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처럼 맑은 사람이 되고 싶다 햇살같이 가벼운 몸으로 맑은 하늘을 거닐며 바람처럼 살고 싶다 맑은 하늘을 거닐며 바람처럼 살고 싶다 헌제까지나 흔적없이 사라질수 있는 바람의 뒷모습이고 싶다
하늘을 보며 땅을 보며 그리고 살고 싶다 길위에 떠 있는 하늘 어딘가 그리운 얼굴이 숨어있다 깃털처럼 가볍게 만나는 신의 모습이 인간의 소리들로 지쳐있다 불기둥과 구름기둥을 앞세우고 알타이 산맥을 넘어 약속의 땅에 동굴을 파던 때부터 끈질기에 이어져 오던 사랑의 땅 눈물의 땅에서 이제는 바다처럼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고 싶다 맑은 눈으로 이 땅을 지켜야지
바람이 온다 손뼉을 치며 달려온다 모가 나지 않은 이 바람은 잊혀진 곳에서 불어오는 것 같다 맨발 모래밭 스물세살 이젠 입지 않는 옷 한자락 처럼 낮설게 잡히는 바람 소금기가 묻어나는 바닷바람과 이마를 마주한다 그랬다 언제난 떠나고 떠나오고 싶었다 물 위를 날아다니는 새들도 결국 뭍에서 쉬리라 어둡고 낮은 땅에서 모래밭에 두발을 담그고 '나는 이렇게 떠나오고 싶었다'고 중얼거린다 그녀 역시 저 갈매기의 저녁으로 돌아갈 것이지만 지금은 잊는다 그녀는 떠나온 도시를 접어둔다
그곳 도시에서 그녀는 늘 한 옥타아브 가라앉아 있었다 무수한 사람으로부터 설익은 사랑으로부터 알수없는 힘으로부터 튕겨져 나오고 싶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지나 집에 닿곤했다 도시의 어둠은 그녀를 내리 눌렀다 외로웠다 무서웠다 그러나 그녀는 그 정체를 알 수가 없었다 습격처럼 걸려오는 전화가 있었다 타인과의 대화에 익숙해야 했다 며칠전에 읽다만 책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피곤을 이유로 생각하기 싫다는 까닭으로 젊거나 아니면 늙은 배우들의 드라마를 들여다 보았다 그렇게 그녀는 길들여져 있었다 매일 매일 그녀는 어디에고 었었다 스물세살은 부재중이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사람끼리의 약속 때때로 일주일이 도레미파솔라시도 처럼 무의미해진다 그러다가도 '사는게 그렇겠거니'슬쩍 넘어왔다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다 토요일 밤 문득 남행열차에 뛰어 올랐다 자신을 낯설게 하는 일은 신선하다 아름답다 낯선 자신과 만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 용기는 여자를 성숙하게 한다 여자가 여인으로 되는 유일한 방법이다 밤에 바다에 닿았다 땅의 끝이다 아니다 푸른 바다의 시작이다 해뜨는 곳을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 동서남북을 가늠할 수 없는 먹먹함 날카로운 사투리 그러나 아무도 그녀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편안하다 바닷바람으로 녹스는 해변의 집 홀로 지낸 지난밤이 달다
그녀는 환하게 비어 있다 스스로를 방목해본 적이 있는가 묻는다 없다 소나기 처럼 퍼붓는 햇빛 눈부신 수면 두 눈을 씻는다 아 이렇게 비어 있을 수 있다니 바다는 그녀에게 지금 새롭게 그은 수평선을 보여준다 새들도 방금 만들어진 바람 속을 달려간다 다시 그곳 도시로 가겠지만 가서 어제 신던 구두의 끈을 매겠지만 그녀는 어제의 그녀는 아니다 하룻밤의 떠남이 그녀를 다시 태어나게 한다 내게 월요일 그녀는 긴 편지를 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