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하는밴드 [까맣게]
1.
감정은 기억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장소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게 되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다는 것이지요. 좋은 감정은 좋은 기억들이 쌓여서 만들어지고 나쁜 감정은 나쁜 기억들이 쌓여서 만들어집니다. 사랑이란 감정도 마찬가지겠지요.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원제는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번역 한다면 티 없이 깨끗한 마음에 비추는 영원한 햇살 정도가 되겠네요. (지금부터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가 있습니다. 아직 ‘이터널 선샤인’을 안보신 분들은 영화 먼저 보고 난 뒤에 이 글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연인 관계로 지내다가 서로에게 실망하는 부분들이 생기고 결국 둘 사이에 있던 기억들을 지워버립니다. 그렇게 헤어진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기억 없는 상태로 다시 마주하게 되고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 다시 사랑을 시작하게 되지요. 그러다 둘이 각자의 기억을 지우고 다시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서로에게 실망했던 부분, 싫어하던 것들도 알게 되지요. 그들은 둘의 관계가 다시 시작되면 같은 문제가 다시 생길 것이란 걸 알면서도 모든 게 괜찮다며 만남을 이어 나가게 되고 영화는 끝납니다.
이 노래 ‘까맣게’는 이 영화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모든 사랑하는 연인들에 대한 내용일 것입니다. 서로 죽을 것처럼 사랑하다가 서로 죽일 것처럼 헤어진 사람들. 과연 우리는 서로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우고 어딘가에서 마주친다면 다시 사랑하게 될까요? 그러면 조금 달라질 수 있을까요? 아무런 기억이 없어도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게 될까요? 아니면 매일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처럼 그냥 지나쳐가게 될까요?
-손현
2.
‘까맣게 칠한다.’
까맣게 라는 말은 어떤 때는 색을 표현하기도 “까맣게 몰랐네-”처럼ᅠ기억이나 시간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노래 2절에 들어가 있는 “까맣게”의 의미는 후자에 가까운 의미이지요.
오빠가 가사를 부탁한 곳은 2절 이었습니다. 1절이 두 사람의 이야기라면 2절은 홀로 기억되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추억에 대한 기억은 각자의 몫일 테니까요. 누군가는 까맣게 몰랐을 마음들을 적고 싶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가 생각납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당신 마음속에서 지울 수 있어도 사랑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 곡은 사랑을 해보았던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곡입니다.
-복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