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희열, 루시드폴, 이적,,,,,,,최고의 아티스트들을 단번에 사로잡은 대어급 신인 밴드
- 더 이상 오버그라운드와 언더그라운드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작금의 음악 씬에서 과거에 비해 스타일적으로 훨씬 완성도 있는 밴드와 아티스트들이 자주 눈에 띄는 모습은 음악 시장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게 되는 한줄기 빛이 아닐 수 없다. 90년대 말 이후 대형 밴드의 명맥이 단절된 듯 보였던 (소위 홍대로 대표되는) 인디 씬에서도 근래들어 음악적인 완성도 뿐 아니라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갖춘 밴드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는데, 그 중 본작의 주인공 디어 클라우드는 단 몇 차례의 공연만으로 음악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표적인 대어이다.
- 2005년 가을, 비슷한 음악적 취향을 가진 기타리스트 용린(Yong-Rin)과 보컬리스트 나인(Nine)의 만남으로 디어 클라우드의 청사진이 그려졌다. 기타와 보컬 위주의 단촐한 어쿠스틱 공연을 통해 가능성을 공감한 이들은 본격적인 밴드 음악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됐고, 주위 지인들의 소개로 베이시스트 이랑(Elang), 키보디스트 정아(Jung-A), 드러머 동훈을 만나며 의기투합, 클럽 씬에 뛰어 들게 된다. 일주일에 네 번의 라이브를 치러낼 정도로 치열한 활동을 펼쳐가던 중 동훈의 갑작스런 군입대로 본의 아니게 휴지기를 가질 수 밖에 없었고, 새로운 곡 작업에 몰두하며 내실을 다지던 즈음 새로운 드러머 광석(Kwang-Suk)을 만나면서 현재의 라인업을 확정하게 된다. 홍대 인근 클럽 공연을 필두로 부천 영화제 시네락 나이트, 루시드 폴의 연말 공연, 사운드 데이, 민트 페스타 등 크고 작은 무대에 참여한 이들은 여느 팀보다도 관객들의 놀라운 피드백을 경험하게 된다. 음악성 뿐 아니라 대중적인 요소까지 겸비한 디어 클라우드는 신인답지 않은 카리스마까지 발산하며 단숨에 2006년 클럽씬 최고의 신인으로 떠올랐고, 수많은 레이블들의 오퍼와 구애 끝에 평소 이들이 존경해온 유희열, 루시드 폴이 소속된 토이뮤직(Toy Music)과 전격 계약, 본격적인 데뷔 앨범 작업에 착수한다.
- ‘준비된 신인’이라는 평에 걸맞게 이들의 데뷔 앨범은 비교적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공연을 통해 끊임없이 다듬어온 다양한 레파토리들은 레이블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특별한 조율 없이 녹음됐고, 이미 각자의 필드에서 적지 않은 경험을 쌓아온 만큼 다양한 실험들을 시도했다. 작은 난관에 봉착할 때면 여지없이 선배 뮤지션들의 적극적인 조언이 더해지면서 이들에게 남겨진 유일한 고민은 웰메이드 사운드를 위해 후반작업에 좀 더 시간을 투자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기획, 녹음, 믹싱 4개월과 수정 작업 4개월 등 총 8개월의 진행을 통해 디어 클라우드의 데뷔 앨범은 마침내 세상 빛을 보게 된 것이다.
- 넬(Nell)을 연상케하는 우울한 호흡과 무드, 이상은과 비견될 정도의 중성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여성 보컬 나인(Nine), 어쿠스틱 사운드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파워풀한 면모 또한 견지한 사운드... 디어 클라우드를 수식하는 복합적인 특징들은 선배 아티스트들을 단숨에 서포터스로 흡수하기에 충분한 이유들이었다. 사제지간이기도 한 피아니스트 정원영은 기술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앨범 작업에 눈코 뜰 새 없던 토이 유희열은 음반의 웰메이드사운드에 적극적인 지원과 고민을 떠안았었다. 스위스 유학 중인 루시드 폴 까지도 이메일을 통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응원을 해주었다. 심지어 큰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싱어송라이터 이적까지도 디어 클라우드의 음악에 반해 조력자를 자처했다.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다름 아닌 ‘오랜만에 등장한 스타급 신인이 제대로 갈 수 있는 길을 터주자’라는 것.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신인 밴드 디어 클라우드는 선배들의 넘치는 후원과 스타 뮤지션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바램 까지 등에 업고 남다른 기대감을 증폭 시키고 있는 중이다.
