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과 '10cm', 5년 애증이 빚어낸 러브송. 소란 - 미쳤나봐 (With 권정열 Of 10cm).
무대를 찾아 헤매던 한 사람과 밴드를 꿈꾸던 한 사람의 첫 만남.
어느 한적한 대학로 길거리, 예술대학의 총학생회장이 우연히 보게 된 한 밴드의 공연에 깊은 감동을 받게 된다. 이름 조차 알 수 없었던 그 팀을 학교 축제에 섭외하기 위해 수소문을 시작했고, 결국 어렵사리 무대에 세울 수 있었다. 5년 전, 길거리 공연을 막 시작한 새내기 밴드의 보컬과 그들 못지 않은 밴드를 만들겠노라 꿈꾸던 한 사람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최고의 어쿠스틱 듀오 10cm의 ‘권정열’, 그리고 첫 번째 정규 앨범 발표를 목전에 두고 있는 소란의 ‘고영배’다.
5년 애증이 빚어낸 완벽한 콜라보레이션.
많은 사람들이 ‘태진아와 송대관이 홍대에서 음악을 했다면, 아마도 권정열과 고영배 같았을 것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진심인지 농담인지 이제 구분조차 가지 않는 노골적인 서로를 향한 디스(Diss). ‘상생을 위한 교묘한 전략’ 혹은 ‘세월이 쌓아놓은 애증’? 어쨌거나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있어 그 아슬아슬함은 음악 못지않은 관심사이자 흥미의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미묘한 분위기의 그들이 뜻밖에도 공동 작업한 결과물을 발표했다. 원색적인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미첬나봐’는 일반적인 피처링 형태가 아닌 아예 작사, 작곡부터 듀엣 형태의 노래까지 시작부터 완성까지 머리를 맞댄 곡이다. 물론 그 간의 세월 동안 함께한 일들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소규모 공연을 만들기도 했고, 10cm 콘서트에 소란 멤버들이 세션으로 참여한 적도 있으며, 소란 데뷔 EP 수록곡 ‘너에게’에는 권정열의 목소리가 들어간 바 있다. 무엇보다 서로의 음악과 공연을 씹고, 뜯고, 맛보는 냉철한 모니터 요원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쳤나봐’는 대놓고 시작한 콜라보레이션에, 그 합까지 완벽하게 맞췄다는 점에서 소란과 10cm 모두에게 큰 의의를 갖는 곡인 셈이다. 감성 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짊어진 두 싱어송라이터, 넓게는 홍대 씬에 가장 핫 한 두 팀의 첫 공동 작업이라는 관점으로도 ‘미쳤나봐’는 꽤 의미 있는 작업임에 틀림없다.
원색적인 제목과 고급스런 사운드의 대비, 중독성 있는 러브송 ‘미쳤나봐’.
‘미쳤나봐’는 고품격 팝 사운드에 일가견 있는 소란과 중독성 있는 킬링 포인트의 귀재 10cm 의 매력을 동시에 담아낸 노래이다. ‘말만 해. 원한다면 죽어줄게’에서는 멜로 치정극의 한 장면이 연상되기도 하고, ‘가만히 앉아있어 먹여줄게’에서는 구애를 넘어선 구걸이 절절하다 못해 처절한 지경이다. 하지만 이토록 직설적이고 닭살스러운 내용들이 실제 연애에서, 특히 상대에 미쳐서 뵈는 게 없는 상황이라면 너무나도 당연하고 일반적인 마음과 모습이 아닐까?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섬세하게 조화를 이루는 두 보컬리스트의 목소리, 절제된 연주로 담아낸 어쿠스틱한 사운드의 고급스러움은 가사 못지 않게 곡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참고로 ‘미쳤나봐’는 앨범에 앞서 소개되는 선공개 곡으로 지난 2월말 발표된 ‘벚꽃이 내린다’에 이은 두 번째 디지털 싱글 이기도 하다. 소란의 정규 1집 [Natural]은 4월 4일(수) 발매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