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절반’ 전자 음악을 돌아보다]
최근 일렉트로닉 음악의 경향 하나는 하드웨어 장비로 라이브를 하는 것이다. 컴퓨터와 마우스만으로 슈퍼스타의 꿈을 키웠던 EDM 세대가 전자 음악 취향이 깊어지기 시작하며 컴퓨터가 없던 시절의 불편함에 도전해보고 있는 것이다. 이디오테잎은 EDM 열풍보다 앞선 세대다. 더 오래 전자 음악을 좋아해온 그들은 조금 더 일찍 하드웨어 라이브를 선보였고 2011년에1집을 발표했을 때 음악계는 그 신선함에 놀랐다. 자연스럽게 그들은 시대를 앞서갔다.
물론 하드웨어 라이브 만으로 마니아들을 사로잡은 것은 아니다. 그들에겐 록이 있었다. 그동안 음악 팬들이 ‘전자 음악’ 하면 갖고 있던 이미지는 댄스 비트 아니면 실험적 사운드였으나 이디오테잎은 한국의 음악 마니아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록 사운드와 편곡을 도입해 친근하면서도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이디오테잎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페스티벌 섭외 1순위인 이유도 록이 사라진 시대에 록의 에너지를 가진 전자 음악 라이브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싱글 ’Too Old To Die Young’은 조금 다르다. 중반을 들어보면 1990년대 테크노 음악에 자주 쓰이던 신디사이저 코드 연주가 나온다. 록적인 사운드는 유지했지만 클럽 댄스의 고전 문법을 소환한 것이다.
이디오테잎은 2018년에 세계적인 댄스 음악 축제 ADE에서 공연한 적 있다. 그때 네덜란드에서 만난 디구루는 24시간 벌어지는 일주일 동안의 댄스 축제에 흠뻑 빠져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실제로 이번 싱글과 앞으로 나올 음악들엔 ADE에서 겪었던 경험들이 다양한 형태로 녹아 들어 있다고 한다. 또한 이디오테잎의 주요 공연 시간대는 밤이었고 과연 그들을 좋아하는 전자 음악 팬들이 그 시간대에 무엇을 원하는지 밴드 내부적으로도 여러 고민이 있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변화를 시도한 것 같다.
사실 이디오테잎의 록 사운드는 3집 [Dystopian]에서 완성에 이르렀다. (결코 나쁘지 않았지만) 다소 평평했던 1집의 사운드가 3집에서 훨씬 거칠고 웅장한 형태로 진화했다. 이번엔 그렇게 완성된 록 사운드에 댄스의 요소, 나아가 전자 음악의 요소를 강화하는 확장이 시도됐다. 이것이 새 작품에 대한 팬들의 기대에 이디오테잎이 내놓은 대답이며 앞으로 연달아 공개될 싱글들을 통해 그 윤곽이 점점 선명해질 예정이다.
음악저널리스트 이대화 .... ....