* 회색빛 마음의 계절을 노래한 Dear Cloud 사운드의 정점 ‘얼음요새’
- 디어 클라우드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세기의 영국 음악들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앨범 작업 전체를 관통하며 가장 힘을 쏟았던 부분 역시 한국에서는 좀처럼 쉽지 않았던 깔끔하지만 힘이 느껴지는 사운드를 완성하는 것. 플라시보(Placebo), 스노우 페트롤(Snow Petrol), 콜드플레이(Cold Play)의 그 것에는 아직까지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분명 지금까지의 한국형 모던록들과는 차별화된, 아니 한층 업그레이드된 밸런스와 톤을 완성했다는 자평이다.
- 디어 클라우드만의 강점인 풍부한 멜로디 라인과 농밀한 편곡의 묘미는 영국식 모던록과 또 다른 (한국 지형에 걸맞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좌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브릿 사운드 못지 않게 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던 토이, 이적, 넬, 자우림 등 보석과 같은 한국 대중 음악들은 디어 클라우드만의 자양분이 되어 사운드의 한 축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렇듯 디어 클라우드는 이질적이면서도 충분히 보편성을 함축한, 상반된 두 가지를 적절히 배합하고 있는 묘한 매력의 밴드이다.
- 이러한 특징은 타이틀 곡으로 낙점된 ‘얼음요새’을 통해 여실히 증명된다. 사운드의 적절한 공간감과 점층적인 구성은 근간에 보기 드문 세련된 대목이지만, 애절한 멜로디 라인과 감상적인 가사의 비유들은 90년대 가요 르네상스 시절의 멋진 끈을 놓치지 않고 있다. 최고의 비주얼 아티스트 박명천이 이끄는 매스메스에이지(Massmessage)가 작업을 맡은 뮤직 비디오 역시 흔하디 흔한 드라마타이즈와 립싱크의 나열이 아닌 상징적인 화면들과 감각적인 비쥬얼 작업으로 관심을 모은다.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의 와플선기역과 각종 CF 출연으로 주가 급상승 중인 김재욱이 주인공을 맡은 것 또한 큰 이목을 끄는 부분. 디어 클라우드와 오랜 친구 사이인 김재욱은 무명 시절 ‘데뷔 앨범을 내고 뮤직 비디오를 찍으면 무조건 함께 하자’라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박 3일간의 강행군인 촬영 일정을 소화했다고 한다.
- 디어 클라우드의 적지 않은 팬이 중성적인 카리스마의 보컬리스트 나인(Nine)에 집중되어 있다지만, 멤버들은 무엇보다도 힘의 균형을 원칙으로 밴드를 운영해왔다. 이러한 특징은 대부분의 멤버가 함께 참여한 송라이팅에서부터 두드러진다. 밴드의 리더이자 천부적인 작곡능력을 지녀 디어 클라우드의 대부분의 곡을 만들어 밴드사운드를 이끌고있는 기타리스트 용린(Yong-Rin)의 ‘넌 아름답기만 한 기억으로’는 디어 클라우드 매니아들이 최고의 곡으로 선정하고 있는 곡이다. 처음 연주하던 날 소박하지만 슬픈 가사에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는 ‘그 다락방이 그립습니다’와 대인기피증을 가진 아이의 이야기를 사뿐한 멜로디 위에 그린 ‘words’은 베이시스트 이랑(Elang)의 작품이며, 지나간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안녕, 보물들’(루시드 폴이 본작 중 가장 추천하는 곡이라고 한다)과 라이브를 통해 가장 큰 호평을 받아온 디어 클라우드 사운드의 정점 ‘같은 사람’은 키보디스트 정아(Jung-A)가 작사, 작곡을 담당했다.
- 토이의 사운드 디자이너 김유성의 활약이 돋보인 ‘너에겐 위로가 되지 않을’, 초기 디어 클라우드의 소박한 어쿠스틱 사운드가 아름다운 ‘그럴수만 있다면’, 짝사랑의 차가운 마음을 드라마틱한 편곡을 통해 묘사한 ‘꿈’, 흡입력 있는 나인(Nine)의 보이스와 엔딩을 관통하는 용린(Yong-Rin)의 러프한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는 클럽 시절 대표곡 ‘Fly Fly Fly’ 등 어느 하나 치우침 없이 균일한 완성도의 12 트랙은 음악에 대한 디어 클라우드의 열정과 진심을 느끼기에 일말의 부족함도 없다.
- 디어 클라우드의 음악은 비가 되어 내리기 전 회색 빛 우울한 구름과 같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애써 눈물을 숨기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안의 얘기이자 치유를 위한 처방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을 향해 내미는 이들의 사려 깊은 손길에 시린 상처를 숨긴 채 살아가는 당신도 수줍게 그 손을 맞잡기를 기대하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