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의 시대에 보기 드문 사랑의 메신저
한성민 데뷔 앨범 “Sonnet”
유행을 벗어난 편안한 한성민만의 음악
영화 <클래식>에 삽입되었던 발라드곡 <사랑하면 할수록>으로 영화팬들 사이에 잔잔한 화제를 불러왔던 한성민이
첫번째 독집을 발표했다. 유영석이 프로듀싱을 맡고 강현민, 이병훈, 박용준 등 실력파 작곡가들이 참여한 이 앨범은, 자극적인 댄스와 힙합, 아니면 흐느끼는 R&B 발라드가 득세하는 요즈음의 음반 판도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편안한 어덜트 팝 앨범이다. 유행이나 시류를 비켜나, 편하게 한번 들어 보라며 살짝 권유하는 듯한 느긋함이 있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한성민의 노래를 듣다 보면 어느새 그의 노래를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극적이라던가, 강렬하다던가 하는 단어와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고음이건 저음이건 귀에 감기는 편안한 톤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한성민의 목소리는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다.
소네트: 아름다운 연시를 닮은 사랑 노래들
한성민의 데뷔 앨범 타이틀은 ‘소네트(Sonnet)’. ‘소네트’란 서구 정형시(定型詩)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시의 형식으로 소곡(小曲) 또는 14행시(行詩)라고 번역한다. 13세기 이탈리아의 민요에서 파생된 것이며, 단테나 페트라르카에 의하여 완성되었고, 르네상스시대에는 널리 유럽 전역에 유포되었다. 대부분이 연애시로 수십 편의 연작(聯作)으로 된 것이 많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가 유명하다. 셰익스피어 이외에도 밀턴, 워즈워스, 키츠, 로제티, 브라우닝 등 수 많은 영국 시인들이 소네트 형식의 명작들을 남겼다. 한성민은 ‘소네트’라는 데뷔 앨범 제목이 암시하듯 ‘편안한 어덜트 팝’의 멜로디에 한편 한편 아름다운 연시(戀詩)와도 같은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들로 팬들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듣다 보면 어느 새 아련한 연정에 젖어 들게 만드는 노래. 한성민은 은은하게 마음을 적시는 노래들로 이 말초적인 자극의 시대에 보기 드문 ‘사랑의 메신저’가 되고자 한다.
아이리쉬 민요처럼 애잔한 타이틀곡 <사랑하면 할수록>
앨범의 첫 곡 <유리>는 그런 한성민의 매력이 오랜만에 가사를 쓰는 작사가 박주연의 노랫말에 담겨 잘 드러나는 곡이다. 친구를 사랑한, 어쩌면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을법한 가슴아린 이야기를, 남의 이야기인 양 편안하게 노래하는 한성민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우연히 발견한 색 바랜 흑백사진을 보는 것 같은 감상에 젖는다.
타이틀곡 <사랑하면 할수록>은 세련된 오케스트라 편성에 삼박자의 마이너 발라드로, 아이리쉬 민요와 같은 애잔한 느낌을 준다. 이 곡은 한국 가요계의 주류 발라드의 흐름 속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매력으로 듣는 이의 귀와 마음을 적신다. 가슴아픈 사랑을 노래하는 노랫말, 단조의 멜로디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는 추운 겨울을 녹이는 따스함으로 가슴을 덥혀준다. 특히 <일생>은 추운 이 계절에 가장 어울리는 노래로, 원곡을 불렀던 일본의 전설적인 그룹 ‘안전지대’의 타마키 코지와는 또다른 한성민만의 색깔로 전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
아무리 유행이 바뀌고 새로운 트렌드가 세상을 지배해도 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한성민은 자신의 첫앨범 <소네트>로 잔잔하게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