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천하를 돌고 도는 물건으로서 모두들 사죽을 못쓰는데 나라를 번영케하고 집을 번성케하니 그 힘이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왔다가는 가버리고 들어왔다가는 또 훌쩍 가버리는 성질이 있어 애써 살고자하면 죽고 굳이 죽겠다하면 능히 사는 죽음과 같은 것이다 그러니까 돈에 너무 집착하면 안된다 그러니까 돈에 너무 집착하면 안된다
깊은 밤이라도 너만 믿고 방문을 번거롭게 하지 않고 이웃처럼 친하게 이부자리 옆에 모셔둔다 또한 술취한 사람이 단정히 무릎꿇고 볼일 본다 멋 부리는 아가씨는 옷이 젖을까 걷어 올려 단단하게 만든 몸은 구리산을 이룬 듯 한데 상쾌하게 전해지는 소리 폭포가 나리는 듯하다 이것이 가장 큰 공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새벽에 있고 한가로움 주고 성품을 길러 사람으로 하여금 살찌게 하는 일이다
종일토록 메마른 소리로 까마귀가 쪼아 대더니 쓸쓸한 뜰에 쌓여 허전함을 덜어 주는구나 옛집을 아득히 그리워하듯 그 아래서 서성거리니 남은 가지가 또렷하게 드리워짐을 한탄하는 것일테지 밤도 깊어 등장 켜 놓은 바깥의 빗소리가 차마 듣기 어려웠는데 아침이 되어 문득 보니 서쪽집이 물에 잠겼더라 이제야 알겠다 그대간 뒤에 오직 바람과 눈뿐이니 이별을 원망하는 정이 낙화의 갑절이더라
내 삿갓으로 말하자면 이 인생의 바다에 떠있는 빈 배와 같은 것으로써 한번 쓰자 사십 가까운 평생을 쓰고 있노라 목동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들에서 송아지의 풀을 뜯기고 고기잡이 늙은이가 모래밭에 갈매기와 벗하는 것과 같도다 술이 취하면 옷을 벗어 꽃나무에 걸어두고 흥취가 나는데로 술병을 차고서 달맞이 다락에 오르도다 의관이란 속된 무리가 모두 바깥을 꾸미기 위한 것인데 비바람 치는 하늘아래 나홀로 수심이 없다
세상에 누가 일컬어 훈장질이 좋다하리요 연기도 없는 마음 속의 불길이 저절로 생긴다 하늘천 따지 가르치는 사이 젊음은 가버리고 부니시니하며 가르치는 사이 백발이 된다 비록 지성으로 하나 칭찬하는 말은 듣기 어렵고 잠깐만 떠나가도 시비하는 소리를 듣기 쉽더라 손바닥 안의 보배나 천금과 같은 자식을 종아리쳐서 가르쳐 달라는 것이 바로 진정이다
게으른 말을 타고 산천 구경하기 알맞아 채찍을 멈추고 때리는 일 조차 하지 않는다 기암과 기암사이 비듯한 가닥길이 있고 어쩌다가 연기나는 곳 집이 서너채 있구나 꽃의 울긋 불긋한 색깔은 봄이 온 듯 싶고 계곡의 세찬 물소리는 비가 지나간 뒤 같더라 문득 내 돌아가는 것 조차 잊고 있었는데 종녀석이 벌써 해거름이라고 말하더라
조물주가 이 세상에 여인숙을 만들고 세월의 지남도 모두 그와 같이 하셨도다 천지가 생겨난 뒤에 아침저녁이 거듭되고 있거니와 혼연 오고가는 것이 그 안에 일순을 쉬는 것이다 우주 억천만년 돌이켜 보아도 도를 깨친 선인들이 어제 자고 간 곳이고 가이 없는 천지에 물체는 저마다 한정이 있거니와 그 사이 나는 백년의 나그네로다 신선의 하늘 덮은 큰 돌도 짧고도 긴 편이며 석가의 변화한 거리도 큰소리로 뒤엎였을뿐 삼만육천날도 오히려 작은 것이고 청년을 벗하며 술마심도 꿈결같은 일이다 동쪽뜰의 오얏나무 봉숭아꽃도 한조각의 봄일뿐이고 천지의 물거품이 같다고 느껴지기도 하나 세월은 잠깐 왔다가는 바둑판이고 혼도 또한 바야흐로 살았다 싶으면 죽게되는 우주의 질서인 것이다 사람은 오직 하나 있고 물질은 만이나 되므로 변함으로 본다면 크고 작음이 없도다 산천과 초목은 흥하고 망하는 자리며 제왕과 후백은 바뀌고 바뀌는 실마리다 그중에서 하나의 큰집을 마침내 여시니 자황과 천황이 남녀를 주관하셨다 방을 나눈 헌제는 그뜰과 거리를 넓히고 돌을 다듬은 황와는 기둥주춧돌을 높게 놓았다 행인의 일전과 화옹의 빛 돈을 명월과 청풍이 서로 주고 받더라 천태의 노선녀가 자리를 말끔히하고 기다리는데 무릇 육지가 바다로 변하는 광경 세 번이나 보았도다 우산에 해가 지자 나그네는 제나라에 숙소를 찾고 신루의 가을 바람 소슬하자 사람이 초나라를 지나도다 부상에서 닭울음 소리가 울리자 끝없는 나그네 길에 너와 내가 따로 없다
쓸쓸하고 앞도 보이지 않게 촘촘한 눈이 펄펄 날리는 가운데 굳이 비바람을 거슬러 가며 가니 옷이 흠뻑 젖었네 시냇가에 외로운 학은 수심에 젖은 듯 말이 없고 나무 끝에 추워 보이는 까치는 얼어 붙은 듯 날지도 않네 강산을 따라 둘러봐도 눈이 날려 그림자를 드리운 듯 하고 천지의 이치를 누가 알까마는 오묘한 조화를 희롱하는 것일테지 이럴때는 가까운 주막의 할멈에게라도 술을 달라 청하고 정신없이 취해 누워 돌아 가기를 잊는게 차라리 좋겠다
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 대로 바람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합시다 그려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옳은 것은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하며 저대로 둡시다 그려 손님 대접하는 것도 집안 살림 형편대로 하고 시장에서 장사하는 것도 시세대로 합시다 그려 온갖일을 내마음대로 하는 것만 같지 못하지만 그렇고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지나가세
푸르고 파란길이 구름속까지 잇달았는데 시객으로 하여금 지팡이를 머무르게 한다 용에 조화는 눈처럼 날리는 폭포수를 머금었거니와 정교한 검의 신이 하늘에 꽂은 봉우리를 깍아 놓았구나 천년을 지낸 학이래야 흰선금이 될 수 있다(되고) 삼백길이 되는 소나무래야 푸른 간수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중은 나의 봄잠이 고단함을 모르고 홀연 무심하게 매일같이 같은 종을 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