언제 피는지 그딴 게 뭐가 중요한데?'라며 시작부터 독설을 뱉는 '권정열'의 노래 첫 소절이 나오는 순간 그제서야 청자들은 이 노래가 그렇고 그런 봄 찬양가가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달콤한 멜로디는 이어진다. 물론 이에 아랑곳 않는 시기 가득한 독설 역시 기세를 늦추지 않으며 봄이 와서 신이 난 세상 모든 커플들을 향한 귀여운 저주(?)의 강도를 높여간다. 이윽고 두 번째 절의 첫 소절, '아무 문제 없는데 왜 나는 안 생기는 건데'에서 이 노래의 화자는 분명해진다. 그렇다, 십센치 노래의 단골 손님인 바로 그분, '솔로'인 것이다. 그간 '십센치'의 음악은 다양한 화자, 장르를 빌어 솔로들(특히 '짝사랑' 내지 '외사랑'의 주인공들이 많다)의 비애를 처연하게, 혹은 찌질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노래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곡은 '십센치'가 데뷔 이래 일관되게 다뤄온 주제의 연장선에 있으며 그것의 '봄 버젼'이라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다.
악곡을 구성하는 악기들 중 유일하게 전면으로 드러나며 테마를 끌고 가는 '윤철종'의 탄력적인 기타와 팝 보컬리스트로서의 본인의 메리트를 여실히 보여주는 '권정열'의 찰진 보컬은 마치 한 사람이 연주하고 부르는 것처럼 잘 어우러져 한결 같은 두 사람의 호흡을 느끼게 해준다. '십센치' 식(式) 발칙함과 찌질함도 여전해서 더욱 반갑다.
세상 모든 솔로들을 위한 신개념(?) 봄 노래는 마침내 이렇게, '십센치'에 의해 탄생했다.
끝으로 이 노래의 주제의식을 단 여덟 글자로 정리해본다.
"솔로천국 커플지옥."
글: 김설탕(POCLANO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