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 고당상 학발양친 이별헌 지가 몇날이나 되며, 부혜여 생아허고 모혜여 육아허니, 욕보지덕택이라 호천망극이요. 화목하던 전래권당 규중으 젊은 처자, 천리전장 나를 보내고 오날이나 소식 올거나, 내일이나 기별이 올거나. 서산으 해는 떨어진디 어느 밤이 몇 번이며, 바람 불고 비 죽죽 오난디 어느 밤이 몇 번이나 되며, 소중으 홍안거래 편지를 뉘 전하며, 상사곡 단장회난 주 야수심이 맺혔도다. 조총 환두를 두러쳐 메고 육전수전을 섞어 할 적으 생사가 조석이로구나. [자진중중몰이] 니 내 설움을 들어라. 이내 설움을 들어라.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나는 남으 오대독신으로 열일곱으 장개들어 근 오십 장근토록 실하 일점혈육이 없어 매일 부부 한탄. 어따 우리집 마누래가 왼갖 공을 다 디린다. 명산대찰 영신당 고묘총사 석왕사 석불보살 미룩님께 허유허유 다니며 노구맞이 집 짓기와 칠성불공 나한불공 백일산제 제석불공 신증맞이 가사시주 다리권선 길 닦기, 집에 들어 있는 날 성주조왕 당산천륭 중천구능 가신제를 지극정성 지내니, 공든 탑 무너지며 심든 냄기가 부러지랴. 어따 우리집 마누래가 십색태우를 배설할 제, 석부정부좌허고 할부정불식허고 이불청 (음성) 목불시액색하여, 십색이 찬 연후으 하루는 해복기미가 있든가 보더라. '아이그 아이그 아이그 아이그 아이그 배야, 아이그 아이그 아이그 허리야.' 혼미중에 탄생허니, 딸이라도 반가울 디 깨목 불알 고추자지가 대량대량 달렸다. 열 손으다가 떠받들어 땅으 누일 날이 전혀 없고, 오줌 똥을 다 개리어 삼칠일이 지내가고 오륙색이 돌아오니, 장판방으가 살이 올라 터덕터덕으 노는 양, 빵긋 웃는 양, 엄마 아빠 도리도리도리 주얌주얌 짤깡짤깡, 옷고름에다가 큰돈을 채워 감을 사서 꺼풀 베껴 손에 쥐여 빨리고, 애비 수염을 검쳐잡고 은근은근 둥글며, 주야사랑 애증한게 자식밖으 또 있느냐? 뜻밖에 난세 만나, 위국 땅 백성들아, 적벽강 싸움 가자. 나오너라 웨는 소리, 아니 올 수가 없든구나.
[진양] 추월은 만정허여 산호주렴으 비치어 들 제, 청천으 외기려기난 월하으 높이 떠서 '뚜루루루루루 낄룩' 울음을 울고 가니, 심황후 기가 막혀 기려기 불러 말을 하되, "오느냐 저 기럭아, 소중랑 북해상으 편지 전턴 기러기냐? 도화동을 가거들랑 불쌍허신 우리 부친 전으 편지 일장을 전하여 다고." 방으로 들어와서 편지를 쓰랴 할 적으, 한 자 쓰고 눈물 짓고 두 자 쓰고 한숨을 쉬니, 눈물이 떨어져 글짜가 수묵이 되니 언어가 도착이로구나. 편지를 써서 들고 기운없이 일어나서 문을 열고 나서 보니.
