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어딘가 낯익고, 낯익은 듯 하지만 전혀 새로운 음악, [GUILT-FREE]
2007년 밴드 못(Mot)의 2집 [이상한 계절] 이후 무려 5년 만에 발표하게 되는 이이언(eAeon)의 첫 솔로 프로젝트앨범!!
"이 앨범을 위해 그는 5년이라는 긴 시간을 고스란히 헌납했고, 이렇게 더욱 품이 깊고 넓어진 음악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자그마치 5년만의 컴백이다. 2007년 발표한 못(Mot)의 2집 [이상한 계절] 이후 그토록 고대해왔던 이이언(eAeon)의 솔로 프로젝트의 첫걸음이 마침내 떼어진 것이다. 이이언(eAeon)이 몸담고 있는 2인조 그룹 못(Mot)에서 그러했듯이 이 앨범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도무지 설명할 길이 없는 '외로움'이다. 이런 '외로움'이 어디선가 못(Mot)에서 느꼈던 낯익은 장면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못(Mot)과는 정서적으로 유사하지만 '사운드'라는 차이점이 전혀 새로운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즉, 연주와 음들로 이루어져 있는 일반적인 편곡과 달리, '시간의 흐름에 따른 소리의(혹은 주파수) 변화'라는 관점에서 만들어져 독특하고 새로운 사운드와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바로 이러한 점이 우리를 결코 낯익지 않은 음악으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낯설음과 낯익음이 교차하는 가운데 멜로디나 가사는 오히려 더 익숙하고 친절해져 대중적인 소통의 폭은 넓어졌다. 아마도 5년이란 긴 작업기간 동안의 집요하고 편집증적인 매만짐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으리라 짐작한다.
이이언(eAeon)의 솔로프로젝트앨범은 총 10곡이 수록되어 있고, 친절하게도 모든 곡의 'Instrumental' 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2CD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여러 사진을 모자이크처럼 사용하여 만든 독특한 스탑모션 방식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비디오아티스트로서의 재능까지도 엿볼 수 있다.
"말하자면, [GUILT-FREE]는 수식으로 써내려간 소설같은 앨범이다. 치밀한 계산과 조합으로 만들어진 사운드는 공간을 점령하는 논리다. 영감과 사려의 산물일 멜로디와 가사는 그 논리를 서사로 완성한다. 오랜 시간 홀로서기를 준비해온 이이언은 0과 1을 질료로 유미의 그릇을 빚었다. 분석의 가치와 감상의 기쁨이 이 그릇안에 유기체가 되어 담겨 있다."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
"이번에 발표된 이이언의 솔로 1집 [GUILT-FREE]는 5년의 기다림을 보상하고도 남을, 2012년의 포문을 여는 첫 번째 수작이다. 이상한 것에서 아름다운 것을 끌어내고, 아름다운 것에서 이상한 것을 읽어내는 창조적인 괴벽과 그 밑바탕을 흐르는 집요한 완벽주의가 작품 전체를 여전히 튼튼한 만듦새의 구조물로 완성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아름다운 것과 이상한 것이라니, 일견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이이언의 음악 세계에서는 이 모순의 공간이 듣는 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영혼이 골절된 사람들이 제 나름의 방식으로 음악을 느끼고 흡수하는 기이한 풍경의 놀이터." -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
1. bulletproof
많은 악기가 여러겹으로 쓰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단 하나의 사운드를 시간과 리듬에 따라 변화시켜 만들어낸 소리가 곡 전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죄의식으로부터 자유롭기를 갈망하는, 역설적으로 여리고 나약한 영혼에 관한 곡이다.
2. 너는 자고
기타와 현악기 등 익숙한 악기들이 등장하여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주법으로 연주되는 곡.
기타는 소리를 구성하는 배음과 주파수를 직접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기존 기타 주법의 틀을 벗어난 기타 사운드를 들려주며. 일반적으로는 화음을 담당하는 스트링 파트는 잘게 파편화되어 리드믹 프레이즈가 된다.
3. SCLC (sugar caffeine liquid cloud)
2004년에 만들기 시작해서 2012년에 완성된, 가장 긴 작업 기간이 소요된 곡이다.
디지털 시대의 (음악적) 소통과 교감, 그리고 "슈가, 카페인, 리퀴드 클라우드(액체상태의 구름은 결국 H2O, '물'이다)"로 환유적으로 대표되는 디지털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기본적인 필요(needs)와 욕구를 이미지적인 가사에 담았다.
4. 세상이 끝나려고 해
글리치-팝(glitch-pop)이라는 장르가 글리치(디지털에서 발생하는 에러, 오작동들) 사운드를 이용한 팝 음악이라면, 이 곡은 팝이 글리치 사운드로 붕괴되는 '팝-글리치'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끝나려는 순간 혹은 삶이 끝나려는 순간에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사람들보다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한 이들을 떠올리는, 'guilt-free'를 키워드로 하는 정서가 이 곡에도 역시 흐르고 있다.
5. drug
the czars의 곡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어떤 구체적인 악기도 전혀 쓰이지 않고, 순수하게 추상적인 소리들만을 사용해서 만들어졌다. 어떤 타이밍에 특정 주파수를 강조하거나 혹은 깎아내거나 하며, 소리를 양각, 음각으로 조각하듯 작업했고, 이를 위해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직접 제작해서 사용하였다.
6. 나의 기념일
생일을 축하하는 (정확히는 자축하는) 이이언식의 생일 노래다. 생일이면 느껴지는 약간의 자조와, 약간의 위로와, 또 약간의 다짐과 희망 같은 것들을 과장 없이 담으려고 노력했다. 앨범 전체의 맥락에서도 그렇고 앨범을 작업하는 중에서도, 이 곡은 '쉬어 가는 곳'의 느낌으로 만들었고, 어쩌면 그래서 가장 대중적인 곡일지도 모르겠다.
7. 창문 자동차 사과 모자
별 의미 없이 시선이 머문 자리로부터 의미 없이 부유하는 이미지들, 생각들, 낮잠에 빠져들기 직전처럼 나른한 공상과 환상이 교차하는 희미한 의식의 경계선을 노래한 곡이다. 어느 한가로웠던 오후에 녹음한, 작업실 밖에서 들려오는 주변의 소리가 음악의 배경으로 깔려있다.
8. 5 in 4 넷 안의 다섯'이라는 해석 그대로 한마디의 4박자 안에 다섯개의 음(4박 5연음)을 사용하여 진행되는 곡이다. 대중음악에서는 거의 전혀 사용되지 않는 리듬이지만, 그런 관습적 제약(혹은 상상력의 제약)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서도, 여전히 음악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다.
9. 슬픈 마네킹
1990년도에 발표되었던 현진영 선배님의 곡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위주의 기존 일렉트로니카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사운드 신서시스 기법을 디자인하고 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하여 만들었다.
10.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소설가 김영하의 단편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의 북트레일러 영상을 작업하면서 만들었던 곡이다. 곡 중 나레이션은, 동명의 단편집에 수록된 '조'라는 소설의 도입부를 김영하 작가가 직접 낭독하여 주셨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