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월간 윤종신] 4월호 ‘처방전’은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질병처럼 앓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약을 먹어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자신의 몸에서 그리움을 감지한 남자. 그는 병처럼 퍼져 있는 그 감정을 억지로 제압하거나 떨쳐버리는 대신 그냥 떠올리고 또 떠올림으로써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란다. 그간 불현듯 찾아오는 그리움을 다각도에서 묘파해 왔던 윤종신의 가사 세계가 한층 더 깊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며, 우리가 나약해질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앓게 되는 그 감정들이 구체적인 단어들로 장면화되어 있다. 윤종신과 이근호가 함께 작곡하고 송성경이 편곡했다.
“최근에 한 2주 정도를 앓았는데요. 다행히 코로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는데도 계속 잔기침이 나고 몸이 무겁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날마다 약을 먹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의사의 지침에 따라 꼬박꼬박 식후에 약을 챙겨 먹지만 어쩌면 이 증상에는 의사가 모르는 다른 원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러니까 이건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남자를요. 아팠을 때 우리는 평소보다 더욱 생각이 많아지고 감정적으로도 취약해지잖아요.”
‘처방전’의 화자는 윤종신의 여느 발라드 속 주인공이 그러하듯이 맹렬하게 그리워한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싸우고, 켜켜이 쌓인 추억과 대치하며, 여전히 보고 싶어하고 만지고 싶어 하는 자신의 열망과 갈등한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느낀다. 윤종신은 이번 곡을 준비하면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얼마나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살아 있게 하는지 새삼스레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저에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랜 세월 가사를 써오면서 몇몇 단어들이 체에 걸러지듯 제게 각별하게 남았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그리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쓰고 또 써도 여전히 잡히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멋지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래서일까. 저는 사람도 항상 쿨하고 담백한 사람보다는 조금 질척이고 그리워할 줄 아는 사람이 좋더라고요. 사람이든 시간이든 장소든 지나간 것들을 충실하게 애정하고 또 표현하는 그런 사람이요. 제가 동질감을 느끼며 계속 생각하게 되는 사람은 바로 그런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 노래의 화자처럼요.”
[4월호 이야기]
“난 여전히 그리워하는 사람이 좋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