[중몰이] 선인들을 따라간다. 끌리난 추매 자락을 거듬거듬 걷어 안고, 피같이 흐르난 눈물 옷깃이 모두 다 사모찬다. 엎더지며 자빠지며 천장지축 따라갈제, "이진사네 작은 아가, 작년 오월 단오날에 앵두 따고 노던 일을 니가 행여 잊었느냐? 너그는 모시고 잘 있거라. 나는 오날 우리 부친 이별하고 죽으로 가는 길이로다." 동네 남녀노소 없이 눈이 붓게 모도 울고, 하느님이 아신 배, 백일은 어디 가고 음운이 자욱하야 청산도 찡기린 듯, 간수는 오열허여, 휘눌어져 곱던 꽃 이울고져 빛을 잃고, 춘조난 실피 울어 백반제송을 허는구나. "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하였간디 환우성으 계서 울고, 뜻밖으 우견이난 피를 내야 울음을 우니, 야월공산 어디 두고 진정제송 단장잃고, 네 아무리 붙여귀라 가지 우의 앉아 울건마는, 값을 받고 팔린 몸이 다시 어찌 내가 돌아오리." 바람에 날린 꽃이 낮에 와 부두치니, 꽃을 떼어 들고 바라보며, "약도춘풍불여귀는 하인취송낙화래라. 한무제 수양공주 매화장은 있건마는, 죽으러 가는 몸이 뉘를 위하여 단장허리. 춘산으 지는 꽃은 지고 싶어서 졌냐마는 사세가 부득 떨어지니 제 마음이 아니로다. 죽고 싶어 죽으랴마는 사세가 부득 죽게 되니 수원수구 어이 헐거나." 한 걸음으 눈물을 짓고 두 걸음으 돌아보며 강두를 당도허니, 뱃머리으다가 조판을 놓고 심청을 인도허는구나. [진양] 범피중유 둥덩둥덩 떠나간다. 망망헌 창해이며 탕탕헌 물결이라.
[중몰이] 흥보가 기가맥혀 나가란 말을 듣더니마는, "아이고 여보 형님, 동생을 나가라 허니, 어느 곳에로 가오리까? 이 엄동설한풍으 어느 곳에로 가면 살듯허오? 지리산으로 가오리까, 백이숙제 주려 죽던 수양산으로 가오리까? 형님 제발 덕분에 통촉허옵소서. 어느 곳에로 가잔 말이요?" "이놈, 내가 너를 갈 곳까지 일러주랴? 잔소리 말고 나가거라." 흥보가 기가맥혀 안으로 들어가서, "여보, 마누라 들어보오. 형님이 나가라 허니 아니 가고 살 수 있소? 자식들을 챙겨 보오. 큰 자식아 어디 갔나? 두째 놈아 이리 오너라." 이사짐을 짊어지고 놀보 앞에 가 늘어앉어, "형님 갑니다. 부대 안녕히 계옵시오." "잘 가거라."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부모님이 살아 생전에는 니것 내 것이 다툼 없이 평생으 호의호식 먹고 입고 씨고 남고, 씨고 입고 먹고 남어 세상 분별을 내가 모르더니마는, 흥보놈의 신세가 일조에 이리 될 줄을 귀신인들 알겠나냐. 어느 곳에로 갈지? 아서라 산중으로 사자. 전라도난 지리산 경산도로난 태백산, 산중으로 사자허니 백물이 귀하여 살 수 없고, 아서라, 도방으로 가자. 일원산 이갱경이 삼포주 사법성이, 도방으로 가자헌들 비린내 찌우여 살 수 없고, 충청도 가 사자허니 양반들 으세으 살 수가 없으니, 어느 곳에로 가면 살 듯 허오." [아니리] 셍현동 복덕촌을 당도하였것다. 골로 들어가면 객사 동대청이 안방이요, 동네 앞을 가면 뒷 물방아집이 안방인데, 그 우안저 흥부 내외으 금슬이 어찌 좋던지 눈 정기만 맞어도 자식이 들어서서 구형제를 낳았던가 보더라. 맏자식이 나앉으며, [창조] "어머니." 흥보 마누래 기가맥혀, "어따 이놈아, 너는 어찌 요새 코안 뚫은 고동부사리 목소리가 나느냐?" "어머니, 나는 밥도 싫고 비단옷도 싫고, 밤이나 낮이나 불매증이 삼겨 잠 안 오는 서름이 있소." "무신 설음이냐, 말을 해라." "어머니 아버지 공론허고 날 장개 좀 듸례주오." [진양] 흥보마누래 기가맥혀, 떴다가 절컥 꺼꾸러지면서, "엇따 이놈아, 너 이놈아 말 듣거라. 내가 형세가 있고보면 니 장개가 여태 있으며, 중한 가장을 못 멕이고, 불쌍헌 내 잣기을 못 멕이겄나."
