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가수 NY 물고기.
그는 외롭다.
외로운 노래는 대개 소주병과 담배꽁초가 나뒹구는 골방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자신과 부조화한 세상에 대한 원망이 서려 있다. 토하듯 고독을 쏟아낸다.
그는 그렇지 않다. 그는 골방에 있지 않다.
번화가 한 가운데에 놓인 일방 투시거울로 만든 방에 앉아 밖을 내다본다.
실은 거울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외로운 줄도 모르고, 분노하지도 않는다.
그저 갸웃할 뿐이다. ‘내가 당신 곁에 있는데, 당신 곁에서 조용히 위로해주고 있는데, 당신은 왜 외로워하나요, 왜 고통스러워하나요, 왜 분노하나요’라고.
거울 너머의 사람들은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른다. 그의 목소리도 듣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들 앞에는 거울이 있다. 자신을 바라볼 거울이.
바쁘게 걸어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며 생각할 거울이. 거울을 사이에 두고 그와 그들은 의사를 소통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에게 이렇게 의미가 되어준다. - @analphil
고독한 인생에 대한 연가.
혼자 세상에 던져진 존재임을 느끼는 순간 다가오는 고독은 차갑게 사무친다.
그러나 그가 투영한 삶의 방식은 혼자이지만 세상 위에 놓여있다.
외로운 존재끼리 관계하고 소통하는 외로움의 호흡은 따뜻한 온기와 치유의 힘이 있다.
오만하게도 연민하고 위로하는 노래들은 역설적으로 자신과 닮아있다.
그것이 노래를 부르는 이던 듣는 이던 전해지는 진심의 온기에 오늘은 실컷 울어도 좋다.
달달하지만 쓸쓸한 10개의 오만한 낙서들.
음반은 따뜻한 피아노 솔로로 시작하는 드라마 OST 같은 ‘여기에’로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인생의 아픔, 현실의 배반의 반복이 우리를 아프게 해도 그 무엇도 우리의 가치를 바꿀 수는 없다고 위로한다.
말랑말랑한 보사노바 리듬의 ‘모순 없는 휴식’은 멍하니 누워 세상에서 들려오는 별의별 소리를 듣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시간을 노래한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 휴식.
‘지구라는 아름다운 이 별에서’는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지나가는 아쉬운 시간들의 의미를 생각하는 곡. 노래 중간을 스윙템포로 넘나들며 '삶을 여유롭게 뒤돌아 봤으면...'하는 바램을 묘사한다.
‘적당한 선’은 스치듯 만나고 헤어지는 습관적인 만남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있다. 언젠가는 원하는 사랑을 만나게 될 것이니. 상처받기 싫으면 그저 적당한 선에서...
낭만적인 클래식기타의 선율이 흐르는 ‘위난의 바다’는 달 속의 크레이터 중하나. 달 윗부분에 둥글게 동떨어져 외롭게 위치한 ‘위난의 바다’는 사람과의 관계, 외로움, 공허함, 허탈함을 연상시킨다. 우리가 사라져도 영원히 존재할 달. 내 존재의 유무와 무관함은 더 나를 외롭게 하지.
여유로운 리듬의 ‘그런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고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소박하고 낭만적으로 속삭인다.
‘모두 나처럼’은 혼란과 놀라움 속에 누구나 힘들어 한다고, 나만의 문제가 아니니 용기를 내라고 위로한다. 시간이 흐르면 언젠간 알게 되겠지. 모두 나처럼.
음반명과 동일한 제목의 ‘오만한 낙서’. 가사가 없는 허밍과 기타연주로 채워진 연주곡으로 기타리스트로서의 내심도 엿볼 수 있다.
어린시절부터 익숙하게 들었던 ‘고향의 봄’.
클래식 기타와 트럼펫만으로 어쿠스틱의 맛과 그 정서를 애틋하게 노래한다.
마지막 곡 ‘이제 그만’은 전쟁 때문에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그린다. 결국 한 두 사람의 욕망으로 생기는 싸움은 끝나야 한다. 서로를 존중할 수는 없을까?
Who is NY물고기?
어린 시절. 음악을 하시던 어머니 그리고 그 곁에 있었던 낡은 클래식기타.
혼자 자랐던 탓일까?
어린 외로움의 감성을 그는 음악과 그림으로 위로하고 몰두하였다.
중학교 시절부터 작곡을 해왔던 그는 대학을 다니던 때부터 많은 음반 제작사로부터 끊임없는 러브콜이 이어지고 계약을 했었다.
운이랄까, 아니면 시기상조라고 할까.
많은 계약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대중과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그의 고집스러움과 자신만의 음악적 해석과 그에 대한 믿음.
그것이 좌절과 혼돈의 연속이었던 그때에도 음악의 손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아니었을까?
그는 김창완밴드, 조규찬, 기타리스트 박주원 [집시의 시간] 등 여러뮤지션들의 앨범 일러스트 및 디자인으로도 또 재즈 앨범들의 보컬 피처링과 기타 편곡과 세션참여로 알려졌다.
2007년 ‘뉴욕물고기’란 이름으로 솔로 데뷔앨범 [Fish, Out From Water]를 발표하며 음악매니아 사이에 호평을 받았다. 2010년 예명을 ‘NY물고기’로 바꾸고 발표한 2집 [진실의 숲]은 리스너들의 소문으로만 큰 반향을 이뤄냈고 대중음악씬에 뒤늦게나마 존재감을 나타냈다.
대중보다는 뮤지션들이 더 많이 알고 있는 뮤지션 ‘NY물고기’.
1년이라는 이유 있는 칩거 속에서 또 한 장의 앨범을 들고 나타난 그에게 그 전보다는 조금은 더 대중과 친숙할 기회를 주는 것도 큰 욕심은 아니리라.
그의 공연을 보며 찬사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팬들에게 작은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3번째 앨범을 들고 나온 ‘NY물고기’.
그에게도 작은 행운이 깃들길 바래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