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등장하자마자 음악팬들의 관심을 받았던 한음파는 당시 국내에서 보기 드문 싸이키델릭 사운드로 주목을 끌었다. 2001년 한음파는 자체 제작한 EP앨범 [한음파]를 발표하지만, 이듬해인 2002년 활동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2007년 10월, 운명처럼 재결성된 그들은 6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8년 5월 홍대 공연장에서 컴백한다. "한음파"의 첫 번째 앨범의 제목은 [독감]이다. 홀로 독, 느낄 감,의 독감獨感이다. 뜻을 그대로 풀자면, ‘홀로 느끼다’, 혹은 ‘외롭게 감응하다’ 정도겠지만, 음악을 듣다보면 행간의 의미가 느껴진다. 그건 바로 “당신 마음에 닿은 그것, 무엇을 느끼든지 그게 바로 한음파의 음악입니다”라는 그들의 속삭임. 한음파의 음악은 반짝일 때마다 모양이 달라지는 홀로그램이나 정교하고 복잡한 구조의 건축물 같다. 격정적인가 하면, 가슴시리고 따뜻한 음색이 느껴지고, 싸이키델릭한가 하면 말랑한 팝 멜로디가 등장한다. 담백한 사운드에 복잡한 잔상이 그려지는가 하면, 무중력의 우주공간을 홀로 떠다니는 것처럼 쓸쓸해지기도 한다. 곡마다 다채로운 개성을 보여주지만, 전체를 보면 일관된 ‘한음파적 정서’가 녹아들어 있다. 주제와 화풍이 자유로운 화가의 다양한 그림에서 그 화가만의 개성을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한음파의 음악도 그렇다. 그 한결같은 ‘한음파적 정서’는 ‘진정성’이란 단어로 대체 가능하다. 한음파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 있는 “참회”는 멤버들이 스튜디오에 모두 들어가서 원테이크로 녹음되었는데, 공연장에서의 응축된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프리티벳 운동을 하는 '까락 ?빠KHARAG PENPA'의 이국적인 허밍으로 시작되는 “무덤”은 독특한 리듬과 멜로디를 들려주며, 스튜디오가 아닌 트인 공간에서 다 같이 모여 한 번에 녹음했다는 “연인”은 모노 사운드의 묘한 담백함을 자랑한다. 숨 막히는 긴장감과 화려한 구성을 보여주는 마지막 곡 “독설”까지 듣노라면, ‘가슴 절절한 음악적 감동’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
처음엔 몹시 뜨거운 열병을 앓는 것처럼 앞이 어지러워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어 시간이 지나가 너와 함께 했었던 건 모두 날 외면하듯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 크기를 알 수 없는 네게 남겨진 공간에서 난 온기를 잃은 유령처럼 부유하고 있어 일그러진 지나간 날의 잔해 너머 보이는 니 흔적에 닿으려 할수록 더욱 멀어지는 것 같아 *이젠 아무런 느낌있지 않아, 니가 있지 않아 이젠 아무도 느껴지지 않아, 사라져 가고 있어 이유를 알 수 없는 네게 버려진 공간에서 난 용기를 잃은 어린 아이처럼 울고 있어 일그러져 희미한 나의 두 눈가에 고이는 그 눈물은 흐르지 못해 주위를 맴돌고만 있어 *이젠 아무런 느낌있지 않아, 니가 있지 않아. 이젠 아무도 느껴지지 않아, 사라져 가고 있어. **멀어지고 있어 느낄 수가 없어 난 사라지는 유령이 아냐
검푸른 나무, 퍼진 친구, 풀린 안구 맴 소리 질러, 거릴 질러, 불을 질러 해 뜨거운 날, 무거운 날, 무서운 넌 왜 가만두지, 그만두지, 그냥 죽지 맴 돌지 말고 저리 가란 말이야 맹한 눈으로 보지 말란 말이야 맘 같지 않은 소리 말란 말이야 메마른 목구멍을 보란 말이야 숨 막힐 더위, 비린 비위, 지친 자위 물 마른 구멍, 시커먼 멍, 나의 비명 소리쳐 맴