[중중몰이] 춘향어머니 나온다. 춘향모친이 나온다. 가만가만히 나온다. 춘향방 영창 밖으 가만히 들어가서 귀를 기울이고 아무리 들어도 이별이 분명하다. 춘향어머니 기가맥혀 어간마루 섭적 올라 두 손뼉 딱딱 치며, "허허, 허허허허 별일 났네." 쌍창문 펄쩍 열고 우르르르르 달려들어 주먹 쥐어 딸 겨누며, "너 요년아, 요년아 요년아 요년아, 요년 요년 말 들어. 무슨 일로 우느냐?" "도련님이 가신다요." "얼씨구 잘 되얐다. 너 울 일이 없다. 도련님이 먼자 가시면 너는 뒤로 보교 타고, 십리만끔 오리만끔 따름따름으 따러가다가, 밤이며는 붙어 자고 낮이며는 떨어졌다가 밤이 되거던 붙어 자지. 욕심 많은 도적년아, 낮에 못 보아 병이 되야 아이고 지고 울음을 우느냐? 요년아 요망헌 년. 너 요년아 썩 죽거라. 너 죽은 시체라도 저 냥반이 지고 가게. 너 요년 말 듣거라. 내 일상 말 허기를 후회되기가 쉽겠기로 태과한 맘 먹지 말고 여럼을 헤아려서, 지체도 너와 겉고 인물도 너와 겉은 봉황으 짝을 얻어 내 앞으서 노는 모냥, 내 안목으로 보았으면 너도 좋고 나도 좋제. 마음이 도고하야 남과 별로 다르더니 잘 되고 잘 되얐다. 손뼉치고 와락 뛰어 도련님 앞으로 달려들며, "여보시오, 되련님. 나도 말 좀 하야봅시다, 게. 나의 딸 춘향이를 바리고 간다허니 무슨 일로 그러시오. 고련님 근즐 받은 지가 준 일 년이 되얐으되, 행실이 그르든가 인물이 밉도든가, 잡시럽고 휑하던가 언어가 불순튼가. 무엇이 그르기어 이 봉변을 하시니까? 군자 숙녀 바리난 법 칠거지악에 범찮아면 바리난법 없난 줄 도련님은 모르시오? 내 딸 어린 춘향이 밤낮없이 사랑하야, 안고 서고 눕고 자기 주야장천 어루다 말경으 가실 때는 뚝 떼어 바렸시니, 양반으 으세하고 몇 사람으 신세를 버리나? 마오 마오 그리 마오. 양류천만사 가는 춘풍을 잡어매며, 낙화녹엽이 된들 어느 나부가 돌아가. 내 딸 옥같은 화용신 부득장춘절로 늙어 홍안이 백수가 되면 다시 젊든 못 하지. 도련님 올라가면, 내 딸 춘향 임 기룰 제 월정명야삼경으 장전으 돋은 달 왼 천하 비치우며, 첩첩수심 어린 것이 가군 생각이 간절. 담배 푸여 입에 물고 초당전화계상으 이리저리 거닐다, 불꽃같은 시름 상사 흉중에 왈칵 나며, 손 들어 눈물 씻고, '한양 계신 우리 낭군 날과 겉이 기루나? 무정하야 아주 잊고 일정수서를 못 하는가?' 긴한숨 피눈물으 창끓는 애원이지. 방으로 뛰어 들어와 담뱃대 땅땅 털어 웃묵의 밀쳐 놓고, 입은 옷도 아니 벗고 외로운 비개 우으 벽만 지고 돌아누워 주야불철 우난 것이 병 아니고 무엇이요? 늙은 에미 곁에 앉어 좋은 말로 달래여도 시름상사 깊이 든 병 내내 고치 못 하고 원통히 죽거드면, 딸 죽이고 사우 잃고, 나는 어떤 제기를 헐 놈을 믿고 사드난 말이냐? 여봐라 이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