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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희성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시낭송집 (2007)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시집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수록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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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희성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시낭송집 (2007)
인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을 때
나는 숲을 찾는다 숲에 가서 나무와 풀잎의 말을 듣는다 무언가 수런대는 그들의 목소리를 알 수 없어도 나는 그들의 은유(隱喩)를 이해할 것 같다. 이슬 속에 지는 달과 그들의 신화를, 이슬 속에 뜨는 해와 그들의 역사를, 그들의 신선한 의인법을 나는 알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인간이기에, 인간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울면서 두려워하면서 한없이 한없이 여기 서 있다 우리들의 운명을 이끄는 뜨겁고 눈물겨운 은유를 찾아 여기 숲속에 서서 -시집 『답청』 수록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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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희성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시낭송집 (2007)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수록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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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희성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시낭송집 (2007)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 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테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 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시집 『시를 찾아서』 수록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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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희성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시낭송집 (2007)
눈이 내린다 기차타고
태백에 가야겠다 배낭 둘러메고 나서는데 등 뒤에서 아내가 구시렁댄다 지가 열일곱 살이야 열아홉 살이야 구시렁구시렁 눈이 내리는 산등성 숨차게 올라가는데 칠십고개 넘어선 노인네들이 여보젊은이 함께 가지 앞지르는 나를 불러 세워 올해 몇이냐고 쉰 일곱이라고 그중 한 사람이 말하기를 조오흘 때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한다는 태백산 주목이 평생을 그 모양으로 허옇게 눈을 뒤집어쓰고 서서 좋을 때다 좋을 때다 말을 받는다 당골집 귀때기 새파란 그 계집만 괜스레 나를 보고 늙었다한다 -『창작과 비평 2002 여름호』 수록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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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희성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시낭송집 (20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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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희성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시낭송집 (2007)
사랑아 나는 눈이 멀었다
멀어서 비로소 그대가 보인다 그러나 사랑아 나도 죄를 짓고 싶다 바람 몰래 꽃잎 만나고 오듯 참 맑은 시냇물에 봄비 설레듯 -시집 『시를 찾아서』 수록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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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희성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시낭송집 (2007)
날 기울고 소소리바람 불어 구름 엉키며 천둥 번개 비바람 몰아쳐 천지를 휩쓸어오는데 앞산 키 큰 미루나무 숲이 환호작약 미친 듯 몸 뒤채며 雲雨의 정 나누고 있다 나도 벌거벗고 벼락 맞으러 달려나가고 싶다 -시집 『시를 찾아서』 수록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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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희성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시낭송집 (2007)
황하도 맑아진다는 청명날
강머리에 나가 술을 마신다 봄도 오면 무엇하리 온 나라 저무느니 버드나무에 몸을 기대 머리칼 날려 강변에 서면 저물어 깊어가는 강물 위엔 아련하여라 술취한 눈에도 물 머금어 일렁이는 불빛 -시집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수록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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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희성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시낭송집 (20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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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희성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시낭송집 (2007)
