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존재하는 모든 빛이 모조리 사라지기 전에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시기를 놓치면 더 이상 음악이 가진 힘을 믿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커져가는 의심과 불안, 분노와 상실의 그림자 사이를 비집고 새어 나오는 작은 빛줄기를 따라 지나간 궤적을 더듬어 보았다. 일기를 쓰지 않는 인간에게 작곡이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호화스러운 기록이 된다. 끝없이 이어지는 상실의 순간, 툭 내던져진 한 마디에 수없이 나를 곱씹어 본 밤, 뒤섞인 자기혐오와 자기 연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기록에는 가장 빛나던 때의 순수함이 담겨있다. 온 마음 다해 사랑하고 그리워했다. 설령 그 사랑이 같은 크기로 돌아오지 않을지라도.
사랑은 어떠한 형태로든 발현된다. 자연에 대한 경이, 가족에 대한 애착, 나를 둘러싼 세상을 향한 양가감정 같은 것들이 일련의 상징이 되고 노래가 된다. 내 안에 존재하는 빛은 아마도 사랑을 일컫는 말이 아닐까. 내 안에 존재하는 모든 사랑이 사라지기 전에, 남아있는 사랑을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그 빛과 사랑이 여기저기 퍼져 위로와 공감으로 발현된다면 음악이 가진 힘을 한 번 더 믿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 마음의 빛이 새롭게 피어나지 않을까.
그때, 그리고 지금 우리의 마음에 빛이 있다면 우리는 서로를 더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