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듬해 나온 디오니서스 두 번째 앨범「Excalibur」는 그의 음악적 성장과 보다 진일보한 기타연주를 담고 있는, 음악 자체를 볼 때도 질적으로 매우 우수한 준작들을 포함하고 있는 국내 록 음악계의 명반이다. 비록 '잉베이 말름스틴'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긴 하지만 2번 곡 「Charnel Castle」에서 들려준 무반주 속주 부분에서의 가공할 스피드는 당시 활약하던 '크리스 임펠리테리' 나 '그렉하우'등의 외국연주자들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드라마틱한 구성을 보여주는 동명 타이틀곡이나 그의 타이트한 리프가 예리하게 조여드는 6번 곡 「Lessons Of 'Poeni' War」 등의 넘버들은 '콘' 스타일의 하드코어적 헤비함을 능가하는 중후함을 들려 주기도 했다.
93년 발매된 그의 솔로앨범 "DOUBLE TENSION"은 진정한 의미에서 국내 록 기타계의 중요한 거점이다. 동명타이틀곡을 포함한 총 8곡의 연주곡을 수록하고 있는 이 앨범에서 배재범은 속주기타연주에서 만큼은 완전히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폴 길버트(ex-미스터 빅)'를 능가하는 피킹 솜씨를 과시했고, 유려한 핑거링으로 정통적인 록기타 주법을 완전히 정리했다. 이 앨범은 배재범 자신이 '퓨전'이란 목표를 설정했지만 장르를 떠나 그가 전개한 기타연주는 기본적인 기타연주법(왼손 핑거링과 오른손 피킹에 의한)의 한계를 명확히 확인한 가치가 크다. 한마디로 이 이상 테크닉적으로 더 발전하기란 물리적, 인간의 신체구조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상당한 텐션을 느끼게 하는 코드 진행이 돋보이는 1번 곡「DOUBLE TENSION」에서 그는 무려 64마디를 6연음연주로 일관하는 방식을 통해 거의 음들을 쏟아내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스피드도 스피드이지만 정교한 템포감으로 연음 연주의 의미를 한층 살린 이 곡에서의 현란함은 전무후무한 것이었다.
5번 곡 「RIO NIGHT」에서 들려주는 스피드를 동반한 부드러운 레가토 프레이즈는 미국의 레가토 플레이의 대가 '앨런 홀스워스'를 인용한 것으로 그의 왼손 핑거링이 얼마나 건실한 연습을 바탕으로 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3번 곡 「PRESENT」는 당시 앨범 발매후 FM방송(이승연이 진행하던)에서 시그널로 사용되기도 한 어쿠스틱 소품이다.
「PERFECT GAMES」은 이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트랙이다. 간결하며 시원스런 테마 멜로디는 이 앨범에서 그가 음악 내적으로도 대단한 성장을 이룬 것을 입증했는데 이 곡의 멜로디는 '밥 제임스'의 팝적인 감각과 '알 디 메올라'의 테크닉이 절충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테마연주 후 동일한 코드상에서 행한 이 곡의 애들립은 전세계 어느 기타리스트의 앨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진귀한 프레이즈를 선보인다. 미들템포의 곡에서 연주되는 8연음은 우리가 쇼팽의 피아노곡에서 느꼈던 강렬한 카타르시르를 제공한다. 기술적인 면만 보자면 그의 이 연주는 김세황(노바소닉)의 카피성 짙은 플레이나 이현석의 동어반복을 능가하는 것들 이었다.
불행히 93년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그는 더 이상 앨범을 발표하지 않는다(이 앨범은 오천장 한정 발매됨). 이 앨범의 기타연주는 ESP 기타와 ROLAND GP-16만으로 행해진 것들이다. 간소한 장비로 깔끔한 톤 감각과 자신만의 독특한 프레이즈를 배출했던 배재범에게 국내 록 기타사의 한 페이지를 할애해야 할 것이다.
배재범은 출중한 기타실력에 걸맞게 대외적으로 매우 오만한 태도를 보였는데,한 음악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능가하는 기타리스트는 세상에 없으며, 스윕피킹(Sweep Picking)이라는 기타 테크닉을 진정 이해하고 제대로 표현하는 연주자는 '잉베이 말름스틴'과 자신만이 전세계에서 유일하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