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신이 재미 없어할
5인조 모던락밴드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척박하고 고단한 이 시기에 여전히 새 앨범 하나가 나왔습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 더욱 새로울 것 없는 5명의 젊은 또래들이 모여 만든 밴드이며 게다가 모던락밴드입니다. 이렇게 정직한 밴드 구성처럼 이름 역시 그처럼 순수합니다. 바로 그림형제의 동화 ‘브레멘의 동물음악대’에서 따온 바로 ‘브레멘’입니다. 그 동화의 주인공들처럼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라고 합니다.
5명은 서울예대 02학번 동기들이 뜻을 모아서 2년전인 2003년에 결성을 했고 그동안 홍대나 등에서 꾸준하게 공연도 해왔습니다. 그리고 리얼판타스틱 영화제 폐막제나 프린지페스티벌, 라이브페스트 뿐 아니라 사운드데이 등 좋은 무대에서도 공연을 해왔답니다. 잠깐만 이 순수하고 착한 ‘브레멘’의 수상한 모험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어요?
몇 년 전부터 손꼽히는 음악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소년이 있습니다.
한 2년 전이었을까요? 음악계에서는 어린 나이의 기타 세션이 나타났고 모두들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비하여 믿어지지 않을 기타 연주 실력 뿐 아니라 무대에서 신나게 리듬을 타며 기타를 치는 멋진 모습은 누구라도 단번에 그에게 반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치 무대를 놀이터처럼 여기저기 점프해대며 마치 60년대의 잘나갔던 기타리스트처럼 멋진 포즈로 연주하는 그는 단연 음악계의 이야기거리가 되었습니다.
처음 그 소년이 모습을 빛냈던 무대는 이적밴드였습니다. 너무 신나게 기타를 연주하며 뛰다가 넘어졌는데 멋적어서 그 자리에서 뱅뱅 두바퀴를 누운 채 돌았습니다. 이적은 그의 멋진 퍼포먼스에 박수를 보냈고 그날 밤 그의 홈페이지에도 그 모습에 다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까다롭기로 정평난 김동률 역시 이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연주했으며, 이 소년은 이후 국내 가요계에서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이소라, 이은미, 임재범의 콘서트에서 기타를 신나게 쳐대었습니다. 또 패닉의 공연에서도 멋진 기타연주로 단연 콘서트의 꽃이 되었습니다. 당시 그 소년은 21살이었고 그 소년과 함께한 연주인들은 나이가 두배가 넘는 최고의 국내 세션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내 최고의 베이시스트이자 삐삐밴드, 유앤미블루, 한영애, 김현식을 제작한 음악가 송홍섭씨는 최근 그의 단독 공연이자 첫 공연에서 유일한 게스트로 이 소년을 소개하였습니다. 가장 가능성있는 한 청년을 소개하며, 이런 청년과 함께 잼을 연주하게 되어 오히려 본인이 영광이라는 칭송을 했습니다.
그가 바로 이 브레멘의 보컬이자 기타를 치는 리더 임헌일군입니다. 그는 현재 정원영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임헌일군은 15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적, 김동률, 정원영, 패닉, 송홍섭, 이소라, 이은미, 임재범…
국내에서 까다롭기로 손꼽을만한 그들이 가장 중요한 기타리스트의 자리를 이 어린 소년에게 기꺼이 내주었던 이유.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멤버이자 동갑인 친구들도 그 친구 못지 않습니다.
기타와 보컬 임헌일, 베이스 양시온, 키보드 김서정, 드럼 김준호, 기타 김홍갑...
임헌일군 뿐 아니라 모든 브레멘의 멤버들은 어린 나이에 가요계에서 이미 인정받고 꾸준한 활동을 펼쳐왔던 영재들입니다.
그들은 이적, 조피디, 이소은, 김조한, 유영석 콘서트 등의 세션들을 함께 해왔으며, 정재일 군의 방송 및 쇼케이스에도 함께 세션으로 참가하였습니다. 그리고 CCM계에서 국내 최고의 음악 실력으로 손꼽히는 ‘믿음의 유산’의 2006년 시드니 공연에서도 브레멘의 멤버들이 함께 공연을 펼쳤습니다.
이들의 이름은 바로 ‘브레멘’입니다.
당신이 10년 후에 반드시 기억하시게 될 이름입니다.
국내의 최고로 꼽히는 진정한 아티스트들이 더욱 기다리던 브레멘.
아직 23살이라는 어린 나이의 섯부른 음악으로 보기에는
그래서 그들이 들려주는 이 음악들은 20대 청춘들의 시야로 보이는 세상과 사랑, 인생에 대하여 이야기하지만.. 그 씨앗이고 그에 바치는 서시이기에
새로운 음악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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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무력하다!?? 무력하지 않다!!!
사랑은 무력하다. 특히 첫사랑은 그렇다. 무한한 설렘과 긴장의 진폭이 지배하는 첫사랑의 심장은 작은 희망에도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작은 무관심에도 한없는 절망을 치닫는다. 이 두 무한의 사이에서 사랑을 향한 의지는 배회하고, 떠돈다.
