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악장 태몽 1979년12월31일,세상이 꽤 시끄러울 때 나는 태어났다.하필이면 12월31일 이 뭐냐.남들은 망년회다 뭐다 해서 한해동안 몸과 마음에 쌓인 쓰레기를 벗어던지며 흥청거리는 그날,나는 춘천의 새벽안개 속에서 처음 세상을 바라 보았다.엄마는 태몽을 기억하지 못한다 했다.대게 유명한 사람들은 그럴듯한 태몽이 있는데 엄마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하신다. 하지만 나는 돼지나 구렁이가 주인공이 되는 그런 징그러운 태몽보다 더 멋진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그건 나의 별자리가 염소자리라는 거다.목동들의 수호신 판이 변하여 된 별자리인 염소라리...아름다운 산의 요정 시링크스를 사랑한 목동의 수호신 판의 아름다운 전설을 나는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판-지금도 팬플륫의 서글픈 선률속의 남아있는 목동들의 수호신...
제2악장 창밖에 빛나는 별을 보며 언제부터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친구들이 로보트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때 나는 망원경을 통해 밤하늘을 보았다.나의2층 다락방 작은창을 통해 바라보는 별들.카펠라 알비레오 오리온 같은 별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별들의 슬프고 아름다운 전설을 생각하면서 나는 일찌감치 밤이 외롭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그런데 별이 가득한 밤은 외롭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을 때 오히려 더 큰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교실에서 운동장에서 또 복잡한 버스속에서 나는 더욱 외롭다.반별 합창대회에서 혹시 음이 틀릴까봐 조마조마 입만 방긋거릴때 나는 사막에서 길 잃고 물통도 잃어버린 나그네처럼 외롭고 막막하였다.어느날,집에 돌아오는 강둑길에서 문득 바라본 서쪽 하늘의 붉에 물든 노을 때문에 그 외로움까지도 발갛게 물이 들고 덩달아 달아오른 내 뺨위에 뜨거운 그 무엇을 느꼈다.나의 사춘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제3장 나는 이담에 어른들은 종종 이렇게 물어온다. 넌 이담에 커서 뭐가 될꺼냐?세상에 그걸 내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이담에 커서 내가 될수 있는 그 무엇이 대체 어떤 종류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물론 나도 남들처럼 미래의 내 모습이 궁금하다.하지만 내 미래가 어떤 정해진 길을 따라가야 하는 거라면 그건 참 재미없고 매력없는 일이 아닐까 내가 될 수 있는 그 무엇이 한없이 넓게 펼쳐진 세상을 향하여 아직은 작은 걸음이지만 한발짝씩 단단하게 걸어가는 거다.운명은 신의 것이지만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니까 하루하루를 알뜰하게 짜맞추어 아름다운 인생의 모자이크를 만들어 가는거다.그래서 오늘 하루 내 어깨에 부서지는 한줄기 가는 햇살이 이렇게 따사롭고 고마운 것이 아니겠는가 밤하늘 창너머에 깜빡이는 여린 별빛이 더욱 정답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는가...
얼마나 기다려 왔는지 우연히 너를 마주쳐도 아무렇지도 않은 나를 오랜만이야 넌 잘 지냈었니 말하고 싶어 혼자서 너를 떠올리며 연습했던 날들 파란하늘이 너무 눈부셔 눈물이 차올라 널 보고싶어서 그랬었나봐 바보같은 애기 그 때는 참 어렸었는데 어떻게 우리 그랬을까 그런 사랑이 또 올까 하얀 추억이 너무 눈부셔 쳐다볼 수 없어 널 불러 보지만 대답없는데 지나간 옛 얘기 꿈이었을까 아련한 인사는 기억 저편에 끝에서 넌 웃고 있는데 나를 보며 그렇게 웃어줘 영원토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