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쉐타가 잘 어울리는 그 애
그 애의 특징은 웃을때 콧잔등에 잔뜩
잔주름이 진다는 것입니다
하얗지는 않지만 까맣지도 않은
너무나도 평범한 피부를 가졌고
투명하고 맑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너무 어른같은 말을 할 줄 아는 아이여서
그 당돌함에 오히려 내가 당황하고 마는
웃음이 많지만 침묵할 땐
그 깊은 우수가 나를 가슴 저리게 만들었던
종잡을 수 없었던 아이 윤지수
윤지수는 그 아이의 이름입니다
오늘 나는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그 애가 내게서 떠나버린 후,
두계절이 지나서 우연히 발견한
그 아이의 웃음이 담긴 얼굴
그 앤 축제가 한창이던 교정 구석에서
당당한 모습으로 포졸복을 입고 있었죠
여학생들이 만들어놓은 주점 앞에서
몽둥이를 하나 들곤
말썽을 피우는 남학생들을 쫓아내고,
손을 탁탁치며 씨익 웃음을 보이던
그애를 만났습니다
연극에 빠져 날뛰던 나의 숙제를
밤새껏 깨끗이 정리해와
충혈된 눈으로 내 몸 걱정을 해주고
안스러운 눈빛으로 격려를 해주던 아이
자신의 화장술을 뽐내며
내 무대 분장을 해주겠노라고
큰 소리를 땅땅 치고
광대같은 내 얼굴에
그만 자기가 자지러질듯이 웃다가 넘어져서
한동안 쩔뚝쩔뚝 걸어다녀야만 했던 그아이
헤질대로 다 헤어진
내 카키색 군복 잠바의 단추를
패션이라는 이름하에
가지각색으로 달아놨던 아이
누군가가 쳐다보면
영화배우 처음 보냐며
까르르 소리내어 웃던 아이
교정 게시판에 여행갈 사람을 구한다고
사진과 함께 당당하게 붙여놨다가
지원자가 없어서 사진을 떼었더니
그제서야 지원자가 줄을 섰다고
슬퍼하던 그 아이
내가 가슴 시리도록 사랑했던 아이
윤지수
혹시, 어디선가 지수를 만나신다면
윤지수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 아이를 만나신다면
초록색 쉐타가 어울리는
표정이 예쁜 그런 여자를 만나신다면
저 대신 웃어주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