그러나 첫사랑의 기나긴 유목(遊牧)은 체념을 가르치고, 의지를 가르치고, 순응을 가르치고, 용기를 가르치며 인간을 성숙으로 이끈다. 마치 프시케(Psyche)를 만나 사랑에 빠진 아기신 에로스(Eros)가 무력하게 앓아누워 나이를 먹어가듯이 인간은 사랑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강인함을 체득하고, 나이를 먹는다.
브레멘, 이 스물네 살 청년들이 일구어가는 사랑과 음악이 그렇다.
인상적인 어쿠스틱 기타의 온정적인 리프를 증폭시키며 시작하는 첫 곡 「너에게 가다」는 성숙으로 향하는 이들의 첫 여정을 출발시키는 박력과 새로이 시작하는 사랑에 대한 기대감으로 충만해있다. 어쿠스틱 기타의 잔잔한 리프와 베이스의 깔끔한 조화에 천연덕스럽게 대비되는 일렉트릭 사운드의 단단한 질주는 이들의 첫사랑이 결코 무력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임헌일, 발군의 신인이 감행하는 명민한 자세 낮추기
놀라운 것은 앨범의 대문을 열어젖히는 프론트맨의 어쿠스틱 기타가 보여주는 시종일관 충만한 리듬감과 결코 선을 넘지 않는 안정적인 절제의 균형감이다. 분명 예사롭지 않다. 이적 밴드를 시작으로 김동률, 이소라, 이은미, 임재범 등의 콘서트에서 메인 기타를 잡았던 이 강렬한 프론트맨은 전설적인 베이시스트 송홍섭, 재즈뮤지션 정원영 등으로부터 극찬을 받으며 대중음악계에 이름을 알린 재기충천의 신인 임헌일이다. 브레멘의 프론트 보컬이자 어쿠스틱 기타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재기로 밴드의 균형 있는 사운드를 망치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함께하는 음악으로서의 밴드 음악의 가치를 아는 이 준재는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 에릭 크랩턴의 단순한 리프가 지닌 미덕과 R.H.C.P.의 정상급 드러머 Chad Smith가 자신의 레슨비디오에서 보여준 파격적인 테크닉을 쓰레기통에 처박고 밴드에서는 단순한 리듬만을 열정적으로 반복하는 진짜 이유를 일찌감치 간파하는 명민함을 지니고 있다.
또한 앨범 전체를 장악한 그의 이름은 그가 결코 연주자나 프론트 보컬에 머무르지 않는 싱어송라이터의 재목임을 확인시킨다. 비록 문학적 성취는 이루지 못했을 지라도, 요즘의 세대에 걸맞은 단순함과 솔직함 그리고 미니멀한 감정의 표현은 앨범 전체의 흐름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모던 록의 명징한 울림으로부터 재즈의 블루지한 깊이까지를 섭렵하는 그의 멜로디라인은 앞으로 발전할 그의 음악세계의 넓은 지평을 가늠케 하기에 충분하다.
변덕스러운 스펙트럼의 솔직한 사랑이야기
앨범의 두 번째 트랙「너 때문이야」에서 솟구치는 강렬하고 쿨한 원망의 사운드는 결코 원망스럽지 않다. 중간 중간 펼쳐지는 드라이브 걸린 베이스의 소리는 록하는 청년들이 꿈꾸던 록사운드의 원형에 가까우리만큼 복고적이지만 충분히 인상적이다.『브레멘 동물 음악대』에서 따왔다는 그들의 이름에서 보이는 동심의 순수함을 이들의 음악에서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오히려 독일월드컵 득점왕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속한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팀의 화끈하면서도 안정적인 공격축구를 연상케 할 만큼, 이들의 음악은 때로 저돌적인 질주를 선보인다.
세 번째 트랙의 「청각장애」는 사랑의 설렘과 소통의 두절이라는 관계의 본질을 성찰한다. 블루지한 기타를 타고 흐르는 답답한 고백의 사운드는 진솔한 피아노의 개입으로 단절된 감각을 매끄럽게 풀어헤친다. 이어지는「5분만」은 나른한 아침의 권태로부터 탈출하고자하는 흥겨운 열정을 음악적으로 완벽하게 소화한다. 나른하고 규칙적인 기타 리프에 펑키한 리듬감을 실어 유도해내는 심상의 전환은 작곡자인 드러머 김준호의 리듬에 대한 감각과 집중력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의 배치가 돋보이는 「How are you doing?」에서는 절제된 드럼을 통해 넓어진 소리의 공간에서 헤어진 사랑의 안타까움이 그 허전함을 위로받지만, 그들의 젊음은 금새「즐거운 생활」로 복귀하는 가벼움의 특권을 포기하지 않는다.
브레멘의 사랑은 이렇게 변덕스럽고 솔직하며 그들스럽다.
