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트는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밴드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여성 밴드의 이미지는 어떤가요? 그동안 한국의 여성 밴드들은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져 왔던 록을 여성도 할 수 있다는 정도를 증명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 언니들은 일부러 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는지도 모릅니다. 도트는 이에 대해 홍대에서 꼭 록을 해야 한다고도, 억지로 카리스마를 끄집어내야 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도트의 멤버들을 소개해 볼까요?
도트는 한국 여성 뮤지션들의 상위 1%만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화려한 멤버를 자랑합니다. 간혹 여러분이 라이브 공연을 보러 갔을 때, “어라, 여자가 세션이네?” 하며 조금 신기했을 법한, 그 인물들을 한데 모아놓은 밴드가 바로 도트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드럼의 이정윤은 거미, 린, 버블 시스터즈, 블랙티 등등 주로 여성 가수들의 방송과 공연에서 세션으로 활동했습니다. 현재 류복성 라틴 재즈올스타즈 멤버로 활동 중이기도 하죠. 베이스의 양혜영은 타칭 ‘CCM계의 슈퍼스타’로 불리 울 만큼 CCM계에서는 익숙한 인물이라고 하네요. 도트의 멜로디를 담당하고 있는 피아노 파트의 김진아는 슈퍼키드, 루시드 폴의 세션으로 참여했습니다. 음악의 스펙트럼이 넓은 분인 것 같죠? 마지막으로 도트의 목소리를 담당하는 김효수는 다수의 대중가요 앨범과 라이브 콘서트에서 보컬 및 코러스 세션으로 활동 하는 한편, 실용음악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도트의 실력은 확실히 검증받은 것 같네요. 처음 도트의 음악을 접했을 때, 그러니까 음악만으로 와 닿았던 첫 느낌은 노 리플라이, 나하비 밴드 등의 차분하고 사려 깊음을 닮았다고나 할까요? 그 이유는 아마도 도트의 남다른 멜로디 파트 탓인지도 모릅니다.
도트는 우리에게 벤 폴즈 파이브(Ben Folds Five)나 킨(Keane)과 같은 밴드로 익숙한 ‘기타 없는 밴드’입니다. 밴드의 멜로디 파트를 기타가 아닌 피아노가 대신하고 있는 셈이죠. 밴드라는 구성에서 기타가 없다는 것은 그들의 음악이 그만큼 ‘록스럽지’ 않다, 유려한 팝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아마 도트의 음악을 듣는다면 꼭 그들의 음악에 기타가 필요할 이유도 없을 거라는 것 또한 알게 될 것입니다. 멜로디를 기타가 아닌 피아노가 대신해서 좋은 이유. 기타의 디스토션 걸린 사운드와 달리 건반 악기가 전해주는 푸근함과 풍성함. 그리고 그들의 음악이 특히나 더 멜로디지향적이라고 한다면 피아노는 더없이 좋은 도구입니다.
도트의 음악은 굳이 따지자면 애시드 팝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그들답게 바탕에 재즈가 뿌리내리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재즈라고 해서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도트는 그렇게 어려운 밴드가 아니니까요. 그 토양 위에 색색의 팝적인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 바로 도트의 음악입니다. 모던록보다는 조금 애시드스러운 느낌과 팝보다는 더 깊이 있고 풍성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마음 맞는 대학동기 2명으로 이루어진 루싸이트 토끼는 따뜻하고 몽롱하며, 어딘가 쓸쓸한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 초기 달달한 어쿠스틱 기타와 맑은 목소리의 음악을 선사했지만 최근 전자사운드와 기계음도 추가해 사운드적으로 더욱 풍성하게 음악적 변화를 시도 중이다. 녹음실 헌팅부터 앨범 재킷 디자인까지 밴드가 직접 소화 해내는 근성의 밴드이기도 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