당신 원하시나요 당신 날 가두나요 그 속으로 들어가 그 속으로 들어가 당신 나를 뉘어요 당신 흙을 덮어요 그 속으로 들어가 그 속으로 들어가 당신이 원한 그토록 원한 건 다 이 비석 위에 모두 다 써놓을 테니 당신 원하시나요 당신 날 가두나요 개미의 입질 죽도록 따갑데도 차가운 바닥 맨 살을 에이어도 당신은 나의, 당신은 나의 무덤 당신이 만든 죽도록 원한 무덤
바로 지금 의식않는 널 수많은 눈은 지켜보고 있어 번들 거리며 비웃음 띤 채로 너의 말 한마디 마다 평을 달고 있지 혹시라도 불안한 느낌과 어색한 배경에 의문을 갖게 되면 알 수 없는 무기력한 기운에 언제나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말게 되지 그 누구도 벗어날 순 없어 치밀한 그의 계획으로 부터 그 누구도 뿌리칠 순 없어 은밀한 그와의 거래 쉿 바로 여기 의심않는 곳 수많은 너는 양산되고 있어 같은 얼굴 어설픈 너의 흉내를 내며 어디선가 너를 대신해서 살아가고 있는지 몰라 그 누구도 벗어날 순 없어 치밀한 그의 계획으로 부터 그 누구도 뿌리 칠 순 없어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순 없어
어색하게 마주 앉아 의미 없이 뜸을 들이지만 그대가 내게 무슨 말하려 는지 알아 너의 고된 하루보다 더 무거운 표정 지으며 그렇게 애써 모질게 말하려 않아도 돼 당신의 불안한 사랑 내겐 쉽지 않아 당신의 고단한 삶에서 날 밀어 내려 하지만 난 그대를 놓지 않아 날이 선 추위에 베여 부끄러운 두 손을 감추고 그렇게 애써 차갑게 바라보지 말아줘. 당신의 불안한 사랑 내겐 쉽지 않아 당신의 고단한 삶에서 날 밀어 내려 하지만 난 그대를 놓지 않아
꿈 속에서도 꿈이 보이지 않아 괴롭던 목마름도 모두 잊었어 더는 실낱같은 기대로 하지 않아 이불 속으로 더 깊이 나를 묻었어 창문 밖에 서서 손짓 하지 말아 오랜 질문에 난 답을 찾지 못했어 짙은 어둠 속 나를 찾지 마 그냥 이대로 사라질 거야 날 깨우려 하지 말아줘 제발 이대로 내버려 둬
그런 나를 알고있나 살인자의 손을 가진 날 넌 알고있나 그런 나를 알고있나 거짓말로 유혹하는 날 넌 알고있나 그때 그 무리.. 내가 있었네 그런 너를 알고있지 치욕스런 채찍질로 넌 고통을 주었지 그런 너를 알고있지 옆구리에 창을 꽂아넣은 널 널 알고있지 용서받지 못할 너 눈물 흘려도 용서받지 못할 너 빌고 빌어도 그런 나를 알고있나 살인자의 손을 가진 날 넌 알고 있나 그때 그 무리.. 내가 있었네 용서받지 못할 너 눈물 흘려도 용서받지 못할 너 빌고 빌어도 용서받지 못할 너 떨고 떨어도 용서받지 못할 너... 그 머리에 가시관을 그 머리에 가시관을 그 머리에 가시관을 씌워
그 아무도 믿지 않아 너의 거짓말을 넌 아직도 속이려 아니라 말하지만 모두의 귀를 막고 눈을 가리려 애를 쓰는 네 자신을 속일듯 검붉게 충혈된 혀 그 누구도 원치 않아 더 두고 볼 순 없어 넌 여전히 비열한 웃음을 짓고 있지만 재갈을 물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게 네 채울 수 없는 욕망 넌 맘을 짓밟고 살아 네 거짓을 품은 혀가 내 삶을 짓밟고 말아 버렸어
RELEASES
2009-07-09
열린음악 (OPC-0050, 8809258525745)
CREDITS
Performed by 한음파 1기 (2008) - 이정훈 : 보컬, 기타 - 박종근 : 보컬, 기타 - 장혁조 : 베이스 기타, 키보드 - 백승엽 : 드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