젊음이 젊음을 돌아보다
젊음은 나르시시즘이다. 아름다운 자신의 육체와 자신의 정열을 스스로 탐닉하는 이 축복의 시간을 달리고 있는 이들이기에, 브레멘은 일곱 번째 트랙을 전환점으로 자신들의 젊음에 관한 나르시시즘에 시동을 건다. 「20」은 이들 음악의 기원쯤으로 보인다. 컷팅과 펜타토닉 스케일을 오가는 블루지한 어쿠스틱 기타는 발칙한 재기로 댄디한 리듬의 사이를 오가고, 갑작스러운 폭발의 집중력 또한 돋보인다. 이 발칙한 곡에 대한 나르시시즘이야말로 이 젊은이들의 밴드가 4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바탕이리라.
친구의 머리 모양에 시비를 걸고, 놀리면서도 젊음의 용기를 생각하고, 예민함을 즐기는 이들은 젊음은 블루스와 그루브한 리듬감의 사이를 화려하고 단호하게 오가다 좌초하고 수많은 불협화음과 혼돈 속에서 질주한다. (「그래」) 젊음은 본시 그런 것이다. 욕망이 충만하여 에로스적인 충동과 죽음을 향한 충동이 화수분처럼 넘쳐나는 것이다. 낯선 것들을 두려워하며 끝없이 욕망하는 이 젊음의 오만이야말로 청춘을 빛나게 하는 미학이 아니던가. 그렇게 이들의 아홉 번째 넘버 「Someday We'll Fly」는 낯설음과 두려움의 복판에서 죽음의 해방에 관한 모호한 동경을 노래한다. 우울한 동화의 시작 같은 피아노 선율의 음산함은 드럼과의 교묘한 엇박으로 불안을 증폭하고, 브레이크 걸린 기타는 드라마틱한 웅장함으로 삶의 빽빽함를 웅변하고, 이 모든 것들은 마지막 순간 거대한 호흡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죽음충동으로 충만한 이 우주적 음모론의 노래는 비행(飛行)과 존재의 소멸을 동일시하는 데까당(decadent)한 젊음의 소산이다.
키보드를 담당한 김서정의 곡은 「그래」에서 보여준 젊은 천연덕스러움의 뒤편에서 「공기」처럼 존재하는 친구의 의미를 조용한 피아노로 되새겨주는 홍일점의 미덕을 과시하며 앨범을 갈무리한다. 젊음에 있어, 특히 젊은 록 밴드에 있어 친구란 삶의 전부이고 영혼의 동맹자들이기에 이 곡의 잔잔함은 이들의 음악과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인시키는 성찰의 여백을 제공하고 있다.
수상한 동물음악대의 위험천만한 모험에의 기대
대중음악이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서의 자기규정을 성실하게 이행해가는 이 암울한 세기의 초입에 실력 있는 젊은이들이 어쿠스틱 기타를 프론트에 내세우고 시도하는 포크록은 모험이지만, 분명 가치있는 모험이다. 데미안 라이스의 진중함보다는 존 메이어의 통통거리는 가벼움을 선택한 이들의 행보는 그러나 결코 가볍지 않다. 리더 임헌일을 위시하여 베이스 양시온, 키보드 김서정, 드럼 김준호, 기타 김홍갑에 이르는 이 24살 동갑내기 청춘들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음악적 커리어를 통해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왔다. 이들의 탄탄한 이력이 부끄럽지 않은 것은 이들의 음악이 결코 그 커리어에 기대거나 머물러있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밴드들이 홍대 앞에서 명멸해온지 10년이다. 97년을 정점으로 했던 화려했던 인디씬의 시절은 가고, 2000년 이후 씬의 부진 속에서 밴드들의 무덤은 아우성도 없이 커져만 간다. 하여 미래인들의 음악에 자리를 내어주고 뒤안길로 물러난 바로 그 록의 영토에서, 통기타를 든 프론트맨을 선택한 브레멘의 행보는 위태롭고 위험천만하다. 물론 사랑의 무력함으로부터 헤어짐과 새로운 사랑의 변덕을 쏟아내는 이들의 사랑노래가 결코 완전한 것은 아니고, 젊음의 열정과 친구에 대한 믿음으로 나아가는 이들의 순진무구한 청춘의 찬가가 결코 기념비적인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 브레멘의 음악이 아직 채 완성되지 않은 진화의 복판에 있다는 것! 그리하여 이들의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것! 뿐만 아니다. 멤버 개개인이 지닌 음악적 실력의 탄탄함은 그 체계적인 진화를 명징하게 예고하고 있다는 것! 서기 2006년 밴드 음악의 무덤 앞에서 만난 브레멘의 음악이 이토록 소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의 음악은 거칠지만 부드럽고, 단순하지만 적절하고, 날 것 그대로의 냄새를 가졌지만 미니멀한 세련미를 지녔다. 이 수상한 동물음악대의 사랑과 청춘에의 서시(序詩)가 위험을 무릅쓴 이에게만 기회의 여신이 임한다는 오랜 신화적 구조의 궤적을 따라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
- 문화평론가 조장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