나는 안다
그대 눈 속에 드리운 슬픔을 내가 그윽한 눈으로 그대를 바라볼 때 그대는 다른 곳을 보고 있다 그대 눈 속의 남해 바다 그대 눈 속의 보리암 그대 눈 속의 연꽃 그대 눈 속의 그림자가 그대와 함께 있기를 열망하는 나를 저물게 한다 나는 예감한다 내 눈 속에 잦아들 어둠을 죽음이 내 눈을 감길 수는 있겠지* * 프란시스꼬 데 께베도의 시구를 인용. -시집 『시를 찾아서』 수록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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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희성 -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시낭송집 (2007)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지 않는다 세상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어쩌랴, 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한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시집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수록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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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희성 - Acoustic Soul [single] (2009)
닮았어요 그대의 목소리 닮았어요 그대 말투까지도
닮았어요 웃을 때 눈이 보이지 않는 것 까지도 그대를 닮았네요 닮았어요 때론 덤벙대고 실수해도 그 누구보다 속이 깊어서 나의 작은 실수도 덮어주던 그대를 너무도 많이 닮았어요 착각 할 만큼 * 사랑할 땐 미처 몰랐나요 아프고 아픈 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 이제 깨달아요 이제는 알 것 같아요 그대 소중했어요 모든 게 다 후회 될 만큼 사랑해도 어쩔 수 없나 봐요 우리 이별한 후에 그때야 비로소 알게 됐죠 사랑하는 걸 그대를 많이 그대도 나처럼 후회하고 있는지 닮았어요 때론 덤벙대고 실수해도 그 누구보다 속이 깊어서 나의 작은 실수도 덮어주던 그대를 너무도 많이 닮았어요 착각 할 만큼 * 사랑할 땐 미처 몰랐나요 아프고 아픈 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 이제 깨달아요 이제는 알 것 같아요 그대 소중했어요 모든 게 다 후회 될 만큼 사랑해도 어쩔 수 없나 봐요 우리 이별한 후에 그때야 비로소 알게 됐죠 사랑 하는걸 그대를 많이 그대 어디 있더라도 나는 사랑할게요 * 길을 걷다가 문득 그대의 모습 떠 올라 한참 동안을 걷지도 못하고 이런 내 모습이 나 조차 보기 싫지만 바보첨 난 또 이렇게 그대 닮은 사람만 보고 있네요 이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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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희성 - Acoustic Soul [single] (2009)
부는 바람에 널 날리고 돌아오는 길 의미 없는 저 들꽃들처럼
또 하루가 가는 것 내가 슬픈 건 네 모습 지워지는것 사람은 가도 그리움은 가득 남아 느닷없는 열정이 되고 때로는 가슴 아파 숨을 쉴 수 없어도 또 다시 살아가는 건 * 거친 이세상속에 불꽃이 되어 나를 환히 비춰 줄 그 누군가 둘 곳 없는 내 영혼 가녀린 마음 쉬어갈 수 있도록 사랑해 준 너 아~ 이세상속에 ~~ 되어 하~~ 누~ 군~ 가 내 영혼 ~~ 쉬어가게 해준 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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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희성 - Acoustic Soul [single] (2009)
설레임 속에 그리움 속에 늘 함께 하며 지내온 날들
봄 눈이 녹아 사라지듯이 소중한 날들 간다 모진 말들로 남긴 상처들 눈물 흘리며 후회 해봐도 이제 다시는 돌리 킬 수가 없는 그 날들 간다 * 사랑이 떠난다 마음이 아프다 눈물이 뜨겁다 그렇게 너를 보낸다 이젠 바라 볼 수도 없다 사랑은 너무 잔인하다 사랑이 떠나도 추억은 남는다 가슴 깊속이 너를 힘껏 묻어두어도 그립다 너로 인해서 뜨거웠던 가슴 너로 인해서 다시 식는다 우리 사랑이 깊은 그 만큼 이별도 너무 아프다 *사랑이 떠난다 마음이 아프다 눈물이 뜨겁다 그렇게 너를 보낸다 이젠 지켜 볼 수도 없다 사랑은 너무 냉정하다 사랑이 떠나도 추억은 남는다 가슴 깊숙이 너를 힘껏 묻어 두어도 그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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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희성 - Acoustic Soul [single] (2009)
사랑이 떠나 가네요 이픔만을 남긴 채
그댈 떠나보낸 뒤 그저 울고만 있죠 그땐 몰랐죠 그대 떠난 이유를 난 왜 눈물이 또 흐르는 건지 상처뿐인 가슴에 나를 감추며 수화기를 들고선 아무 말 하지 못 했죠 사랑했다고 너무나 사랑했다고 너를 밀쳐 내봐도 모질게 떼어 내봐도 *이젠 너를 위해 살겠어 살아가는 동안에 어떻게든 널 위해 살수만 있다면 네가 조금 힘들면 그땐 너의 곁에서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나는 행복해 제발 <간주> 이젠 너를 위해 살겠어 살아가는 동안에 어떻게든 널 위해 살수만 있다면 네가 조금 힘들면 그땐 너의 곁에서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나는 행복해 제발 상처뿐인 눈물은 몰래 감추며 힘겨운 웃음으로 그대를 바라보지만 가져 가세요 그대 아픈 기억만 우리 추억은 남겨둬요 그댈 사랑 할 수 있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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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시와 음악과 사랑의 샘터 (별헤는 밤) (1983)
★*…뎃 상 -김 광 균 시
1 향료를 뿌린 듯 곱다란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머언 고가선 위에 밤이 켜진다 2 구름은 보라 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목장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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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노명희 1집 - 하늘, 바다... 그리움 (2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