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함과 우울함을 동시에 전하는 따스한 봄의 노래.
아지랑이 가득한 날의 아름답고 짧은 이야기.
아련한 보컬 사운드와 간결한 락 사운드.
긴 여정 끝에 도달한 도나웨일(Donawhale)의 첫 번째 정규앨범.
도나웨일(Donawhale)은 이라는 귀부인이라는 의미의 ‘Dona’ 와 물 속에 사는 동물 중 가장 성공적으로 진화한 ‘whale(고래)’의 합성어다. 이 고래부인이라는 의미의 밴드는 보컬과 키보드의 유진영, 기타의 윤성훈, 드럼의 김민준, 베이스의 정다영으로 구성되었으며, 사운드라는 거대한 해양 속을 서서히 부유하는 중이다.
2004년 만나게 된 이들은 클럽 빵, 사운드 홀릭, 클럽 쌤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며 데모 작업을 병행하게 된다. 2006년 3월 카툰 사운드 트랙 ‘cracker’ 에 참여, 'a spring day' 수록하게 되면서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두드러지는, 간결한 소프트 팝-락 사운드로 주목을 끌게 된다. 앨범 참여 이후 이들은 완성도 높은 앨범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작업에 전념하게 된다.
이들의 작업은 아주 오랜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이루어졌다. 긴 작업시간동안 지치는 것 대신, 함몰되지 않는 적당한 깊이와 사운드, 그리고 감성으로 돌아왔다.
이들의 첫 번째 앨범은 봄과 닮아있다.
아지랑이가 낀 조그만 거리를 생각케 한다.
‘a spring day’ 를 기억하는 이들은 이 곡을 소품 형식의 마냥 따스한 느낌만을 전달 받았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도나웨일의 정규앨범에 들어간 다른 곡들은 조금은 우울한 감성도 담고 있다. 첫 라이브 때부터 지금까지 여러 번 선보인 ‘Hole’ 이 가장 이들의 색깔을 잘 나타내주는 곡이라 할 수 있는데, 우울한 감성을 담아 내고있는 대신, 유진영의 힘있는 보컬은 맥없는 희망을 좇는 청춘들의 애처로운 풍경을 노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나가는 봄이 다시 또 오곤 하듯. 도나웨일의 트랙은 멈추지 않고 달려나간다.
2007년 발매된 도나웨일의 정규 1집은 타인에 대한 치밀하고 깊이 있는 가사와, 격자문양으로 탄탄하게 짜여진 사운드로 점질되었으며, 특히 에코와 디스토션이 걸린 기타 사운드는 한없이 날카로운 서정미를 자랑한다. 보컬 유진영의 목소리 역시 따스함과 서늘함을 오가며 도나웨일의 사운드를 명명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물론 청자들은 이 신예들의 성숙한 사운드에 감탄할지도 모른다. 이 앨범은 한 번 들었을 때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지만, 여러 번 그 사운드와 내용을 곰씹으며 음미할 필요가 있다. 점점 짧아지는 봄을 음미하듯.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홍대 씬에서 활동해 온 이들이 항해를 마치고 선보인 이번 앨범은 계속해서 흉작을 면치 못하는 인디 음악씬의 당분간은 아주 소중한 선물이 분명해보인다. ‘도나웨일’로 인해, 인디 음악을 사랑했던 많은 이들이 잠시 잊고 있던 조금은 따뜻하고 조금은 우울한 감각의 세포들을 잠시 열어 두어도 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