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많은 매체에서는 그녀의 3집을 두고 '탈(脫) 언더그라운드'라는 타이틀로 소란을 피워댔다. 대마초 사건 등으로 신촌 블루스가 와해되었고 한 팀이기도 했던 김현식은 고인이 되었으며 그것은 '언더 문화' 하면 상징물처럼 떠올려지던 포크 세대들의 잠식을 의미하는 것이었으므로.
사실상 당시 연극적인 콘서트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던 그녀에게 의식이나 저항의 모티브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블루스 가수로서 터를 확실히 잡은 후 뭔가 색다른 것을 찾아 좀이 쑤시던 그녀가 발표한 <말도 안돼>는 강한 록 계열의 시도로 세인의 이목을 주목시켰다.
노래를 한 편의 시로 형상화하는 작곡가 한돌의 작품인 '조율'의 웅장한 코러스와 기승전결의 착실한 단계를 밟아나간 곡 진행은 차라리 감동적이라는 표현이 옳다. 앨범 중 고전적 발라드 풍의 애절한 사랑 노래로 사랑을 받았던 '이별못한 이별'은 강하고 록적인 분위기에 뭉뚱그려진 본작의 숨겨진 백미다.
70년대 중후반 4인조 포크 보컬 그룹 해바라기의 일원으로 등장한 한영애는 하나의 앨범이 얼마나 절대절명의 것인지를 본능적으로 꿰뚫어 보았다. 블루스를 탑재하고 86년 벽두에 나온 그의 첫 솔로 앨범과 <누구없소>에서 <바라본다>까지 숨막히는 긴장감이 팽팽하게 아로새겨져 있는 88년의 두번째 앨범에 이어 4년만에 발표된 이 앨범에 이르도록 그는 완전연소의 비등점에서 불타 오를 때까지 침묵에게 소리를 양보하는 집요한 견인주의의 작은 성채를 쌓는다. 어느 누구에게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일년에 한장씩의 '판'을 소모적으로 내놓아야 하는 스타시스템과 음반산업계의 강박관념은 그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송홍섭의 베이스, 박청귀와 신윤철의 기타, 배수연과 김민기의 드럼, 정원영의 키보드의 도움을 받으며 한영애는 그의 음악적 출발점인 모던 포크와 비상의 교두보 역할을 한 블루스에 기반한 그 특유의 록과 두터운 발라드의 실타래를 올올히 풀어 낸다. 한돌이 제공한 <조율>을 통해 그는 김현식도 미처 도달하지 못했던 통찰력과 보컬 카리스마의 결합을 일구어 내고 그의 첫 앨범의 대부인 이정선으로부터 선사받은 <이어도>의 여백을 그의 선배보다도 더 깊게 형상화한다. 그러나 이 앨범의 백미는 역시 앨범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오로지 자신에 의한 첫번째 노래 <말도 안돼>일 것이다. 이 노래에는 그가 걸어온 모든 음악의 스타일과 이상이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세상이 변했으니 어쩔 수가 없다고/변하는 건 당연해 어떻게가 중요해'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는 그의 고집인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