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너를 만날 날을 기다리며 상상했던 모습일지 궁금해 지금은 다른 길을 가지만 함께 오랫동안 걷게 될 예정됐던 곧 다가올 우리의 시간들 유난히 오늘 나선 길에 햇살이 너무 좋아서 혹시 오늘 만날 수도 있을까 (어쩌면)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서 나도 모르게 스쳐가도 들려오잖아 어딘가에서 다가오는 너의 느낌 나나나나나
텅빈 목소리가 무서워 멍한 시선들이 낯설어 예전 같지 않은 표정과 끝내 대답 없는 질문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아서 그건 것 같아서 그런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이걸 말한다 우리는 여기까진가 보다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다 힘든 날이 내게 오겠지만 지금 껏보단 나을 것 같다 울음은 그만 그쳐야 한다 이보다 더한 일들도 얼마든지 있다 너 없는 내일이 두렵지만 어쨌든 우린 여기까지다 너를 힘들게 한 기대와 나를 지치게 한 실망들 이젠 잡을 힘이 내겐 없어서 힘들고 지쳐서 더 이상 안돼서 내가 먼저 너를 놓는다 어쩌면 우린 멀리도 왔다 억지로 그렇게 너를 힘들게 했구나 미안하다는 말 못했지만 어쨌든 우린 여기까지다 여기까지가 우리의 전부다
우연히도 가까워지고 있어 다가오는 익숙한 풍경과 향기 그렇게도 지우려 했던 기억들 이제는 덤덤하게 선 이 거리 저기 너 기다리던 그 까페 우리 한참 오르던 언덕길 눈앞에 선 낯익은 버스가 날 그때로 데려가고 있어 어렴풋이 다시 찾아온 기억들 한참동안 서서 그때 우릴 둘러보고 있어 그때엔 다 좋았었나봐 너와의 기억들이 모두 웃고 있는걸 언젠가 여기에서서 너도 같은 생각하겠지 고마워 소중했던 그 시절을 함께해줘서 짙어 가는 저 하늘 노을이 날 그때로 물들이고 있어 선명하게 다시 찾아온 기억들 먼훗날 우리 모습을 같이 상상하곤 했었지. 그때엔 참 어렸었나봐 우리의 바람들이 된 게 하나 없잖아. 이렇게 여기에서서 잠시 너를 그리워 해도 이제는 추억이잖아.
예쁘게만 꾸며져 가는 기억 속에 갇혀 지낸 동안 얼마나 높은 벽들을 쌓아버린 건지 시간은 한번도 내게 해답을 주지 않았고 그저 무뎌지기 만을 권해 내 기대 모두 결국 무너진 그 때 그게 또 너무 당연하니까 더 화가 난 건지 몰라 언젠간 풀릴꺼라던 오해는 더 엉켜진 채로 덮어지고 모두 마음 쓰기엔 너무 분주한 일상을 핑계 삼아 얼마나 많은 상처를 외면했었는지 시간은 아픔을 전혀 치유해 주지 않았고 그저 익숙해지기를 권해 나 고개 돌려 돌아서버린 그 때 그 눈물 너무 맘에 걸려서 더 화를 낸 건지 몰라 언젠간 이해할꺼란 기대는 다 흩어진 채로 잊혀지고 그저 묻어둔 채로 살아가고
어쩌면 그대 오늘도 걱정뿐일는지 몰라요 얼마나 많은 기대가 묵살당했는지 몰라요 누군가 뱉은 핀잔이 심장을 맴돌지 몰라요 얼마나 많은 눈물을 숨겨야 했는지 몰라요 그래도 믿어요 그 어깨를 펴고 고개를 들어요 큰 쉼 호흡으로 당당히 그렇게 무대를 올라요 화려한 의상은 아니라도 조명도 비추지 않는데도 내겐 그대가 제일로 빛나요 큰 소리치는 사람들 뒤에 말없이 서성이고 있어도 내겐 그대 숨소리도 들려요 내겐 오직 그대가 주인공이에요 멀리 있어서 너무 어두워서 내가 보이지 않는데도 지금 나 이렇게 자리를 일어나 뜨거운 눈물을 소리 없는 환호를 한 없는 동경을 살짝 찡긋거린 눈빛도 조금 떨린 듯한 손끝도 내겐 너무나 큰 의미인 걸요 어두워진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는 뒷모습마저도 내겐 끝도 없는 감동이에요 내겐 오직 그대가 주인공이에요
밤 늦은 시간 공부하는 척 딴 생각에 몰두해 있을 때 엄마는 내 방 불 꺼질 때까지 거실에서 책을 읽곤 했어요 엄마는 워낙 책을 좋아해서 피곤하지 않다고 생각했죠 졸음을 쫓으려 찬물 세수에 유난히 붉어진 얼굴은 그저 무심히 넘겨버렸죠 어느 아침엔 맘에도 없는 괜한 짜증에 밥도 먹지 않고 다녀온다는 인사도 없이 훌쩍 집을 나서버린 적 있죠 엄마는 원래 성격이 좋아서 아무렇지 않을 꺼라 믿었죠 아침을 거른 게 맘에 걸려서 종일 걱정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한 건 생각도 못했죠 엄마의 병은 우리가 만든 것 같아요 그 긴 시간을 조금씩 멍들게 했어요 그 연약한 몸에 독을 쌓아가도 우린 아픈 줄도 몰랐던 거죠 정말 어리석은 우리가 너무 못돼먹은 내가 그렇게 만든 거죠 풀리지 않는 모든 일들에 갈피를 잡지 못한 시절에 내 부족함을 엄마의 탓인 양 원망 섞인 울음도 울었었죠 엄마는 원래 마음이 넓어서 상처 받지 않을 꺼라 믿었죠 한잠도 못자고 몰래 울어서 퉁퉁 부은 두 눈은 끝내 알아채지 못했던 거죠
