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하나 내야 될 것 같지 않아?"가 시작이었다. 콘서트 준비를 위한 셋리스트를 작성하던 도중, '이러저러한 곡이 있으면 참 좋을텐데' 라는 마음이었다. 초반 기획 의도는 싱글 한 곡, 그러다가 3곡 미니앨범, 그러다가 5곡짜리 EP가 되었다. 이번 앨범은 10cm의 식을 줄 모르는 창작에 대한 열정과 콘서트에서의 성공적인 합창을 원하는 뻔뻔한 욕망이 엿보인다. 2집 앨범부터 함께 하게 된 객원멤버 '성수용(베이스)', '이요한(피아노)', '이윤혁(드럼/퍼커션)' 과 합주 위주의 편곡 과정을 통해 작업을 진행했으며 그러다 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녹음한 에너지가 앨범에 고스란히 녹아있어 듣는 이를 즐겁게 한다. 이 앨범의 주제는 '가벼움'과 '즐거움'이다.
1. 오예
10cm가 가장 잘하고 가장 재미있어 하는 류의 음악. 진지한 고민과 세심한 감성 표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어찌 보면 가장 순수한 10cm의 창작물이다. 멤버들은 이 곡의 녹음을 끝내자마자 "어떡하지 이 노래" 라는 말을 첫마디로 내뱉었다고 한다. 전통적인 록큰롤 진행을 가지고 시작하는 이 곡은 멤버들이 초창기 때부터 가장 해보고 싶어했던 스타일 중의 하나였으며 가볍고 정신 없는 곡의 분위기를 뚫고 나오는 윤철종의 거친 기타 솔로가 단연 돋보인다.
2. 근데 나 졸려
곡의 첫 의도는 '위로'였으나 10cm는 결국 누구를 위로 할 수 있는 인간성이 아니라는 걸로 판명이 났다. 친구에게 솔직하고 적절한 수준의 위로를 건네는 가사를 귀엽고 아기자기한 편곡으로 우려냈으며 변박 계열의 스마트한 장치를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10cm는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만족스러워 했다고 한다. 제목인 "근데 나 졸려" 는 친구의 하소연을 끝까지 들은 주인공이 부득이하게 꺼낸 한마디.
3. Nothing Without You
연인에 대한 숨길 수 없는 사랑을 아름답게 잘 표현한 곡. 흔한 10cm식 발라드로 넘겨짚을 수도 있지만 곡의 스케일과 진행의 느낌을 잘 들어보면 멤버들에게는 꽤 새로운 느낌의 창작물이다. 벅차 오르는 감정을 굳이 담담하게 절제하는 느낌이 기존의 것이라면 이 노래는 어느 정도는 쏟아내고 풀어주는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적은 악기를 사용하면서도 풍성한 사운드를 성공적으로 표현해 낸 것도 인상적인 부분. 가사가 얼핏 슬프게 들리기도 하지만 정작 이별 노래의 내용이 아니라는 것도 포인트.
4. Don't Let Me Go
이번 앨범에 굳이 유일하게 스마트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곡. 가사를 염두에 두고 듣지 않으면 팝적인 냄새가 강하게 배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윤철종의 기타 플레이가 전면에 나오지 않고 선명한 피아노 리프가 이끌어 가는 곡을 10cm가 만들어 냈다는 사실 자체가 고무적이며 그럼에도 어쿠스틱한 본연의 정서를 놓지 않는 절묘한 사운드 조합이 인상적이다. 귀에 쉽게 들어오는 후렴 멜로디의 진행은 콘서트에서의 싱얼롱을 갈구하는 10cm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5. 모닝콜
2집에 수록될 예정이었으나 앨범에 컨셉과 흐름에 부합하지 않아 제외되었던 넘버. 아침이 되도록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연인을 재촉하는 말 그대로 모닝콜 용 노래이며 간질간질하면서도 섹시한 목소리와 기타연주가 인상적인 곡이다. 수년 전부터 라이브에서 선보인 적이 있는, 팬들에게 이미 강한 인상을 남겼던 곡이며 성숙해진 멤버들의 성향에 발맞추어 재탄생 되었다. 연인과 함께 눈을 비비며 일어난 아침에 큰 의미를 두며 애태우는 사람의 귀여운 마음이 배어 있는 곡.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