갑작스레 이별을 말하고 이유조차 얘기 않던 너 영문도 모른채 아무말 못하고 그렇게 날 떠나가던 너 혹시 내가 실수했던 건지 내 부족함이 부담스런지 며칠밤 생각에 잠들지 못하고 괴롭게 보내던 시간들 널 잊으려 했던 무모 했던 순간들 긴 시간이 지나서야 아문 상처들 다 잊었다고 생각하니 비로소 온 네 안부에 (미안했어) 냉정하기로 했던 내 다짐들 (다시 시작해) 하루에도 몇번씩 원망했던 너인데 아무렇지 않게 너의 안부를 되묻는 내 모습이 참 바보 같아 나 여지껏 뭘 한 건지 정말 그래도 널 볼 수 있어 이제 다행이란 생각에 웃고 있는 나 날 볼때마다 지친듯한 모습 피곤해서라던 자주 하는 말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조차 너는 아무말도 없잖아 바빠서 신경쓰지 못했단 얘기들 서둘러서 돌아가야 한단 변명들 나 애써보려 하지만 멀어지는 게 느껴져 (이해해줘) 한참을 날 보며 말이 없던 너 (날 위한다면) 한숨 끝에 주저 없이 다시 끝내자는 말 아무 말 못하고 너의 얘길 듣고 있는 내 모습 참 바보 같아 그 지옥 같은 시간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정말 태연한 척 하기 힘들어 웃어보는 나 (날 그렇게 미워하지는 말아줘) 모르겠어 그렇게 힘든 너인데 왜 널 기다리고 있는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아)
추운 날들이 곧 끝나 갈 무렵 되면 낡고 헤진 난 조금 더 바래지겠지만 지친 어깨를 포근히 감싸 주고 때론 눈물 닦아 줄 수 있어 좋아 궂은 겨울 더 길어진데도 좀 더 오랜 시간을 너와 함께 할 수 있을 테니 찬 바람 더 차가워질수록 좀 더 이렇게 너를 꼭 안아줄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은 걸 덜컥 봄이 네게 와 버리면 네 방 어딘가 깊이 나는 묻혀지고 말겠지만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나와 함께한 겨울을 다시 떠올리며 한 번 웃어주렴 그거면 충분해
올해도 나를 찾아 주어서 고맙소 험한 길 잊지않고 내게 왔구려 곱던 얼굴도 세월에 많이 상했소 괜찮소 내겐 아직 아름답다오 근심어린 그대 눈에 눈물 나 편치 않다오 바람과 들꽃에 난 잘 지내오 걱정은 마오 궁금했던 일 알려주어서 고맙소 한숨 놓은 그대 모습 나도 편하오 그댈 떠나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말해주오 내게 원망 한 번 않잖소 한참을 멍하니 먼 곳을 보는 그대를 안고서 한 마디 위로라도 건낼 수만 있다면 나 원망 않겠소 이제 날 떠나가오 내려가는 그댈 배웅도 못하는 날 용서하시오 잊으오 잘 지내오 고맙소
괜찮다고는 할 수 없겠지 아직도 이렇게 아픈 걸 데인 상처가 엉망이지만 나 그래도 이렇게 참는 걸 미안하다는 말도 안했던 건 차라리 고마워 덕분에 너를 미워하며 힘을 더 낼 수 있었어 좋은 사람으로 남으려고 전혀 애쓰지 않아줘서 마음껏 욕할 수 있었어 고마웠다는 말을 못했던 건 오히려 미안해 어떤 이는 단 한 번도 겪을 수 없을지도 모를 그 누군가를 위해서 날 완전히 버릴 수 있었던 흔치 않은 기회를 줬으니 지금은 아마 그 대가인가 봐 그래서 가끔은 웃는 걸 죽을 만큼은 아니었나 봐 나 그래도 이렇게 사는 걸
너 나 같은 기억이 이렇게 다르게 남은 건지 나에겐 너무 버겁기만 한 너에겐 그저 가볍기만 한 난 그것들 때문에 요즘도 가끔 어지러워서 기댈 곳 없이 휘청거리는 그렇게 그런 날들을 보내 너 나 함께 했었던 그 시간들이 그저 너에겐 (내겐 아무 의미도 없는 기억일 뿐) 그것 밖에 아니라는 게 어떻게 너 그 시간들을 의미 없다고 말할 수 있는지 그렇게 이미 너에게는 끝나고 아직 나에게는 끝나지 않은 그 가벼운 기억들 때문에 그 별 것 아닌 시간들 때문에 가끔 무언가 떠오르기라도 하면 난 또 이렇게 이런 날들을 보내 어떻게 너 그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는지 그렇게 이미 너에게는 끝나고 아직 나에게는 끝나지 않은 그 가벼운 기억들 때문에 그 별 것 아닌 시간들 때문에 아직까지도 많은 시간 지난 지금도 그런 너에게는 우습고 이런 나에게는 미칠 것 같은 그 가벼운 기억들 때문에 그 의미 없는 시간들 때문에 아직까지도 이렇게 이런 날들을 보내 (내겐 아무 의미도 없는 기억일 뿐 별 것 아닌 시간일 뿐 간직할만한 추억도 없는 가벼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